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서비스 산업 전반에 스며들면서, 과거에는 ‘정산 완료’로 여겨졌던 영역에서도 예상치 못한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렌터카 업체 허츠(Hertz)와 독일의 식스트(Sixt)가 차량 반납 시 AI 카메라로 스크래치·찌그러짐 등을 감지해 고객에게 과금을 적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2025년 8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알고리즘 감사(Algorithmic Audit)’라 불리며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AI를 통해 이전까지 인지되거나 수익화되지 않았던 비효율·손실 항목을 체계적으로 찾아내 비용을 회수하려는 시도다.
※용어 설명 — 알고리즘 감사란 기업이 AI·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재고 손실·미세 손상·운영 낭비 등을 자동으로 찾아내고 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해 고객 또는 협력사에 청구하는 절차를 뜻한다. 전통적 회계 감사(Audit) 개념이 알고리즘 수준으로 확장된 개념이다.
1. 학계가 주목한 ‘새로운 균열’
웨이크포리스트대 경영대학원의 센터 포 애널리틱스 임팩트(Center for Analytics Impact)를 이끄는 섀넌 맥킨(Shannon McKeen) 교수는 “AI는 미처 눈에 띄지 않았던 비효율을 식별·분류·수익화하는 동시에, 운영 효율과 고객 만족 사이에 근본적 긴장을 드러낸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휴먼 감각’이라면 정상 마모로 넘길 경미한 흠집도, AI는 과금 대상 손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맥킨 교수는 “앞으로 고객과 직원의 대화 속에 ‘머신이 그렇게 판단했다(The machine says)’라는 표현이 등장할 것”이라며, AI 판정 결과를 근거로 한 수수료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2. 호텔업계, 감지센서에서 결제 단계로 ‘진화’
호텔테크리포트(HotelTechReport.com) 공동창업자인 조던 홀랜더(Jordan Hollander)는 “일부 호텔은 이미 공기질 센서에 AI를 적용해 흡연·전자담배 사용 시 500달러(약 65만 원) 벌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헤어드라이어나 에어로솔 사용에도 오작동이 발생해 고객이 억울한 청구서를 받는 사례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다수 호텔이 AI를 문제 가능성을 ‘플래그’만 하는 조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최종 과금 여부는 여전히 인간 직원이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컴퓨터 비전으로 객실 손상·마모를 자동 판별하고, 투숙객 행동·실내 상태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3. 고객 신뢰 vs. 운영 효율…호텔이 조심스러운 이유
환대산업에서 신뢰는 곧 매출로 직결된다. 홀랜더는 “게스트가 ‘기계에 감시당했다’거나 ‘사소한 것까지 돈을 뜯겼다’고 느끼는 순간,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과거 호텔들이 대대적으로 도입하려던 알렉사 기반 음성 서비스가 사생활 우려·어색한 대화 경험 탓에 사라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4. 허츠, 50만 건 스캔…97% ‘추가 과금 無’
허츠 대변인은 “기존 차량 손상 검사는 수동·주관·불일치라는 삼중고가 있었다”며 “AI 기반 디지털 검사를 통해 정밀도·객관성·투명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50만 건 차량 반납을 스캔한 결과, 97%는 추가 과금이 없었고, 스캐너가 설치된 지점의 손상 발생률도 감소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대규모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차량 안전·품질·신뢰성은 물론, 고객 경험을 일관되게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5. ‘맥락적 판단’ 결여 우려
맥킨 교수는 “AI는 패턴 인식에서는 탁월하지만, 접객 서비스의 미묘한 ‘회색지대’를 해석하는 데 취약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타이어 옆면이 조금 긁힌 것이 자연스러운 사용인지, 과금 대상 손상인지를 결정하는 맥락적 판단”
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수익 기회가 확인되면 경쟁사들이 잇따라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서비스업계는 허츠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6. 전문가 시각 — ‘투명성’이 승패 가를 것
L.E.K.컨설팅의 척 레이놀즈(Chuck Reynolds) 전무는 “기업이 AI를 협력 파트너(copilot)로 설계할 때 고객이 수용한다”며, 인간 직원이 AI 판단을 감독·수정할 수 있는 구조가 필수라고 말했다. 그는 “과정을 충분히 공개해야 로열티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데이비드 리베라(David Rivera) 미국 플래글러대 교수 역시 “레스토랑이 AI로 접시를 사진 분석해 영수증 정확도를 높이거나, 미니바 소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 능동적 의사결정 툴 활용이 늘 것”이라며, 이는 “운영 효율·게스트 만족·투명성을 함께 높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인플럭스 테크놀로지스의 다니엘 켈러(Daniel Keller) CEO는 “소규모 마진의 서비스업체가 AI로 고객 주머니를 더 털려는 과잉(absolute overkill)”이라며 전면적 도입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7. 기자의 관전 포인트
AI 기반 알고리즘 감사가 가져올 미래는 ‘정밀 청구’와 ‘소비자 반감’이라는 양날의 검으로 요약된다. 기술이 곧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투명한 프로세스 공개·인간 개입 장치·불복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AI는 편의보다 불안을, 효율보다 마찰을 증폭시킬 수 있다. 서비스업의 본질은 ‘경험’과 ‘관계’이기 때문이다.
국내 여행·숙박 산업 또한 비슷한 흐름을 피할 수 없다. 다만 ‘기술 주도’가 아닌 ‘고객 경험 주도’의 관점에서 AI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미세 손상 요금 1만 원으로 인해 재방문 가능성이 0%가 된다면, 알고리즘 감사는 오히려 비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