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준비은행(RBA)이 최근 물가 상승 흐름과 회복 조짐을 보이는 경기, 그리고 글로벌 불확실성을 함께 저울질한 끝에 기준금리를 3.60%로 동결했다. 통화정책 결정문에서 RBA는 인플레이션이 9월 분기에 ‘되살아났다(picked up)’고 평가하며, 향후 몇 분기 동안 기조 인플레이션이 3%를 상회할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신중한 스탠스를 분명히 했다.
2025년 11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RBA는 시장 예상대로 현행 3.60%의 정책금리를 유지했다. 이는 8월에 단행한 25bp(0.25%포인트) 인하 이후 9월에 완화 사이클의 일시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11월 회의에서도 추가 변화를 보류하는 결정이다. 중앙은행은 “최근 더 끈질긴 물가 압력의 증거”를 거론하며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강조했다.
결정의 배경으로 RBA는 9월 분기 트림드 평균(Trimmed mean) 인플레이션이 분기 기준 1.0%q/q, 연율 3.0%y/y로 집계돼, 8월 당시 예상치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헤드라인(총합) 인플레이션 역시 일부 주(州)에서 전기요금 리베이트가 만료되면서 3.2%로 상승했다. 중앙은행은 이 같은 상승분 중 일부는 일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하면서도, 근본적 가격 압력(기조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에 3% 아래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그리고 최근 더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의 증거를 고려하여, 이사회는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 RBA 통화정책 결정문
RBA는 향후 몇 분기 동안 기조 인플레이션이 3%를 상회한 뒤 2027년 무렵 약 2.6% 수준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경로를 제시했다. 동시에 중앙은행은 지표 유입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나 재인상에 앞서, 물가 데이터·고용지표·주택시장 활력 등 핵심 변수의 추이를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실물경제와 고용과 관련해 RBA는, 그동안의 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에 점차 파급되며 민간 수요와 주택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약간(a little)” 타이트하며, 9월 실업률은 4.5%였다. 이는 임금·서비스 가격 측면의 상방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였다. RBA는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재확인하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강조했다. 시장은 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유지와 경기 회복 조짐에 대한 신중한 낙관이 절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 요약
– 정책금리: 3.60% 동결(예상 부합)
– 최근 정책 경로: 8월 25bp 인하 → 9월 완화 사이클 일시 중단 → 11월 동결 유지
– 인플레이션 지표: 트림드 평균 1.0% q/q, 3.0% y/y; 헤드라인 3.2%(전기요금 리베이트 종료 영향 반영)
– 전망: 기조 인플레이션은 수개월간 3% 상회 후 2027년경 2.6% 근방 완화
– 고용: 노동시장 ‘약간 타이트’, 9월 실업률 4.5%
– 의사결정: 이사회 만장일치, 물가 안정·완전고용 목표 재확인
용어 해설 및 맥락
트림드 평균(Trimmed mean) 인플레이션은 물가 변동 폭이 극단적으로 큰 품목을 일정 비율 잘라낸 뒤 평균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일시적·일회성 충격을 제거해 기조적 물가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반면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전체 품목을 그대로 반영해, 유가·전기요금 같은 변동성이 큰 항목의 영향이 크게 드러난다. 이번 분기의 경우 일부 주(州)에서 전기요금 리베이트(정부 보조)가 종료되며 총합 물가가 추가로 상승했다.
‘신중 기조’는 중앙은행이 정책 방향을 서둘러 바꾸기보다, 확인 가능한 지표가 누적될 때까지 관망하며 균형을 잡는 접근을 뜻한다. 인플레이션의 재가속(picked up) 신호가 확인된 만큼, 성급한 완화 확대는 물가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필요 이상으로 긴축적으로 대응하면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RBA의 메시지는 바로 이 물가-성장 간 상충을 정교하게 관리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또한 만장일치라는 점은 정책 일관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요소다. 이사회 내 시각 차가 작다는 것은, 향후 정책 경로도 데이터에 기반해 점진적이고 예고 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회의까지 물가 지표의 모멘텀, 노동시장 냉각 여부, 주택 활동의 과열·안정 신호 등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전망과 시사점
RBA의 이번 동결은 물가 재상승 신호에 대한 경계와 경기 회복 징후를 동시에 고려한 결과로, 데이터 의존적·점진적 정책을 예고한다. 기조 인플레이션이 3%를 웃도는 구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공식 전망은, 조기·추가 완화에 제동을 걸며 장기간 ‘동결 구간’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경기의 회복력이 확연히 강화되거나, 반대로 급격한 둔화가 확인될 경우 정책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수 있어, 통화정책의 유연성은 유지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기업과 가계 모두 차입 비용의 변동성보다 물가 경로의 확실성을 선호한다. 이번 결정은 물가 기대의 재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주택·내수의 과열과 둔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전기요금 리베이트 종료와 같은 제도 변화가 헤드라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확인된 만큼, 향후에는 에너지 가격·공공요금의 정책적 변화가 단기 물가에 줄 파장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RBA의 3.60% 동결과 신중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이 명시했듯, 들어오는 데이터 하나하나가 향후 결정을 좌우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근원적 물가 압력 완화의 속도와 고용의 균형적 냉각이 가장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