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의회, 20% 학자금 탕감 법안 통과
호주 연방의회가 7월 31일 학자금 대출(HELP·HECS) 원리금의 20% 일괄 감면을 골자로 한 법안을 가결했다. 이번 조치로 3백만 명의 대출 이용자가 총 A$160억(미화 약 103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덜게 됐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앤서니 알바니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노동당(Labor Party)이 2025년 5월 총선에서 거둔 역대 최대 규모 재집권 이후 의회에서 통과시킨 첫 번째 주요 입법이다. 노동당은 선거 과정에서 “생활비 상승 압박을 완화하고, 세대 간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알바니지 총리는 성명에서 “
교육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빚을 짊어져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의회로 돌아온 뒤 첫 번째 과제로 학생 부채 경감을 약속했고, 오늘 그 약속을 지켰다”고 밝혔다.
교육장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조치는 젊은 세대의 어깨 위에 놓인 짐을 들어 올려줄 것”이라며 “밀레니얼과 Z세대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지지에 대한 신뢰의 보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을 위한 선택지를 보았고, 수백만 명이 그 선택지를 믿고 투표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내용 및 세부 조항
정부 자료에 따르면, 학사 학위 기준 평균 대출액 A$27,600을 보유한 졸업생은 이번 법안으로 A$5,520를 즉시 탕감받는다. 탕감 조치는 2025년 6월 1일부터 소급 적용되며, 이는 대출 잔액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3.2% 인상되기 직전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최저 상환 소득 기준이 현행 A$54,435에서 A$67,000로 상향돼, 저소득·초임 근로자들의 상환 부담이 완화된다. 이는 생활비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계층이 대출 상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세대별 투표 지형 변화가 법안 통과 견인
2025년 총선 유권자(1,800만 명) 가운데 밀레니얼·Z세대 비중은 43%에 달했다. 베이비붐 세대(1946~64년 출생)를 처음으로 앞지른 것이다. 정부는 “인구통계학적 전환이 정책 방향에 직접 영향을 미친 대표 사례”로 이번 법안을 제시했다.
밀레니얼(Me Generation)과 Z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잇단 경제 충격과 주택 가격 폭등으로 자산 축적 기회가 제한된 세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 인플레이션 연동(indexation)이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확대했다”고 지적해 왔다.
지급·재원 조달 방식은?
재무부에 따르면, 부채 감면 재원은 2025~2026 회계연도 일반예산에서 충당된다. 정부는 초과 세수, 자원 수출 관세 인상분, 낙전 효과를 통한 세입 등을 통해 약 A$200억의 재원 여력을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야당은 “지속적인 재정 여건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제·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소비 여력 증가를 자극해 내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빚을 줄여도 높은 임대료·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 실질 소비 증가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환율 기준 ($1 = 1.5516 AUD)으로 환산하면, 정부가 감면하는 총액 A$160억은 미화 약 103억 달러에 해당한다.
※ HELP(High Education Loan Program)·HECS(Higher Education Contribution Scheme)는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 제도다. 졸업 후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 국세청(ATO)을 통해 자동 상환되며, 원리금이 매년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연동돼 조정되는 구조다.
전문가 시각
경제학계에서는 “이번 법안으로 20대 후반~30대 초반 가계의 디레버리징이 촉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상환 임계소득 상향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가계 부채 총량을 줄이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드니대 재무학부의 사만다 리 박사는 “학자금 장기 상환 구조를 근본적으로 손질하지 않는 한, 연동 방식에 따라 부채 규모가 다시 불어날 위험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주택담보대출(LVR) 완화, 임대료 상한제 등 추가적인 생활비 경감 패키지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방침이 제시됐다. 반면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연합(LNP)은 “단기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