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이 최근 실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을 점진적·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셸 불럭 RBA 총재는 시드니에서 열린 연설에서 “최근 노동시장은 예측 범위 내에서 완만하게 둔화되고 있다”며 “6월 실업률 4.3%는 전혀 ‘충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 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며, 기존 전망과 부합하는 속도로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럭 총재에 따르면 6월 실업률 상승에도 불구하고 구인 공고 비율(vacancy rate)과 기타 선행지표는 추가 급등을 시사하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조정 방식 — ‘고용 유지’에 방점
불럭 총재는 최근 몇 년간의 노동시장 재조정이 주로 구인 감소·근로시간 축소·자발적 이직 감소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규모 해고보다 충격이 덜해 경제 전반의 파급효과를 최소화한다는 평가다.
“노동시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조정될 수 있다. 우리는 일정 수준의 ‘해고 수치’와 같은 단일 지표에 집착하지 않는다.” — 미셸 불럭 RBA 총재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2~3%)로 되돌리면서도 노동시장의 고용 창출 성과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깜짝 동결’ 이후 시장의 시선 — 8월 회의가 분수령
RBA는 이달 초 시장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3.85%로 동결했다. 당시 시장은 0.25%p 인하를 확신했으나, 이사회는 추가 데이터를 지켜본 뒤 8월 결정하겠다는 ‘관망’을 택했다.
동결 결정 이후 발표된 6월 실업률(4.3%)은 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로 뛰어올랐고, 채권 및 스왑시장은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100% 반영했다.
물가 — 목표 범위 복귀, 그러나 2분기 변수 주시
불럭 총재는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게 나올 위험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는 점진적 완화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기조인플레이션(Core CPI)은 1분기 2.9%로 정점(6.8%)에서 크게 꺾이며 목표 범위 안으로 진입했다. 오는 주 발표 예정인 2분기 수치는 2.7% 안팎으로 추가 둔화를 예고한다.
그는 “호주의 금리는 다른 선진국만큼 높지 않았기 때문에, 인하 폭도 그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아두면 좋은 개념 정리
구인 공고 비율(Vacancy Rate)은 민간·공공 부문의 미충원 일자리 비율을 뜻한다. 해당 지표가 하락하면 기업의 채용 수요가 둔화되고 있음을, 상승하면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발적 이직(Voluntary Job Switching)은 근로자가 스스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를 가리킨다. 경기 호황기에는 인력 쟁탈전이 치열해 자발적 이직이 활발하지만, 경기 둔화기에는 이직 기회가 줄어든다.
전문가 시각 — ‘속도 조절’이 향후 변수
본지 취재진이 취합한 시장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는 “노동시장 완화가 이미 빠르게 진행 중인 만큼, 8월 0.25%p 인하 후 추가 인하가 연내 세 차례 이상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면, 또 다른 진영은 “임금 상승률과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RBA가 ‘연착륙’을 위해 인하 속도를 크게 늦출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2분기 CPI, 다음 달 고용보고서, 그리고 8월 이사회 의사록이 ‘속도 조절’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일단 단기 국채 수익률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호주 부동산·소매 섹터가 향후 6개월간 정책 변화에 따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경제가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 수요 약세 등 외부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RBA의 ‘점진적 인하’ 전략이 성공적 연착륙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