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법원, 친민주 활동가 지미 라이에 ‘외국과의 결탁’ 유죄 판결

홍콩 법원은 2025년 12월 15일, 친민주 활동가이자 미디어 재벌인 지미 라이(黎智英)에게 외국 세력과의 결탁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2025년 12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중국 정부가 2020년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근거한 혐의 가운데 ‘외국 세력과의 결탁'(collusion with foreign forces)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지미 라이는 두 건의 외국 세력과 결탁 혐의와 함께 선동적 자료 발간 공모 혐의도 기소된 상태였으며, 해당 혐의들에 대해 그는 무죄를 주장해왔다.

지미 라이는 78세로 넥스트 디지털(Next Digital Ltd.)의 창립자이며, 종합 의류 브랜드 조르다노(Giordano)를 설립한 기업인이자 야당 성향의 일간지 애플 데일리(Apple Daily)와 디지털 매체 넥스트 디지털을 세운 인물이다. 그는 2020년 이후 구속 상태에 있으며, 본건 재판은 2023년 12월에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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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은 홍콩의 정치 지형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2019년 대규모 친민주 시위 이후 베이징이 제정한 국가보안법은 홍콩 내 반대 진영의 퇴조를 촉발했고, 2021년의 선거제도 개편으로 입법회에서의 직접 선출 의원 수가 대폭 축소되었으며 ‘애국자’로 평가된 인사들만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하는 심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사건의 주요 배경과 쟁점

국가보안법은 외세 결탁, 분리주의, 테러행위, 국가 권력 전복 등 네 가지 범죄를 규정하며, 이 법에 따라 제기된 혐의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번 판결에서 핵심 쟁점은 지미 라이의 활동이 ‘외국 세력’에 대한 청탁이나 협력을 통해 홍콩 또는 중국의 안전을 저해했는지 여부였다.

참고로, 지미 라이는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면담할 당시 지미 라이의 석방을 압박했다는 보도도 전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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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발언

영국계 투자전문가인 데이비드 로슈(David Roche)는 평결 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홍콩을 운영하는 입장이라면, 그를 유죄로 판단한 뒤 귀국시키겠다. 그러면 어느 정도 정치적 변화에 마침표를 찍으면서도 추가적인 순교자(마르티르)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슈는 이러한 조치가 금융계에 ‘홍콩이 정상적이며 비즈니스 중심의 역동적인 상태로 돌아왔다’는 인상을 주어 투자심리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용어 해설

국가보안법(國家安全法) : 중국 중앙정부가 2020년 홍콩에 적용한 법률로, 외세와의 결탁, 분리주의, 테러 및 전복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법의 적용 범위와 처벌 기준은 광범위하며, 법 시행 이후 홍콩 내 반정부 활동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강화되었다.

‘애국자(패트리어츠) 선발 제도’ : 2021년 개편된 홍콩 선거제도에서 도입된 개념으로, 중앙정부 또는 선정된 선거관리위원회가 ‘홍콩의 헌법과 국가에 충성한다’고 판단한 인사들만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심사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직선 대표성 축소와 함께 야권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경제·금융에 미칠 영향 분석

이번 유죄 판결은 단기적으로 시장 심리와 투자자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외국 자본의 유출 가능성이 커지고, 환율·채권·주식시장에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허브로서 법치와 규제의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 정치적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홍콩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리스크 프리미엄 요구가 상승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의 통제 강화가 안정성 측면에서 일부 기관투자가에게는 ‘안정적 환경’으로 인식될 여지도 있으나, 혁신·언론자유·시민사회의 위축은 창업·스타트업 유입과 고급 인력 유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 서비스, 법률·회계 자문업계, 국제금융거래의 허브 기능은 정치적·제도적 변화에 민감하므로, 관련 업종의 구조적 재편 가능성에 대비한 기업 차원의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전망

지미 라이 사건의 판결은 홍콩 내 반대파의 활동 공간을 좁히는 동시에, 국제사회와의 마찰 가능성을 여전히 남긴다. 법적 절차와 후속 항소 여부, 그리고 국제적 반응이 향후 정치·경제적 파장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판가름할 주요 변수다. 또한 2021년 선거제도 개편과 최근 야당 정당의 해산 사례는 정치적 다양성 축소라는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향후 정책 리스크, 규제 리스크, 인재 유입 및 거버넌스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하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는 지역 노출을 재평가하고 리스크 분산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