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커먼웰스은행, AI 기반 콜센터 감원 계획 전격 철회… 공정노동위 제소 이후 ‘직원 수요 과소평가’ 인정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CBA)이 인공지능(AI) 도입을 이유로 추진했던 콜센터 인력 감축안을 전면 철회했다. 해당 결정은 호주 파이낸스섹터노조(Finance Sector Union, FSU)가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문제를 제기한 뒤 내려졌다는 점에서 노동계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CBA는 올해 7월 ‘보이스봇(Voicebot)’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콜센터 직원 45명을 ‘잉여 인력’으로 분류해 감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노조의 반발 끝에 업무량 증가 사실을 인정하며 해당 45개 직무를 다시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인력 산정 과정에서 실제 업무량을 과소평가했다.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직무 유지 또는 자발적 퇴직 중 선택권을 제공하겠다.” — 매트 코민(Matt Comyn) CBA 최고경영자(CEO)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보이스봇 시스템’은 고객 문의에 음성 인식 기반 AI가 자동 응답하는 기술이다. 은행은 해당 기술이 고객 응대 효율성을 대폭 높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복잡한 금융 상담이 많아 인간 상담원의 재확인이 빈번히 필요했다. 그 결과 노조는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공정노동위에 중재를 요청했다.

FSU는 호주 금융권 직원들을 대표하는 단일 노조로, 이번 사건을 통해 AI 도입 시 고용 안전망 확보를 정부에 촉구했다. 실제로 같은 날 캔버라에서 열린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총리 주재 ‘경제 개혁 원탁회의’에서도 AI 규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노동계는 ‘독립적인 AI 법’ 제정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기존 산업법·노동법 체계 내에서 점진적 보완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 시각 및 산업적 의미

이번 결정을 두고 산업 전문가들은 “AI 전환이 곧바로 인력 축소로 이어진다는 단선적 사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특히 금융·보험·통신 등 대규모 고객 접점(Contact Point)을 보유한 업종에서 AI 챗봇·보이스봇의 실제 업무 완결률이 기대치에 못 미친 사례가 적지 않다. 필자는 향후 은행권이 ‘하이브리드 서비스 모델’—AI로 1차 응대 후 인력이 고차원 상담을 수행—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공정노동위원회가 “인력 과소산정”을 공식 확인함에 따라, 호주 내 다른 대형 금융기관들도 AI 추진 전략을 재점검할 가능성이 높다. 상장사로서의 CBA는 내부 통제 절차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Social’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사전 근거 자료와 이해관계자 협의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용어 설명

보이스봇(Voicebot): 고객의 음성을 인식해 자동으로 대화형 응대를 제공하는 AI 소프트웨어.
FSU(파이낸스섹터노조): 호주 금융권 직원 약 5만 명을 대표하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 호주 노동관계법에 따른 최상위 심판 기구로, 부당 해고·임금 분쟁을 조정·판정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CBA가 제시한 자발적 퇴직 패키지(VRS)의 조건과 수용률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지가 관심사다. 둘째, 총리실 주도의 AI 규제 로드맵이 ‘산업경쟁력’과 ‘노동권 보호’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례가 APAC(아시아·태평양) 금융권 전체에 ‘AI=구조조정’ 프레임 재고(再考)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사람과 기술의 보완적 공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CBA뿐 아니라 호주 경제 전반의 지속가능 성장을 가를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