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통화정책의 방향성, ‘신중함’으로 요약되다
호주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 총재인 미셸 불록(Michele Bullock)이 24일 시드니 연설에서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만큼 통화정책 완화는 ‘측정되고 점진적인(measured and gradual)’ 접근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물가가 완만한 둔화 국면에 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지표가 크게 악화되지 않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불록 총재는 6월 실업률이 눈에 띄게 상승했으나, 구인·구직 비율(vacancy rate) 등 다른 선행지표들은 최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전반적으로 선행지표들은 단기간 안에 실업률이 추가적으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고용률(취업자수/전체 인구 비율)은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있어 다른 선진국과 대조적”이라고 부연했다.
통화정책 스탠스
불록 총재는 “올해 2월 이후 기준금리(cash rate)를 총 50bp(0.50%포인트) 인하했다”며 “이사회는 여전히 점진적이고 신중한 통화 완화 기조가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AUD 반응
연설 직후 외환시장에서 호주달러/미달러(AUD/USD) 환율은 0.3% 상승했는데, 이는 시장이 ‘인하 속도 지연 → 호주달러 강세’ 시나리오를 반영한 결과다.
물가 상황과 정책 여력
불록 총재는 2분기 소비자물가(CPI)가 중앙은행 목표범위인 2~3% 중단(밴드 하단)으로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시적 생계비 지원책(cost-of-living relief measures)이 물가 하락에 부분적으로 기여했음을 감안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거듭 피력했다.
“물가 기대가 고정(anchor)돼 있었기에 우리는 글로벌 중앙은행들보다 덜 공격적인 긴축 경로를 밟을 수 있었다.” — 미셸 불록 총재
실제 RBA의 기준금리는 4.35%에서 정점을 찍었는데, 이는 미국·영국 등 주요국이 5%대를 상회한 것과 대비된다.
리스크 요인과 중앙은행의 대응
불록 총재는 “글로벌 경기 충격이 발생할 경우 단호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미·중 무역전쟁 등 ‘심각한 하방 리스크’가 완화되는 조짐을 언급했다.
그녀는 “호주인의 경제적 복리를 극대화하는 길은 낮고 안정적인 물가와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용어 해설 및 배경 맥락
현금 금리(Cash Rate): RBA가 시중은행 간 초단기(하루) 자금 거래에 적용하는 기준 이자율이다. 한국의 ‘기준금리’와 유사한 개념으로, 중앙은행이 통화량과 경제 전반의 유동성을 조절하는 핵심 레버(leverage)다.
구인·구직 비율(Vacancy Rate): 경제 전반에 걸친 기업의 채용 의사를 보여 주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인력 충원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음을 뜻해, 노동 수요 강세의 신호로 해석된다.
완전고용(Full Employment): 실업이 구조적·자발적 수준만 존재해 추가 통화부양책을 쓰더라도 더 이상 실업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RBA는 물가 안정 목표와 병행해 ‘완전고용 유지’를 명시적 정책 목적 중 하나로 삼아 왔다.
기자 관점: 정책 시사점과 시장 반응
본 기자는 이번 발언을 통해 RBA가 ‘물가 안정 → 금리 인하’로 직행하기보다는, 노동시장 체력과 국제적 불확실성을 면밀히 점검한 뒤 점진적으로 행동한다는 메시지를 재확인했다고 본다. 호주 경제는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특수성을 지녔기에, 글로벌 무역 갈등 완화 여부가 통화정책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고용이 튼튼한 가운데 금리를 천천히 내리면 주택가격 반등과 가계부채 증가 리스크가 재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이번 발언에 즉각적 환율 반응이 나타난 것은, 시장이 ‘매파적 인하(dovish hike 반대 개념)’로 해석하며 조정에 나섰음을 방증한다.
결국 RBA는 물가와 고용이라는 쌍두마차를 조화롭게 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으며, 이번 연설은 그 균형의 무게추가 고용 쪽에 조금 더 실려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