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대형 화재로 사망자 55명… 중국 민간기업, 구호·복구에 수천만 달러 급속 기부

홍콩 타이포(Tai Po) 지역 ‘왕푹 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대형 주거용 건물 화재로 최소 5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된 가운데, 중국 민간기업들이 구조·구호 활동 지원을 위해 수천만 달러 규모의 기부를 잇달아 약정했다. 현지 구조대는 화재 발생 이후 장시간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기업과 단체의 긴급 자금과 물자 지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11월 2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알리바바 그룹과 앤트 그룹은 합산 홍콩달러(HK$) 3,000만을 화재 구호에 지원하기로 했고,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본인 명의의 자선재단을 통해 별도로 미화 3,0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민간 차원의 대규모 현금·구호품 동원이 촉발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구조·복구 초기 단계의 자금 공백을 메우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류·스포츠용품 업체 안타(ANTA)잭울프스킨(Jack Wolfskin)휠라(Fila) 등 자회사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이번 화재 피해 복구를 위해 현금과 장비를 포함해 HK$3,000만을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텐센트, 샤오미, 바이트댄스도 각각 HK$1,000만을 약정해 구조 활동과 이재민 지원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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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업들의 잇단 약정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개 메시지 이후 가속화됐다. 시 주석은 관련 부처와 기관, 사회 각 분야에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전방위 노력을 주문하고,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필요한 지원(necessary support)’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 ‘관계 당국과 사회 각계가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 인명 피해를 가능한 한 줄이도록 전면적 노력을 기울이라.’


주요 기부 약정 현황(출처: 로이터)

중국 적십자: 인민폐 200만 위안
샤오미(Xiaomi): HK$1,000만
안타 그룹(Anta Group): HK$3,000만
텐센트(Tencent): HK$1,000만
바이트댄스(ByteDance): HK$1,000만
앤트 그룹(Ant Group): HK$1,000만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 HK$2,000만
푸구이냐오 그룹(Fuguiniao Group): HK$500만
비프렌즈 홀딩스(Be Friends Holdings): HK$100만
샤오펑(Xpeng): HK$500만
비야디(BYD): HK$1,000만
넷이즈(NetEase): HK$1,000만
트립닷컴(Trip.com): HK$1,000만
원스 푸드스태프(Wens Foodstuff): 인민폐 4,000만 위안
미디어 그룹(Midea Group): HK$1,000만
두샤오만(Du Xiaoman): HK$1,000만
텝(Xtep Group): HK$2,000만
레노버(Lenovo): HK$1,000만


중국 민영기업들의 기부 확대는 최근 몇 년간 수익보다 사회적 책임을 우선하라는 베이징의 기조와 보폭을 같이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 대한 규제 환경이 강화되는 국면에서, 대형 기업과 창업자들은 재단을 통한 공익 활동을 적극화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재난·재해 발생 시 신속한 현금 유동성과 물적 지원의 동원으로 연결되며, 이번 홍콩 화재에서도 그 양상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샤오미 공동 창업자 레이쥔(Lei Jun)은 2019년 본인의 자선재단 설립 이후 위안화 17억 위안(약 미화 2억4천만 달러) 이상을 기부해 첨단기술 연구 개발 및 저소득층 학생 지원 사업을 후원해왔다. 이는 중국 테크 창업자층에서 기술·교육 분야 공익을 중점 지원하는 흐름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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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21년에는 메이투안(Meituan) 창업자 왕싱이 약 23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재단에 출연해 교육과 과학 연구를 촉진하는 데 쓰도록 했고,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역시 본인 재산의 일부를 공익 목적에 내놓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거대 플랫폼 기업 창업자들의 사회 환원 기조를 상징한다.


1948년 이후 최악의 화재

이번 화재는 1948년 홍콩에서 창고 화재로 176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화재는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대규모 주거단지 왕푹 코트(8개 동, 약 2,000가구, 4,600명 거주)를 휩쓸었다.

당국 발표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화재 발생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피해를 입은 7개 동 가운데 4개 동의 불길이 간신히 잡혔으며, 나머지 구역에서도 소방대가 잔불과 확산 차단 작업을 계속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와 실종 보고가 이어지면서 현장 인근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이재민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배포했다.

