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로이터] — 호주 연방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은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이 예상한 수준으로 둔화됐다며 “매우 환영할 만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서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앤드루 하우저(Andrew Hauser) RBA 부총재는 시드니에서 열린 Barrenjoey Economic Forum 기조연설에서 “물가가 예상대로 둔화된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금리를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점진적이고 신중한 접근법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점진적(measured)·단계적(gradual)” 전략을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 하우저 부총재는 “어제 나온 지표를 두고 일부에서는 ‘탁월하다’, ‘최고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우리는 ‘매우 환영할 만하다’고만 말하겠다”며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우리는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개인이 아닌 이사회(board)의 집단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9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해 2019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근원물가(core inflation)도 2.8%로 3년 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 둔화가 확인되자 채권·파생상품 시장은 8월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25%포인트(¼ percentage point) 인하 가능성을 95%까지 가격에 반영했다.
그러나 RBA는 이달 초 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3.85%로 동결해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이사회는 “추가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다수 의견에 따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전망도 논의의 핵심이었다. 하우저 부총재는 “실업률이 4.3%로 예상 밖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거의 완전고용에 근접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실업률이 급등한다면 당연히 대응하겠지만, 이것이 중앙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장 일각에선 “RBA가 최근 들어 예측불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우저 부총재는 이에 대해 “비예측성(unpredictability)이 새로운 표준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충격(shock)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그때마다 우리는 ‘옳지만 예상 밖’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용어·배경 설명
• 근원물가(Core Inflation) : 계절성·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지표로, 중앙은행이 정책결정을 할 때 더 중시하는 잣대다.
• ¼ Percentage Point(Quarter Point) : 0.25%포인트를 의미하며, 주요 중앙은행이 단기금리를 조정할 때 흔히 사용되는 조정 단위다.
• 완전고용(Full Employment) : 실업률이 경제 구조상 불가피한 자연실업률 수준에 근접해 노동력이 거의 전부 활용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호주에서는 대략 4% 안팎이 자연실업률로 추정된다.
기자 해설·전망
RBA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둔화를 확인한 뒤에야 완화 국면으로 전환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3.85%라는 제한적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면서도, 물가·고용지표가 추가로 개선되면 8월 회의에서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음을 시장에 시사했다. 다만 호주 달러의 환율 영향, 가계부채 증가, 중국 경기둔화 등 외부 변수와의 상호작용에 따라 속도·폭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중기적으로 호주 경제는 강력한 이민 확대와 인프라 지출로 소비·투자를 떠받치고 있지만, 주택시장 과열과 기업 비용 압박은 여전히 리스크다. 이번 발언은 물가상승률이 목표범위(2~3%)로 되돌아가기 전까지는 너무 빠른 금리 완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결국 8월 인하 여부는 향후 몇 주 동안 발표될 소매판매·임금지수·서비스물가 등 고빈도 지표에 달려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