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증시 사상 최고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랠리 주도

[시드니] 호주 대표 주가지수인 ASX 200 지수가 18일(현지시간) 장중 8,745.20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최근 부진한 고용 지표가 호주준비은행(RBA)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부채질한 것이 직접적 동력으로 작용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초부터 강한 매수세가 이어진 호주 증시는 은행·광산주를 중심으로 전 업종이 동반 상승했다. 특히 자국 경제를 좌우하는 4대 시중은행(커먼웰스·웨스트팩·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ANZ)과 BHP·리오틴토 등 대형 자원주가 지수를 힘껏 끌어올렸다.

이번 랠리의 기폭제는 17일 공개된 6월 고용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일자리 창출은 두 달 연속 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3년 10개월래 최고치로 예상 밖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지표 둔화를 잠재적 경기 침체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통화 완화로 인한 유동성 공급 확대를 기대하는 ‘나쁜 소식=좋은 소식’ 심리가 증폭됐다.

RBA는 올해 이미 총 50bp(0.50%포인트) 인하를 단행해 현행 기준금리를 3.85%로 낮춘 상태다. *bp(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그러나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예상과 달리 동결을 결정하며 관망 기조를 유지했었다. RBA는 당시 “미·중 간 무역 관세 불확실성과 국내 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으나, 시장은 고용 부진과 물가 안정세를 근거로 “동결은 정책 오류”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6월 실업률 급등은 RBA가 이달 초 금리를 동결한 결정이 잘못이었음을 방증한다. 향후 지표 흐름이 예상보다 큰 폭의 추가 인하를 요구할 것”— 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ANZ은행 경제팀도 “6월 고용지표는 ‘소프트’하다”며 8월 회의에서 25bp 추가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한발 더 나아가 “연말까지 누적 50bp 이상 인하” 가능성을 점쳤다.

글로벌 증시 환경도 호주 증시에 우호적이다. 17일 뉴욕증시가 S&P 500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고, 이는 시차를 두고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확산됐다. 해외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호주 시장 특성을 고려할 때, 이번 주 외국인 매수세 증가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왜 금리 인하 기대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까?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기업의 차입 비용을 낮추어 이익 개선 기대를 높이고, 배당 매력이 큰 은행·리츠(REITs)·고배당 자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채권금리 하락은 주식 대비 상대가치를 높여 포트폴리오 재배분 수요를 자극한다.

중앙은행의 딜레마도 존재한다. 고용 부진 속 물가는 둔화되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반등과 호주 달러 약세는 수입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RBA가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에서 ‘핀셋 통화정책’을 요구받고 있음을 뜻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필자 견해로는, RBA가 8월 회의에서 소폭(25bp) 인하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고용·소비 둔화는 명확하지만, 4분기로 갈수록 원자재 가격 회복세가 물가에 압력을 가할 수 있어, ‘연속 인하’보다는 간헐적 조정 형태가 될 것이다. 주식시장 측면에서는 경기민감주보다 고배당·필수소비재·인프라 종목이 상대적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와 중국 경기 모멘텀에 따른 무역 수요 변화가 호주 경제에 미칠 파급력은 변수다. 투자자라면 RBA 정책 기대만을 근거로 한 단기적 ‘모멘텀 플레이’보다는, 실적·현금흐름이 안정적인 종목 위주로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용어 설명: ASX 200은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2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금리 변동 폭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0.01%포인트)로, ‘25bp 인하’는 0.25%포인트 내린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현지 언론 보도 및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