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금융당국, 금리 하락기 주택대출 점유율 경쟁 속 대출심사 완화 자제 경고

시드니/로이터—호주 금융감독기관인 호주 건전성감독청(APRA)금리 하락 국면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대출심사 기준을 완화하지 말 것을 주요 은행들에 경고했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호주 주택대출 시장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로 시스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2025년 11월 1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APRA는 최신 보고서에서 호주의 은행과 슈퍼애뉴에이션(퇴직연금) 펀드1년간 지속되는 금융시장 충격과 운영 중단을 견딜 수 있는지 평가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부문 내 내성(resilience)이 확인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대출심사 기준 유지가 시스템 안정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APRA는 첫 시스템 전반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지정학적 갈등,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사이버 위협현실적으로 발생 가능한 심각한 충격이 상호 밀접히 연결된 호주 금융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종합 점검했다. 이 평가는 은행과 연금, 기타 금융기관 간 상호연계성으로 인한 충격 전이 경로를 가정하고, 신용손실·유동성·운영리스크를 다각도로 모의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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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특히 대형 은행들에 대해, 모기지 부문을 포함한 전반의 대출심사 기준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시스템 전반 충격이 발생할 경우에도 금융부문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APRA는 높은 가계부채가 호주 금융시스템의 핵심 취약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하락과 경쟁 격화가 맞물릴 경우, 과도한 차입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다.

“예컨대 차입자의 대출 수요를 늘리는 금리 하락대출심사 기준의 저하와 동시에 발생하면, 위험한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그 경우 가계부채가 추가로 증가하고, 일부 가계는 상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런 환경에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면 연체율 상승은행의 신용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APRA는 또한 주택 투자자 대상 신용공급지난 10년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일부 차입자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9월 분기 신규 투자자 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투자자들이 새로 취급한 모기지는 약 A$400억(미화 $259.3억)에 근접했다. 이는 투자 수요의 회복레버리지 확대 유인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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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A$1.6조 규모의 주택대출 시장에서는 지난 1년 사이 경쟁이 급격히 심화했다. 은행들은 자산관리·자문해외사업 등 비핵심 부문을 축소하고, 모기지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해 가격·조건 경쟁을 강화해 왔다.

호주커먼웰스은행(CBA)은 6월 30일 종료된 회계연도 기준 주택대출 잔액A$6,647억으로 6%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 밖의 주요 은행들도 9월 30일 종료된 회계연도 동안 약 5%의 성장을 보고했다.

환율 주석1: 보고서 말미 기준 $1 = A$1.5427(호주달러).


분석: 왜 지금 ‘대출심사 기준’인가

이번 APRA의 메시지는 금리 하락이 촉발하는 수요 확대경쟁 심화라는 두 압력이, 현장에서 심사 기준 완화라는 형태로 분출할 위험을 겨냥한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제시한 대로 충격은 지정학·물가·기후·사이버 등 다양한 경로로 동시다발적으로 도래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취약한 고리는 이미 높은 가계부채투자자 레버리지다. 따라서 감독당국은 “지금 완화하면, 나중 충격에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교훈을 재확인한 셈이다.

또한 투자자 대출의 급증은 사이클 상 후행적으로 리스크가 높아지는 구간과 맞물리기 쉽다. 투자 목적 대출은 상환 여력의 변동성이 자가 거주 수요보다 크고, 임대 수익·가격 기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APRA가 해당 흐름을 별도로 지목한 이유다. 이에 비해 시스템 전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견딜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더라도, 기준 완화가 병행되면 연체·손실의 분포 꼬리가 두꺼워질 수 있다.

은행들의 모기지 집중 전략 역시 단기적으로는 수익 기반을 확대하지만, 산업 전반의 가격 경쟁신용 기준 약화 유인을 강화한다. 감독의 메시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질 관리’를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완화의 유혹이 커질수록 신용 기준의 투명한 유지스트레스 가산 같은 장치가 중요해진다.


핵심 인용구

“금리 하락이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시기일수록, 기준 저하는 위험대출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 환경에서 경제 충격이 겹치면, 연체율 상승은행 신용손실 확대가 발생할 수 있다.”


숫자로 보는 현황

신규 투자자 대출: 전년 동기 대비 +18.7% (9월 분기 기준) — 약 A$400억에 근접(미화 약 $259.3억)
호주 주택대출 시장 규모: A$1.6조
CBA 주택대출 잔액: A$6,647억(회계연도 기준 +6%)
타 주요 은행 성장률: 약 +5% (9월 30일 종료 회계연도)


용어 설명

APRA(호주 건전성감독청): 은행·보험·연금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자본·유동성 규제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점검한다.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 호주의 퇴직연금 제도로, 사용자와 근로자가 적립해 운용하는 기금이다. 금융시스템의 중요한 장기 투자자다.
시스템 전반 스트레스 테스트: 거시·금융 충격을 가정해 자본·유동성·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모형 실험이다. 기관별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전체의 연쇄 반응을 분석한다.
모기지 시장 점유율 경쟁: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금리·조건에서 경쟁하는 현상이다. 대출 기준 완화는 단기 점유율 확대를 유도할 수 있으나, 신용위험 상승을 초래한다.
투자자 대출(Investor loans): 자가 거주 목적이 아닌 임대·투자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가격 변동과 임대 수익에 민감해 경기 충격 시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
가계부채 취약성: 소득 대비 높은 부채 수준이 금리·소득 충격에 대한 민감도를 키우는 현상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