화웨이, AI 칩 툴킷 ‘CANN’ 오픈소스화…엔비디아에 정면 도전

화웨이 테크놀로지스(Huawei Technologies)가 자사 인공지능(AI) 칩 생태계의 핵심 소프트웨어 툴킷인 CANN(Compute Architecture for Neural Networks)을 전면 오픈소스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GPU 1위 업체 엔비디아(Nvidia)와의 경쟁 구도에서 기술·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화웨이 개발자 컨퍼런스’(Developer Conference)에서 에릭 쉬(Eric Xu Zhijun) 순환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오픈소스 전환을 통해 개발자 혁신 속도를 가속화하고 Ascend 칩 사용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공개한 성명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미 중국 내 주요 AI 기업, 산학 협력 파트너, 대학 및 연구기관과 ‘오픈소스 Ascend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화웨이 측은 “CANN을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열어 두면, 소프트웨어·하드웨어 통합 최적화가 촉진돼 Ascend 프로세서 도입 비용이 낮아지고 개발 주기도 단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CANN·Ascend란 무엇인가

CANN은 신경망 모델의 연산 그래프를 최적화하고 Ascend 칩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커널을 자동 생성해 주는 저수준 소프트웨어 레이어다. 쉽게 말해, GPU용 쿠다(CUDA) 플랫폼과 유사한 개념으로, 개발자가 복잡한 하드웨어 명령을 직접 다루지 않아도 AI 모델을 빠르게 구축·배포할 수 있게 해 주는 ‘개발자 친화형’ 툴킷이다. Ascend 프로세서는 화웨이가 2019년부터 자체 설계·제조해 온 AI 전용 칩셋으로, 이미지·음성 인식, 자율주행, 클라우드 컴퓨팅 등 고성능 연산 환경에서 GPU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오픈소스 정책은 운영체제 리눅스처럼 누구나 소스코드에 접근해 기능을 개선·재배포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발 커뮤니티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방식을 따른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AI 연산 시장에서 엔비디아 CUDA 생태계가 과점 구조를 형성한 상황에서, 화웨이가 ‘탈엔비디아’ 로드맵을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정부, H20 칩 보안 우려 제기

화웨이의 발표는 베이징 당국이 최근 화웨이 H20 칩에 대해 보안 우려를 제기한 직후 나왔다. H20은 Ascend 시리즈 중 하나로 서버·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고성능 버전인데, 정부는 데이터 보호 및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추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기술적 기준을 충족해 나가면서도 생태계를 개방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에릭 쉬 회장은 “오픈소스야말로 혁신의 속도를 증폭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우리는 개발자들과 완전히 새로운 협업 모델을 구축해 글로벌 AI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업계 파장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이번 결정을 엔비디아에 대한 직접적 견제로 보고 있다. GPU 기반 AI 연산은 사실상 CUDA 의존도가 높아 대체 플랫폼 부재가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화웨이가 CANN을 개방하면, 중국 내수·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Ascend-기반 독립 생태계’가 형성되고, 개발자들이 CUDA 대신 CANN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맞물려, 국가 차원의 자립 기조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기준 전체 AI 가속기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며,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화웨이 Ascend 910B, 310P 등은 와트당 연산 성능(TOPS/W) 지표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전력 효율이 중요한 클라우드·엣지 컴퓨팅 환경에서 점유율 반등 여지가 있다.


■ 향후 과제와 전망

전문가들은 개발자 생태계 규모가 성공의 핵심 변수라고 지적한다. 화웨이는 GitHub·Gitee 등 코드 호스팅 플랫폼에 저장소를 개설하고, API 문서·튜토리얼·모듈식 SDK를 단계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외 대학과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해, 딥러닝 프레임워크 호환성(PyTorch·TensorFlow 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업계 관계자들은 “미·중 갈등 여파로 글로벌 서플라이체인 접근성이 제한될 경우, 칩 생산·배포에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핵심 부품 공급망을 유지하지 못하면, 기술 혁신이 생태계 성장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화웨이가 소프트웨어 자립도를 높이려는 행보는, 장기적으로 중국 IT 기업들의 클라우드·AI 독립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베이징 소재 AI 스타트업 한 임원은 “CANN이 공식 오픈소스로 전환되면, 스타트업 수준에서도 비용 부담이 줄고 개발 리소스 확보가 쉬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화웨이의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가 독주해 온 AI 컴퓨팅 패러다임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그리고 중국이 국가 기술 주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