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발 통화정책 동향
스텔라 큐(Stella Qiu)·웨인 콜(Wayne Cole) 기자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중앙은행인 호주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은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현금금리·cash rate)를 연 3.6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 경제성장률 급등 및 8월 월간 소비자물가(CPI) 지표 강세를 감안할 때 이번 회의에서 추가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RBA는 성명에서 “최근 지표는 9월 분기(3분기) 물가상승률이 당초 8월 통화정책성명에서 예상했던 수준을 웃돌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이사회는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이사회는 “국제 금융시장 동향에 대응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선물·외환·채권시장 즉각 반응
금리선물(스왑) 시장에서는 이번 성명 발표 이후 11월 회의에서 25bp(0.25%p) 인하가 단행될 확률이 50%에서 40%로 하향 조정됐다. 호주 달러(AUD)는 성명 직후 미 달러 대비 0.4% 상승해 1AUD=0.66달러선을 기록했고, 3년 만기 국채선물 가격은 4틱 하락(수익률 상승)한 96.40을 나타냈다.
스왑(swap) 거래란 향후 금리를 예측해 현·선물 금리를 맞바꾸는 파생상품으로, 시장참가자들의 통화정책 전망을 반영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금금리(cash rate)는 시중은행 간 초단기(하루짜리) 자금을 빌리고 빌려주는 이자율로, 우리나라 콜금리에 해당한다.
RBA, “점진적 완화 기조 유지”
RBA는 올해 들어 2월·5월·8월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5bp씩 금리를 인하하며 ‘점진적·신중한 완화 경로’를 채택해 왔다. 필립 로우 전 총재 시절 형성된 속도조절 기조를 미셸 불럭 총재 체제에서도 그대로 이어가는 셈이다. 은행은 “추가 인하 여부와 속도는 향후 지표 흐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성명은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고 진단했다. 8월 실업률은 4.2%로 역사적 저점 부근을 유지했다. 고용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건설·보건 등 일부 업종의 인력난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 물가, 시장 ‘상방 위험’ 주목
RBA가 주시하는 분기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월간 지표 변동성이 큰 탓에 ‘깜짝 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2분기 근원물가(트림 평균)는 전년 대비 2.6% 올랐으나, 헤드라인 물가는 전분기 대비 2.1%로 둔화됐다. RBA는 2026년 중반 헤드라인 물가가 3.1%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전기요 할인 정책(전기료 리베이트) 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을 반영한 전망이다.
RBA는 “금융여건이 올해 초보다 완화됐으며, 과거 금리인하 효과가 실물경제에 파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부담이 일부 완화되자, 2분기 호주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해 지난 2년 내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 평가
“오늘 성명은 11월 25bp 추가 인하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다만 실물·물가 동향을 볼 때, RBA가 조만간 완화 기조를 재개할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 아비지트 수리야(Abhijit Surya)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 APAC 수석이코노미스트
전문가들은 RBA의 ‘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글로벌 중앙은행 기조와 유사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추가 인상이냐 동결이냐”를 지표에 따라 결정하는 것처럼, RBA 역시 “추가 인하 vs 동결” 판단을 매 분기 CPI와 고용지표에 연동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 불확실성 요인
중국 경기둔화, 원자재 가격 변동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도 호주 경제의 상방·하방 리스크로 식별된다. RBA는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에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중 통상마찰, 유가 급등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추가 완화 또는 일시 중단 등 플랜 B를 가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호주 달러 환율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질 경우, 호주 달러 약세가 수출물가 상승으로 연결돼 물가를 자극하는 ‘쌍방향 위험’이 존재한다. RBA가 완화 속도를 지나치게 앞당기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 시각: 통화·재정정책 공조 필요
기자 관점에서 볼 때, 향후 호주 정부의 재정정책이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출지가 주목된다. 인프라 투자 확대나 에너지보조 축소 등 정책조합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물가경로와 금리경로가 재차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주택시장 과열 압력이 다시 살아날 경우, RBA가 거시건전성 규제(DSR·LVR 한도 강화 등)를 병행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결국 11월 회의까지 발표될 9월 분기 CPI(10월 말 예정), 10월 고용보고서가 향후 정책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채권 듀레이션 전략, 환헤지 비중, 주식 섹터 로테이션에 있어 RBA의 ‘신중 모드’를 전제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