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금 자산 성장 가속…해외 투자 늘며 외환 헤지 규모도 대폭 확대될 전망 – RBA 부총재

시드니발 —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의 앤드루 하우저 부총재는 16일(현지 시각) “향후 10년 안에 호주 연금(슈퍼 애뉴에이션) 부문의 총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180%까지 불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환 헤지(forex hedging) 전략이 지금보다 훨씬 확대·다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하우저 부총재는 시드니에서 열린 CLS뱅크 인터내셔널(글로벌 결제·청산 전문기관) 이사회 연설문을 통해 “슈퍼 펀드 자산의 상당 부분이 해외 증권으로 이동함에 따라 호주 달러는 여전히 ‘자연스러운 헤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규모의 경제가 커질수록 기존 구조만으로는 위험을 상쇄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미·중 무역 갈등으로 촉발된 주가 급락 국면에서 호주 연금 운용사들이 주식 헤지 비율을 소폭 늘리긴 했으나,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단기간에 큰 폭의 헤지 확대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는 크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 달러의 지위 약화나 호주 헤지 모델의 종말을 예상하는 전망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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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펀드 자산 1조 호주달러 헤지 규모로 두 배 확대 가능성

하우저 부총재는 “현재 슈퍼 펀드 총자산 규모는 GDP 대비 150% 수준이지만, 고령화에 따른 퇴직연금 납입액 증가로 2035년경 180%에 이를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환 헤지 포지션 총액이 현재의 두 배인 1조 호주달러(A$)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포트폴리오가 주식 중심에서 채권·현금·대체투자로 이동하면 1자산 변동성은 낮아지지만1, 헤지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고 설명했다.

또한 “펀드 회원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확정 수익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져 주식 비중은 축소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정금리 상품—특히 해외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며 “채권은 주식 대비 헤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외환 파생상품 거래량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헤지 공급자 다변화’와 ‘증거금 요구’ 부담

하우저 부총재는 “헤지 비율 확대 과정에서 현재 주요 거래 상대방에 집중된 노출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장 집중도 규제(concentration limits)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슈퍼 펀드들은 은행, 증권사, 비은행 파생상품 유동성 공급자 등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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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각국 감독당국이 마진 콜·증거금 요건을 강화하고 있어, 헤지 포지션에 대한 담보·유동성 확보가 조만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제도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급격한 시장 변동 시 헤지 자체가 유동성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자연 헤지’로서의 호주달러, 그러나 구조 변화 대비 필요

현재 호주 연금 업계가 비교적 낮은 외환 헤지 비율을 유지해 온 배경은, 호주달러가 위험자산 가격 변동과 동조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미 증시가 하락하면 호주달러도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어, 해외 주식 평가손 일부가 환차익으로 상쇄된다. 이를 업계에서는 ‘자연적 헤지(natural hedge)’라고 부른다.

그러나 하우저 부총재는 “글로벌 자본 이동 구조가 빠르게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품 가격 사이클, 미 달러 금리 차, 지정학적 리스크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호주달러의 상관관계가 약화될 수 있다”며 “따라서 슈퍼 펀드들은 다양한 시나리오별 리스크 관리 능력을 조속히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CLS 뱅크와 외환 결제 인프라에 대한 이해

CLS Bank International은 세계 주요 통화의 동시 결제(PvP·Payment versus Paymen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외환 거래에서 결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핵심 인프라로, 매일 평균 5조~6조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다. 하우저 부총재가 이사회에 초청된 것은 호주 금융시장의 헷지 동향이 글로벌 유동성·시스템 리스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국내외 외환 전문가들은 “호주 슈퍼 펀드의 헤지 필요성이 커지면 기관 투자가 대상 장기 통화스왑·선도환(Forward)·옵션 시장이 확대돼 파생상품 유동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다만, 일부는 “채권 비중 확대가 고착될 경우 금리·신용 위험 관리가 새 과제로 부상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한국 국민연금, 일본 GPIF 등 아시아 대형 연기금도 해외 채권 투자를 늘리며 유사한 헤지 전략을 고민 중이라는 점에서, 호주 사례역내 연금 운용 모델의 벤치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용어 해설

• 외환 헤지(Forex Hedging) :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물, 스왑, 옵션 등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하는 전략.
• 슈퍼 애뉴에이션(Superannuation·Super Fund) : 호주식 퇴직연금 제도·기관을 통칭. 회사와 근로자가 일정 비율을 강제 납입하며, 운용 수익은 노후 자산으로 적립된다.
• PvP 결제 : 외환 거래 양 통화의 결제가 동시에 이뤄져 결제불이행 리스크를 제거하는 방식.


※ 본 기사는 원문 기사 내용에 근거해 작성됐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장 배경·용어 설명 및 전문가 시각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