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IGO, 쿠이나나 리튬 정제소 손상차손 경고에 12% 급락

호주 퍼스에 본사를 둔 배터리 금속 업체 IGO Ltd(ASX: IGO)가 투자자들에게 쿠이나나 리튬 하이드록사이드 정제소(Kwinana refinery)의 대규모 손상차손(impairment)을 예고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 측은 운영상 난관과 실질적인 개선 여부에 대한 신뢰 부족을 이유로, 해당 설비의 자산가치를 A$7,000만~A$9,000만 호주달러(한화 약 632억~812억 원) 줄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시드니 증시에서 IGO 주가는 장 초반 12% 하락해 A$4.40까지 밀렸다. 이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정제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Lithium Ore

정제소 실적 부진은 이번 주가 급락의 직접적 원인이다. IGO가 파트너와 합작(JV) 형태로 운영 중인 쿠이나나 정제소는 6월 분기에 설비명세상 생산능력(nameplate capacity)의 불과 35%만 가동했다. 이로 인해 2025 회계연도 전체 생산량이 기존 가이던스를 밑돌았다.

손상차손(impairment)회계 기준상 자산의 장부가치가 회수 가능액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인식하는 손실이다. 즉, 정제소의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했을 때 이전에 설정한 가치보다 적다고 간주한 것이다. IGO는 이번 발표에서 특히 Train 1 생산라인 전체를 전액 손상 처리할 방침임을 명시했다.

한편, 회사는 같은 분기에 핵심 자산인 니켈·스포듐(리튬 광석) 매출 호조로 조정 EBITDA가 A$6,230만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직전 분기(A$3,400만) 대비 83% 증가한 수치이나, 시장 시선은 정제소 문제에 집중돼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CEO 이반 벨라(Ivan Vella)는 “우리는 JV 파트너와 협력해 쿠이나나의 ‘최적의 미래 방향(optimal future pathway)’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전략적 검토가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그는 구체적 일정이나 대안은 밝히지 않았으나, 추가 투자 또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리튬 가격 하락과 기술적 난관은 쿠이나나 정제소가 겪어온 주요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리튬 하이드록사이드는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이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 증가와 중국 내 수요 둔화 우려로 가격이 급격히 조정됐다. 동시에 고순도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정제 공정이 필수적이며, ‘런-업(run-up)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편차 및 설비 장애가 수익성을 훼손할 수 있다.

Western Australia

업계 관계자들은 IGO가 손상차손을 통해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과정’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주요 투자 포인트였던 2차전지 밸류체인 확장이 흔들리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이 구조조정·투자축소로 이어질 경우, 서호주(WA) 지역 배터리 공급망에도 연쇄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상차손 반영 규모(A$7,000만~A$9,000만)가 향후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회계적으로는 영업외비용으로 처리돼 순이익을 끌어내리지만, 현금 유출이 수반되지 않는 ‘비현금(non-cash)’ 성격이어서 재무 건전성 자체가 크게 훼손되지는 않는다. 다만, 정제소 정상화 지연 시 추가적인 현금 투입 또는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번 사태는 합작 모델의 리스크도 재조명했다. IGO는 파트너십을 통해 자본 투자 부담을 줄였지만,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 문제 해결까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전략적 옵션(매각·지분축소·일시 가동중단 등)’ 거론도 이어진다.

전문가들은 “니켈·리튬의 중장기 수요 전망은 여전히 견조하다”면서도, 단기 가격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고정비 구조가 큰 정제 자산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IGO는 광산·정제·최종 소재로 이어지는 ‘전(全) 밸류체인 전략’을 유지할지, 아니면 핵심 광산 사업에 집중하는 방안을 택할지 시험대에 올랐다.


용어 설명
손상차손(impairment): 기업이 보유한 자산의 장부가치가 회수가능액(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보다 높아졌을 때, 그 차이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 처리다. 비현금 요소이나 순이익을 감소시키며, 자산·자본총계도 줄어든다.

Train 1: 대규모 화학·정유 플랜트에서 주요 증·탈수, 정제 공정 등을 수행하는 생산라인을 ‘트레인(Train)’이라고 부른다. 쿠이나나 정제소는 여러 트레인을 순차적으로 가동하며 생산능력을 늘리는 구조다.

스포듐(spodumene): 리튬이 풍부하게 포함된 광석으로, 화학적 처리 과정을 거쳐 리튬 하이드록사이드나 리튬 탄산염을 생산한다. 호주 서부 지역이 세계 최대 스포듐 공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