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美 원전 기본설계 수주…주가 11% 급등

현대건설(Hyundai Engineering & Construction, KS:000720)이 미국에서 첫 대형 원전 기본설계 계약을 따내며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대형 원전 프로젝트에 진출했다. 이 소식에 힘입어 27일 오전 장에서 현대건설 주가는 한때 전 거래일 대비 11.7% 급등한 7만4,400원까지 치솟았다.

2025년 10월 2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0월 24일 서울 본사에서 미국 에너지 개발사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기본 설계(Basic Design)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될 대형 원자로 4기에 대한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링(Front-End Engineering)·설계 업무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이번 계약은 한국 건설사가 대형 미국 원전 프로젝트의 기본 설계를 수주한 첫 사례다. 한국 원전 공급망의 미국 본토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페르미 아메리카가 추진 중인 ‘컴플렉스 에너지 앤드 인공지능 캠퍼스(Complex Energy and Artificial Intelligence Campus)’ 사업의 일환으로, 원전·SMR(소형 모듈식 원전)·태양광을 결합해 최대 11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한다.

주목

해당 단지는 텍사스주 애머릴로(Amarillo) 인근에 조성되며, 생성형 AI와 고성능연산(HPC)을 지원하는 대형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약 700조 원(미화 4,800억 달러)로 추산된다.*1 *1: 1달러=약 1,461원 환율 기준

미국 텍사스 원전 조감도

현대건설은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링 단계에서 원자로 설계, 부지 배치, 주요 기자재 사양 등을 확정한다. 이는 향후 착공·시운전 단계의 기초 청사진이며, 실제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원전 발주 시장에서 기본 설계 수주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로 인식되는 선행 계약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현대건설 주가 급등은 원전 밸류체인(Supply Chain) 확장 기대감을 반영한다. 같은 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성과는 8월 페르미 아메리카와 MOU를 체결한 두산에너빌리티에도 긍정적”이라며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발주 파이프라인 가시성이 높아질지를 주목한다”는 분석 메모를 내놨다.

주목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개선할 호재”라고 모건스탠리는 평가했다. 동시에 “구체적 관리 지침과 추가 수주 정보가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본사

용어 해설
기본 설계(Basic Design): 시공 전 단계에서 시설의 구조·시스템·안전성·원가를 확정하는 설계 과정. 통상 EPC 본계약 체결 전 단계로, 납품 사양과 공정 절차를 구체화한다.
프런트-엔드 엔지니어링(Front-End Engineering): 기본 설계와 유사한 개념으로, 프로젝트 타당성과 경제성을 최종 검증하는 업무.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본계약 체결 전 상호 협력 의사를 확인하는 합의각서.

전문가들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한국 원전 기술·건설 역량이 미국 규제 당국의 인증·감리 절차를 거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만약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현대건설은 미국 내 추가 원전 사업·SMR 사업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또한 미국 텍사스 북부 지역은 예년 대비 데이터센터 부하 증가로 전력 피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1GW 규모 전력은 한국 전체 원전 설비용량(약 24GW)의 절반에 달한다. 업계에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원전 신설 시장을 견인한다”고 평가한다.

AI 데이터센터

현대건설 관계자는 “설계 전문성과 해외 원전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친환경·데이터 인프라 구축이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추가 수주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기자 견해: 원전 산업은 탄소중립 실현과 AI·HPC 전력 수요 급증이라는 ‘이중 구조적 추세’의 교집합에 서 있다. 텍사스 프로젝트는 향후 글로벌 EPC 시장에서 친환경 전력과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한 선도 사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은 국내 건설·플랜트 기업의 탈(脫)중동 의존선진국 고부가 프로젝트 확대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