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홍콩 금융관리국(HKMA)이 25bp(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HKMA의 기준금리는 종전 4.50%에서 4.25%로 낮아졌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같은 날 새벽(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정책금리를 25bp 내린 데 따른 연동 조치다. 연준은 연방기금목표금리를 3.75%~4.00% 범위로 조정했으며, 홍콩 통화당국은 통화 보드제(linked exchange rate system) 아래 미 달러화에 고정된 홍콩달러(HKD)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연준 결정을 즉각 추종할 수밖에 없다.
“홍콩달러는 1983년부터 1달러당 7.75~7.85 HKD 범위에서 고정돼 있다. 이 범위 유지를 위해 HKMA는 미 달러화 금리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며, 시장의 자본 유출입을 조절한다.”
이번 인하는 올해 두 번째 완화다. HKMA는 이미 2025년 9월에도 25bp를 인하했으며, 당시에도 연준의 첫 금리 인하를 즉시 따라 시중 금리를 완화했다. 오버나이트 할인 창구(overnight discount window)를 통해 시중 은행에 적용되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
통화 보드제는 중앙은행이 독립적 금리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자국 통화를 특정 통화(대개 달러)에 엄격히 고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하에서 홍콩 금융당국은 시중 유동성 공급·환수, 외환 보유고 관리 등 기술적 정책 수단을 동원하되, 기준금리 방향은 연준과 동조화할 수밖에 없다. 달러 자본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개방 경제인 홍콩에서,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 대규모 차익 거래(carry trade)로 인해 고정환율 방어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홍콩 모기지 금리와 기업 대출 이자율에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조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완화가 가계 소비 심리를 지지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중국 본토 경기 둔화와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산시장 반등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경계도 나온다.
홍콩 금융시장은 향후 연준의 추가 인하 사이클 속도, 미·중 경제지표, 역외 위안화(CNH) 변동성 등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만약 연준이 연내 추가 완화를 이어가면 HKMA도 단계적 인하를 동반해 홍콩달러 약세 압력을 완화할 전망이다. 반면 연준이 일시 중단(pause)하거나 예상보다 매파적 스탠스로 전환할 경우, HKMA 역시 금리 경로 조정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글로벌 투자자금은 미 달러 강세 완화, 미·중 금리 격차 축소 등을 배경으로 신흥·프론티어 채권·주식시장으로 재유입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는 “역환율 프리미엄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남아있는 만큼, 홍콩 금융시장 변동성 지표(VHSI)는 당분간 과거 평균치를 상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배경 설명1Linked Exchange Rate System
홍콩의 통화 보드는 외환보유액으로 발행통화 전액을 100% 담보하며, 이론적으로는 은행권이 요구하면 언제든지 1달러=7.80 HKD 안팎으로 교환이 보장된다. 때문에 HKMA는 기준금리 외에도 USD/HKD 스팟·선물시장 개입, 유동성 조절창구(LMO) 운영 등을 통해 환율 안정을 모니터링한다.
배경 설명2Overnight Discount Window
HKMA가 시중은행에 초단기 유동성을 공급·회수하는 통로로, 한국의 익일물 RP 매매와 유사하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해당 창구 금리가 4.25%로 조정돼, HIBOR(홍콩 은행 간 금리) 단기 구간도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망 : 필자는 연준의 점도표(dot plot)와 최근 FOMC 위원 발언을 종합할 때, 2026년 1분기까지 추가 25~50bp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이 경우 HKMA가 2026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3.50% 수준까지 낮출 잠재력이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 재가속이나 미 국채 수익률 급등(금리 역전 심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인하 속도는 재조정될 수 있다.
한편 홍콩 증권거래소(HSI)는 금리 인하 소식에도 장중 혼조세를 보였다. 시장은 유동성 공급 효과와 함께 글로벌 경기 모멘텀 둔화 리스크를 동시 반영하며, 당분간 박스권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기사 작성 기준 환율: 1달러=7.81 HK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