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홍콩 고등법원이 중국 헝다그룹(China Evergrande Group) 창업주 쉬자인(許家印, Hui Ka Yan)의 자산을 식별·보전하기 위해 회수관리인(receivers)을 공식 선임했다. 이는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헝다 사태가 투자자·채권자·당국 간의 법적 공방으로 본격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의 이번 결정은 쉬자인이 법원의 자산 공개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중대한 사유로 삼았다. 그는 2023년 중국 당국에 의해 억류된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홍콩 및 해외 자산 내역을 제출하라는 기존 명령에도 불응해 왔다.
헝다그룹은 2021년부터 일부 달러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 상태에 들어갔고, 부채 총액은 미화 3,000억 달러(약 403조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24년 홍콩 법원의 청산 명령을 받은 뒤 2025년 8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상장폐지돼 최근 몇 년간 시가총액 기준 최대 규모의 퇴출 사례로 기록됐다.
■ 회수관리인·청산인 제도 설명
해외 사법체계에서 회수관리인(receiver)은 채무자(또는 회사 창립자)의 특정 자산을 동결·관리·매각해 채권자에게 돌려주는 임시 수탁자를 의미한다. 청산인(liquidator)은 파산 절차 전반을 감독하면서 회사 자산을 처분해 부채를 상환하는 법정 대리인이다. 이번 사건에선 글로벌 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알바레즈&마살(Alvarez & Marsal)의 에드워드 사이먼 미들턴(Edward Simon Middleton)과 티퍼니 왕(Tiffany Wong)이 헝다의 공동 청산인을, 윌킨슨&그리스트(Wilkinson & Grist) 소속 키스 호(Keith Ho)가 감독 변호인을 각각 맡았다.
홍콩 고등법원 허버트 아우영(Herbert Au-Yeung) 판사는 판결문에서 “쉬자인이 자산 명세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자산 도피(real risk of dissipation) 가능성을 보여주므로, 회수관리인 선임이 회사(헝다)가 실질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헝다 청산인 측은 이미 홍콩·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케이맨제도 등 해외법원에 동시다발 소송을 제기해 쉬자인과 전 부인 등 핵심 인물의 역외(offshore) 자산 동결을 추진 중이다. 이번 회수관리인 임명은 60억 달러 상당의 배당(dividends)·보수(remuneration) 환수 소송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된다.
■ 쟁점별 시사점1
첫째, 중국 대형 디벨로퍼의 구조조정이 홍콩 법원을 통로로 글로벌 채권 분쟁 국면으로 확대됐다. 둘째, 대주주의 자산까지 직접 겨냥하는 판례가 늘면서 중국 민영 부동산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리스크 평가가 한층 보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아시아 고수익(하이일드) 부동산 채권시장은 추가 디폴트 위험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 향후 일정
회수관리인은 감독 변호인에게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후속 청문회 일정을 통해 자산 확인·압류·매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홍콩 법원의 글로벌 인지(in personam) 명령은 쉬자인의 최대 77억 달러 상당 자산을 전 세계에서 동결하도록 이미 승인된 상태다.
■ 기자의 관전 포인트(심층 분석)
현재까지 헝다 파산 절차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사법관할권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본토 당국이 자국 거주자의 해외 재산 이전을 억제하는 외환 규제 및 승인 절차를 강화하고 있어, 홍콩 법원의 집행력이 실제 현금 회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홍콩 법원의 적극적 개입은 국제 금융법 무대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 아래 홍콩 사법체계의 독립성을 재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또한, 헝다 사례가 중국 부동산 업계 구조조정의 선례로 활용될 경우, 동일 업권 내 다른 민영 개발업체들도 대주주 책임범위 확대와 해외 자산 추적에 직면할 수 있다. 채권자들은 회수율(recovery rate)을 끌어올리기 위한 새로운 협상카드를 얻었고, 투자은행·법무법인은 복잡한 다국적 구조조정 시장에서 대규모 수임 기회가 열린다.
■ 결론
이번 결정은 헝다 사태가 단순히 기업 부실을 넘어, 창업주 개인 재산권까지 촘촘히 겨냥하는 2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향후 회수관리인 활동 결과에 따라 헝다가 남긴 3,000억 달러 규모 채무의 실제 회수율과 중국 기업·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신뢰도가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