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발 고율 관세라는 역풍 속에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2분기 성적표를 냈다.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지만, 매출은 두 자릿수 가까이 늘어나 ‘방어적 성장’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5년 2분기(4~6월) 영업이익이 3조6,000억 원(약 26억4,0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와 블룸버그 컨센서스인 3조5,000억 원을 소폭 상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48조3,000억 원으로 7.3% 증가해 시장 전망치(47조 원)를 넘어섰다.
“미국에서 25% 자동차 관세가 본격 적용되기 전 ‘선(先)구매’ 수요가 폭발하며 북미 판매가 견조했다.”
라는 것이 회사 측 자체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2분기 미국 판매는 10.3% 늘었다. 반면, 인도 판매는 10% 가까이 줄었고 중국 판매는 토종 브랜드와의 경쟁 심화로 30% 가까이 급감했다. 국내시장(한국) 판매는 1.5% 증가해 제한적 성장세를 보였다.
■ 관세 리스크 확대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완성차·부품 수입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발효했다. 여기에 오는 8월 1일부터는 한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25%를 얹는 ‘2단 관세’가 예고돼 있어, 현대차의 북미 수익성은 하반기 더 큰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주·앨라배마주에 약 210억 달러(약 21조 원)를 투자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려는 것도 관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장 증설 효과가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일정 기간 마진 하락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지역별 판매 실적
미국 : 관세 시행 전 대량주문 효과로 10.3% 증가.
인도 : 경기 둔화와 경쟁 심화로 10% 감소.
중국 : 현지 브랜드 약진에 30% 급감.
한국 : SUV 신차효과로 1.5% 증가.
특히 중국 시장 부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내수시장이 전기차(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BYD·길리 등 현지 브랜드가 가격과 배터리 기술 우위를 내세워 외국계 업체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동화 모델 라인업을 한층 공격적으로 확충하지 않는 한, 현대·기아차의 중국 점유율 반등은 난항이 예상된다”고 입을 모은다.
■ 글로벌 전략 방향
현대차는 미국 투자 외에도 전동화·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속도를 낸다.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17개 이상의 신규 EV를 출시하고, 자율주행(레벨 3)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SW 업데이트(OTA)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른 변수는 환율이다. 글로벌 긴축 사이클 종료 이후 달러화 약세 전환이 가시화되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기업인 현대차의 수익성에 부정적일 수 있다. 반대로 달러 강세가 장기화되면 해외 매출 비중이 70%를 웃도는 현대차에는 환차익 효과가 발생한다.
현대차와 형제회사 기아는 판매 기준으로 세계 3위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되고 있음에도 반도체·2차전지 등 주요 부품 수급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도 주시할 변수로 꼽힌다.
■ 관세란?
관세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수입이 급증하면 무역수지 악화, 국내 산업 보호 필요성 등의 이유로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부과한 25% 자동차 관세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하며, 안보 위협을 이유로 외국산 자동차·부품에 고율의 세율을 적용한다. 한국 기업에 추가 관세가 예고된 것은 양국 간 FTA 개정 협상 지연과 ‘무역적자 확대’가 배경으로 지목된다.
■ 전문가 시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관세와 중국 부진, 중장기적으로는 전동화·SW 경쟁력이 현대차 투자 포인트”라며 “미국 현지 생산 전환 속도가 관세 부담 상쇄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전동화와 ESG 투자 확대가 불가피해진 만큼, 수익성과 성장성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재무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리하면, 현대차는 관세·환율·지역 경기라는 삼각 파고에 직면해 있으나, 견조한 미국 판매와 전동화 전략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반기 실적 변동성은 불가피하지만, 시장 기대를 상회한 2분기 실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