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서호주 핵잠수함 조선단지에 120억 호주달러 투자

시드니발 — 호주 정부가 120억 호주달러(약 80억 달러)를 투입해 서호주 퍼스 인근에 대규모 국방 조선·유지보수 단지를 조성한다. 해당 시설은 오스트레일리아·영국·미국이 2021년 체결한 안보 협력체계 AUKUS에 따라 차세대 핵추진 공격잠수함을 건조·정비하는 핵심 거점이 될 예정이다.

2025년 9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중국의 인도-태평양 진출에 대응해 잠수함 전력을 확보하려는 호주의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앞서 호주·영국·미국 세 나라는 AUKUS를 통해 2030년대부터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핵추진 잠수함을 호주에 판매하고, 이후 새로운 ‘AUKUS급’ 잠수함을 공동 설계·생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호주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이번 조선단지는 서호주뿐 아니라 호주 전체의 지속 가능한 함정 건조 생태계핵잠수함 운용 체계에 필수적”이라며 “연방 노동당(중도좌파) 정부는 국가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해 국방 예산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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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는 지난해에도 퍼스 남부 헨더슨(Henderson) 조선소 시설 현대화에 1억 2,700만 호주달러를 우선 투입했으며, 향후 20년간 수십억 호주달러를 추가로 들여 해당 부지를 AUKUS 잠수함 유지·보수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신설되는 조선단지는 해군 전력뿐 아니라 육군 상륙주정(Landing Craft)다목적 프리깃함(General-Purpose Frigate)도 건조해 약 1만 개의 지역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서호주 경제 다변화와 방위 산업 기술 저변 확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투자는 호주가 핵추진 잠수함 보유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를 제공한다” — 호주 국방부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민주 양당이 모두 AUKUS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대중(對中) 전략경쟁 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들은 7월 공동성명을 통해 “AUKUS는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미국 및 동맹국의 안보에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엘브리지 콜비(Elbridge Colby) 미 국방부 정책 차관보가 진행 중인 협정 검토와 별개로, 의회 차원에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달, 호주와 영국은 향후 50년간 국방·원자력 협력을 강화하는 양자 조약을 체결했다. 캔버라 정부는 “AUKUS가 순조롭게 이행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하며, 잠수함 도입·건조 일정과 예산 확보가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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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KUS란 무엇인가?

AUKUS는 Australia-United Kingdom-United States의 머리글자를 딴 3자 안보 파트너십이다. 주요 내용은 ① 호주 핵추진 잠수함 획득 및 운용 역량 개발, ② 미·영 양국의 첨단 군사 기술 및 정보․전자전 협력 확대다. 핵추진 잠수함은 핵연료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며, 재래식 잠수함 대비 기동력·은밀성이 탁월하다.

다만 핵추진 잠수함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핵비확산조약(NPT) 상 민감 기술로 분류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호주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격한 사찰 체제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며, 폭발성 핵물질을 생산·배치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국방·안보 분야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이 호주의 방위 산업 생태계 자립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원자력 추진체계, 복합소재 선체, 반도체 기반 센서 등 첨단 부품의 국내 조달 비중을 높이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숙련 인력 양성을 위한 직업훈련 및 연구개발(R&D) 예산이 동반되면 서호주 지역의 고용 안정성과 기술 혁신이 동시에 촉진될 전망이다.

반면, 투자 규모가 일반 예산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국방 예산 급증이 복지·교육 재원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향후 20년 이상 지속될 프로젝트의 비용 초과 및 일정 지연 리스크가 거론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기별 진척 상황을 공개하고, 의원 및 시민사회의 감시를 받도록 한층 명확한 투명성 프레임워크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환율 기준(1 호주달러 = 0.6646 미 달러) 변동에 따라 실제 투자액 환산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추가적인 재무 변수로 지적된다.


(1 달러 = 1.5044 호주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