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물가 상승세가 뚜렷이 둔화하며 호주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의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ABS)이 이날 발표한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기 대비 0.7% 상승해 시장 예상치(0.8%)를 하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2.1%로 집계돼 1분기 2.4%보다 낮아졌다.
기조물가를 가늠하는 트림드 평균(Trimmed Mean) CPI 역시 분기 기준 2.7%yoy를 기록해 1분기의 2.9%에서 내려왔다. 다만 전기 대비 상승률은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았다. 특히 6월 월간 CPI 지표는 전년 동월 대비 1.9%로 떨어져 시장 예상치(2.1%)와 전월치(2.1%)를 모두 하회했다.
물가 둔화의 핵심 요인
ABS는 “임대료와 보험료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이 억제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식료품과 전기요금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물가를 지지했다. ABS 자료에 따르면 식료품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가량 올랐고, 전기요금도 5%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호주 주택 임대차 시장은 2024년부터 △임대목적 주택 공급 확대 △이민 증가세 둔화 등으로 임대료 상승폭이 축소돼 왔다. 보험료 역시 정부의 재난보험료 인하 정책과 보험사 간 경쟁 심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상승 압력이 약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RBA 통화정책 전망
이번 수치는 RBA의 금리 인하 여력을 넓혀줬다는 평가다. 중앙은행은 7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4.10%로 동결했다. 당시 미셸 불럭(Michele Bullock) 총재는 “2분기 CPI 결과를 확인한 뒤 완화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9월 또는 11월 회의에서 25bp(0.25%포인트)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호주채권선물 시장의 연내 인하 기대 확률은 발표 직후 65%에서 78%로 급등했다.※CME RBA 워치
일각에서는 “2%대 초반 물가가 지속된다면 RBA가 연속 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임금 상승률과 서비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중앙은행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경제 용어 해설
① 트림드 평균 CPI : 전체 물가 항목 중 극단적인 고·저 변동 품목을 일정 비율(보통 상·하위 15%)씩 제외하고 산출한 지표다. 일시적 충격을 제거해 기조적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하는 데 쓰인다.
② 분기·월간 CPI : 호주는 전통적으로 분기별 CPI를 공식 지표로 활용했으나, 2022년부터 월간 지수를 병행 발표해 정책 판단의 시의성을 높였다. ABS는 올해 하반기부터 품목·지역별 가중치를 세분화한 ‘강화된 월간 CPI’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외 금융시장 파장
공식 발표 직후 호주 달러/미 달러 환율은 0.1% 하락했고, 호주 3년물 국채금리는 6bp 내렸다. S&P/ASX200 지수는 장 초반 0.4% 상승했다가 일부 차익실현 물량으로 상승 폭을 반납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호주 인플레이션 피크 아웃이 확인됐다”며 성장·물가 전망치를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호주 GDP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3%로 상향, 반면 연간 CPI 전망은 3.0%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전망 및 시사점
전문가들은 주거·보험료 둔화가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경우 호주의 ‘연착륙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다만 식료품·에너지 가격은 국제 원자재 시장 변동성에 크게 노출돼 있어 ‘서비스·상품 간 비대칭 인플레이션’이 재차 확대될 위험도 공존한다.
ABS가 연내 공개할 확대판 월간 CPI는 품목별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RBA뿐 아니라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수립에도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호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완화되면서 소비 회복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부동산 가격·주식시장에 유입될 유동성 확대도 예상돼,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위험 관리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분기 CPI 둔화는 호주 통화정책 전환의 뚜렷한 근거로 작용하며, RBA가 다음 회의에서 ‘비둘기파적 완화’를 단행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물가·임금 인상률이라는 구조적 요인은 여전히 상존해 있어, 중앙은행은 향후 몇 분기 동안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