관계 당국은 화재가 단지를 감싸고 있던 비계(足場) 일부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대나무 비계와 이를 둘러싼 보호망(메시 시트)이 불길을 타고 인접 건물로 수평·수직 확산하는 통로가 됐을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면서, 주거 안전기준과 시공 관행에 대한 공적 감시가 커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해당 단지의 시공을 맡은 ‘중대한 과실(grossly negligent)’의 혐의가 있는 건설사화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는 보호용 메쉬 시트·플라스틱‘고도 가연성’으로 분류되는 발포재(foam material)를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건설사 관계자 3명과실치사(manslaughter) 혐의로 체포했으며,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용어·맥락 해설

대나무 비계는 홍콩·마카오·광둥 일대 건설 현장에서 전통적으로 널리 쓰이는 임시 구조물로,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성을 갖춰 고층 건물 외장 공사에 많이 활용된다. 그러나 비계에 보호망(메쉬)이나 방진 시트 등의 합성수지 소재가 결합될 경우, 화염 확산 경로로 작용할 위험이 있어 소방·방화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실치사는 고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인명 피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개념으로, 건설·안전 분야에서는 시공 재료 선택과 관리 감독의 주의의무가 핵심 쟁점이 된다.


분석: 기업 기부의 속도와 방향

이번 사태에서 주목할 점은 속도·규모·다양성이다. 우선 속도 측면에서, 시진핑 주석의 ‘필요한 지원’ 주문 직후 대형 테크·제조·소비재 기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약정에 나서며, 현금(HK$ 단위)과 현물(장비·물자)이 병행되는 형태가 나타났다. 규모 측면에서는 알리바바·앤트의 합산 HK$3,000만, 안타의 HK$3,000만, 각 HK$1,000만 단위 기업이 연쇄적으로 가세해 단기간 집중 재원을 조성했다. 다양성 측면에서는 테크(텐센트·샤오미·바이트댄스·넷이즈·레노버), 전기차(비야디·샤오펑), 가전(미디어), 소비재(안타·텝), 여행(트립닷컴), 식품(원스 푸드스태프), 금융(두샤오만) 등 산업 전반이 참여해 민관 협력의 기반을 넓혔다.

특히 마윈미화 3,000만 달러 약정은 개인 재단이 대규모 현금성 자원을 재난 초기에 기민하게 투입할 수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기업 회계 절차에 비해 신속한 결정을 가능케 하며, 응급 구호·의료 지원·임시 주거즉시성이 핵심인 분야에서 효과가 크다. 다만, 이러한 지원이 중장기 재건(안전기준 개선, 주거 보강, 거주민 심리치료 등)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속적 매칭 펀드공공정책 정합성 확보가 관건이다.


재난·안전 규범에 대한 파장

이번 화재는 비계 구조물과 외장재난연성 기준, 시공·감리 단계의 위험성 평가, 대규모 단지의 화재 구획·대피 동선 등 핵심 항목을 다시 점검하게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당국과 업계가 지목한 보호 메쉬·플라스틱·발포재의 사용 여부와 적합성은 향후 책임소재 규명과 제도 개선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주민 안전을 위한 경보·통신 체계고층·밀집 단지화세 확산 방지 설계 표준을 고도화하는 논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


현장 진행 상황과 지역사회 대응

로이터에 따르면, 불길은 일부 동에서 진압됐지만 다른 구역에서 완전 진화까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식료품·생수·생활필수품을 주민에게 배포하며, 기업의 장비 지원현금성 기부가 구조·구호 현장의 장기화에 대응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민관 협력은 재난 현장에서 즉각적 수요(구호품·숙박·의료)와 중기적 수요(임시 거처 정비, 생계 지원)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정리

이번 홍콩 왕푹 코트 화재는 사망 55명, 수백 명 실종이라는 참담한 피해를 남기며, 1948년 이후 최악의 화재라는 불명예를 남겼다. 동시에 중국 민간기업과 창업자들의 대규모 자선 약정이 신속히 이어지며, 구조·구호·복구 전 단계에서 자본·장비·물자의 결집을 확인하게 했다. 향후 수사와 화재 원인 규명, 안전기준 점검이 본격화되면, 이번 사태는 건설 자재·시공 관행·도시 안전 규범의 개선 논의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라는 정책 기조와 현장의 실질적 필요가 맞물리는 가운데, 민관 협력의 질과 지속성이 재난 회복력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