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로이터)— 호주 인터넷 감독 기관인 eSafety 위원회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자사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아동 성착취물(Child Sexual Abuse Material·CSAM) 문제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며, 특히 YouTube가 감독 당국의 질의에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2025년 8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eSafety 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는 Apple과 YouTube가 사용자로부터 접수한 CSAM 신고 건수를 추적하지 않았으며, 해당 신고에 대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가 공개되기 불과 일주일 전 호주 정부는 eSafety 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세계 최초의 소셜미디어 접근 금지 조치에 유튜브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당초 면제 대상으로 거론되던 유튜브가 최종적으로 규제 대상에 편입된 것이라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플랫폼 운영사에 자율적으로 맡겨 두면, 이들은 아동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서비스 내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눈을 감고 있는 셈”이라고 eSafety 위원장 줄리 인먼 그랜트(Julie Inman Grant)는 성명을 통해 비판했다.
그녀는 이어 “어느 소비자 대상 산업도 자사 시설·서비스에서 이렇게 끔찍한 범죄가 일어나도록 방치하며 영업 허가를 받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구글(알파벳)은 “당사 플랫폼에 학대물은 있을 수 없다”며, 해시 매칭·인공지능(AI) 등 업계 표준 기술을 통해 신속히 삭제하고 있다고 해명해 왔다. 메타(Meta) 또한 전 세계 3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에서 “그래픽한 영상은 엄격히 금지한다”고 밝혔다.
주요 플랫폼 8곳에 대한 조사
eSafety 위원회는 애플·디스코드·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스카이프·스냅·왓츠앱 등 8개 기업에 대해 CSAM 대응 조치를 법적 명령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보고서는 이들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종합해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플랫폼은 ‘CSAM 실시간 스트리밍’을 탐지·차단하지 못하거나, 이미 알려진 아동 학대물 링크를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하는 등 광범위한 안전 공백(safety gap)을 드러냈다.
특히 일부 서비스는 모든 영역에서 해시 매칭(hash-matching) 기술을 적용하지 않아, 기존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이미 식별된 학대 이미지를 걸러내는 데 한계를 보였다. 구글은 기존 입장문을 통해 “해시 매칭과 AI를 포함한 다층적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강조했다.
eSafety 위원회는 “지난해와 지지난해 이미 해당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음에도, 다수 사업자가 아직까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애플과 구글 유튜브의 경우, 자사 서비스에서 발생한 CSAM 신고 건수와 트러스트&세이프티(Trust & Safety) 인력 규모조차 답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인먼 그랜트 위원장의 추가 설명이다.
전문가 해설: 해시 매칭 기술이란?
해시 매칭은 이미지·동영상 파일을 고유한 숫자 조합(해시 값)으로 변환해 국가·국제기구가 관리하는 불법 콘텐츠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함으로써, 이미 확인된 CSAM을 자동으로 식별·차단하는 기술이다. 효율성과 정확성이 높지만, 플랫폼 전체 생태계에 100% 적용하려면 고도의 인프라 투자와 인력 배치가 필수적이다.
eSafety 위원회의 역할과 한계
2015년 출범한 eSafety 위원회는 온라인 사용자 보호를 위한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전담 감독 기관으로, 강제력 있는 정보 요구·벌금 부과 권한을 보유한다. 그러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자발적·선제적으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 한, 규제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된다.
기자 시각
이번 보고서는 호주 정부가 10대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강력한 소셜미디어 접근 제한 정책의 근거 자료가 됐다. 향후 미국·EU 등 다른 사법권에서도 유사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콘텐츠 안전 인프라 투자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시에 언론·시민단체가 요구하는 투명성 보고 기준이 더욱 상향될 것으로 보여, 빅테크와 규제기관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튜브가 호주 정부의 10대 접근 금지 대상에 포함된 것은 상징성이 크다”며 “청소년층 유입이 서비스 성장을 견인하는 만큼, 각사 최고경영진의 대응 전략이 곧 공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