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등법원에서 진행된 12명의 친민주 인사에 대한 국가전복(전복 공모) 혐의 항소심이 18일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최대 9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혀, 향후 절차와 정치‧사회적 파장이 주목된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2021년 대대적 체포로 이어졌던 ‘47명 민주진영 사건’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다. 당시 홍콩 경찰은 국가보안법(NSL) 위반 혐의로 47명을 일제히 체포했고, 이 가운데 45명이 2023년 5월 30일 4년에서 10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NSL은 2020년 6월 30일 베이징 중앙정부가 직접 제정·시행한 법률로, ‘국가전복·테러·분열·외세 결탁’ 등 4대 범죄를 규정하고 있다1. 1) 홍콩 정부는 이를 통해 대규모 시위 재발을 예방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사회에선 표현의 자유와 사법 독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사건 배경과 쟁점
사건의 핵심은 2020년 7월 실시된 비공식 ‘범민주 진영 예비선거’다. 목적은 2020년 입법회(홍콩 의회) 선거에서 친민주 진영 후보 단일화를 통해 과반수를 확보하려는 것이었다. 검찰은 이를 ‘정부 예산안을 무차별적으로 부결해 행정을 마비시키고, 차기 행정장관을 사퇴로 몰아넣으려는 전복 음모’로 규정했다.
“전례 없는 음모(conspiracy) 사건”이라고 앤디 로 정부측 검사는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재판 절차 자체가 불공정했다고 반박했다. 17일 변론에서 로버트 팡 변호사는 “원심 재판부가 피고인 신문 초반부터 과도하게 개입했다”며, 필요 질문조차 ‘무관성’을 이유로 다수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콴 변호사도 “재판부가 피고인 오언 저우에게 던진 질문이 전체의 45%에 달해 사실상 방어권이 제약됐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데릭 라우 검사는 “배심 재판이 아닌 전문 판사 재판에선 판사가 적극적으로 질문할 권한이 있다”며, “피고에게 불이익이 드러난 바 없다”고 맞섰다.
홍콩 기본법과 정치적 맥락
변호인 트레버 빌은 기네스 흐를 대리해 “입법회 의원은 행정부와 협상력 확보를 위해 모든 합법적 수단을 활용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콩 기본법(미니 헌법) 52조는 의회가 예산안을 두 차례 부결하면 행정장관이 사퇴하도록 규정한다. 그는 “이 조항 활용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국양제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의 홍콩 반환 당시 채택된 통치 모델이다. ‘50년간 고도의 자치와 자유를 보장’한다는 약속이었으나, 2019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이후 국가보안법 도입으로 자치권이 급격히 축소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항소심에서 11명은 유죄 판결 및 형량 자체를, 1명(리처드 친·가칭가칭)은 형량만을 다투고 있다. 재판장 제러미 푼은 “9개월 이내 결정문을 내놓겠다”며, 판결 이후에도 종심(終審) 법원홍콩 최고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어·제도 해설
‘47명 민주진영 사건’은 언론이 붙인 별칭이다. 피고 대부분이 범민주 진영의 전·현직 의원, 지역구 대표, 사회운동가이다. 이들 중 대다수는 보석(구속영장 인도)이 불허돼 장기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인권 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공식 예비선거’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각 정당이 단일 후보를 추리는 방식은 미국·대만 등 다수 선거제도에서 널리 사용된다. 홍콩 정부는 이 과정을 ‘국가전복 음모’로 규정함으로써 정치적 반대 목소리를 법적 처벌 범주로 끌어들였다는 평을 받는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홍콩대 법학과 앤소니 다페이 교수는 “재판부 개입 정도와 국가보안법 적용 범위가 항소심 쟁점”이라며, “만약 재판 절차상 하자가 인정되면 일부 피고는 재심 또는 감형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가안보’를 이유로 한 사법 판례가 이미 누적돼 있어, 핵심 유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사건을 홍콩의 사법 독립성 시험대로 보고 있다. EU와 미국은 지난 2023년 관련 판결 직후 “홍콩의 정치적 다원성과 언론‧집회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항소 결과가 향후 서방과 중국 간 관계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판결은 홍콩 내 정치 참여 공간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9개월 뒤 선고가 어떻게 나오든, 피고·정부·국제사회 모두 추가 대응 카드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 편집자 주 : 본 기사는 원문에 등장하는 모든 인명·지명·숫자를 최대한 정확히 옮겼으며, 전문적 판단과 분석은 공공 자료 및 학계·법조계 인터뷰를 참고해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