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와이즈테크, AI 기반 효율성 강화 위해 일부 인력 감축 단행

시드니 본사 물류 소프트웨어 기업 와이즈테크 글로벌(WiseTech Global)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사 차원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한다고 확인했다. 회사 측은 로이터가 보낸 이메일 질의에 대해 “영향을 받는 인원 규모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구조조정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AI·자동화 중심의 업무 재설계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AI 기반 솔루션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조직 역시 이에 맞춰 유연하게 재편돼야 한다”면서 “중복 업무저부가가치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자동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Australian Financial Review는 사내 이메일을 인용해 주빈 아푸(Zubin Appoo) 최고비서실장이 직원들에게 “사업 전반에 걸쳐 AI 활용도를 높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와이즈테크는 플래그십 제품인 CargoWise 플랫폼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24 회계연도 말(6월 30일) 기준 38개국에 약 3,5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CargoWise는 글로벌 포워더·통관사·운송사 등이 하나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화물 흐름을 관리할 수 있게 해주는 통합 솔루션이다.

회사 대변인은

“전환 과정에서 영향받는 모든 구성원에게 전문 전직지원(outplacement) 서비스를 포함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제공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전직지원 서비스란 해고·퇴직 대상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상담·교육·취업 알선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기술업계 인력 감축 트렌드도 와이즈테크의 결정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잇따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NASDAQ: MSFT)는 전체 인력의 약 4%에 해당하는 감원을 발표했다. 또 아마존(NASDAQ: AMZN), 메타 플랫폼스(NASDAQ: META), 알파벳(NASDAQ: GOOGL) 산하 구글 등도 최근 수년간
연속적으로 고용 규모를 축소했다.

왜 AI가 ‘인력 감축’과 연결될까?

AI 모델을 학습·운영하려면 고성능 GPU, 대용량 데이터센터, 연구개발 인력 등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수다. 기업들은 제한된 자원을 보다 전략적인 영역에 집중하기 위해 중복 인력·지원 부서 등 ‘비핵심 영역’을 줄이는 방식으로 투자 재원을 확보한다. 와이즈테크 역시 동일한 논리를 적용해 ▲자동화로 대체 가능한 업무성장 모멘텀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부문을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 시각 : 리스크와 기회

호주 IT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조직 안정성 훼손, 인력 유출, 사내 사기(士氣) 저하 같은 부작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CargoWise의 기능 고도화·제품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시장에서 AI 기반 예측·최적화 솔루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선제적으로 AI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호주 노동시장에서는 기술직 중심의 ‘채용→감원→재채용’ 사이클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신기술 도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요구되는 역량 스펙트럼이 달라지기 때문인데, “AI 설계·데이터 과학·사이버보안” 등 고급 기술력 보유자는 오히려 몸값이 오르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는 중이다.

향후 관전 포인트

투자자들은 오는 2025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감원 이후 영업이익률 개선 폭 ▲AI·R&D 투자 증가율 ▲CargoWise 신규 고객 확보 실적 등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구조조정 효과가 숫자로 확인된다면 주가 리레이팅(재평가)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다. 반대로 경쟁사 대비 기술 우위 확보에 실패하거나, 인력 유출로 제품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경우 비용 절감 이상의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이번 와이즈테크 글로벌의 선택은 단순한 인력 감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AI 전환 가속화라는 거대한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기업이 어떻게 “사람”과 “기술” 사이 균형점을 찾아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