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가 세계적인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AB Electrolux)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BBB-’는 투자등급(IG)의 가장 낮은 단계를 의미하며, 한 단계만 추가로 낮아질 경우 투기등급(하이일드)으로 분류된다. S&P는 현금흐름 전망 악화를 주된 이유로 꼽으며 등급 전망(outlook)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는 일렉트로룩스의 자유영업현금흐름(FOCF·Free Operating Cash Flow)이 2025년에는 ‘중립적이거나 소폭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부과되는 무역관세로 인해 운전자본(working capital) 부담이 증가하면서 당장 현금이 유출되는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렉트로룩스는 2025년 상반기에 5조 2,000억 스웨덴크로나(SEK) 규모의 영업 및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회사가 부품과 완제품을 수입할 때 관세를 먼저 납부하고, 실제 제품 판매대금을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발생
하기 때문이라고 S&P는 설명했다.
운전자본·관세 부담의 구체적 영향
S&P는 2025년 한 해 동안 일렉트로룩스가 추가로 1억5,000만~2억 SEK의 운전자본을 더 묶어둘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제품 믹스 조정이 완료되고 관세 영향이 완화된다는 가정 아래, 2026년에는 해당 부담이 약 5억 SEK 수준으로 축소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본적 지출(설비투자·CAPEX)은 2025년과 2026년 각각 40억~50억 SEK로 예상됐다. 회사는 이를 통해 제조 효율성 제고, 디지털화,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병행할 계획이다.
재무 레버리지와 배당 정책 전망
S&P는 일렉트로룩스의 순차입금/EBITDA 비율이 2025~2026년 3배~4배 범위에서 유지되리라 내다봤다. 이는 회사가 ▲배당 중단 ▲대형 인수합병(M&A) 자제 ▲자사주 매입 보류 등 보수적 재무 정책
을 고수하고 있다는 전제에 기반한다. S&P는 EBITDA 레버리지가 2026년 이후 3배 미만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진단했다.
등급 하향에도 불구하고 S&P는 회사가 신용등급 방어를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는 점을 들어 “24개월 내 추가적인 배당 지급이나 대규모 자본 지출 계획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환경: 수요 부진·가격 전략
2025년 매출 성장률은 유럽과 북미의 소비자 수요 침체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S&P는 “고금리와 경기둔화로 소비자들이 고가 가전 교체·업그레이드를 미루고 있어, 필수적이지 않은 수요는 계속해서 억눌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S&P는 일렉트로룩스가 추진 중인 가격·제품 믹스 개선과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근거로, 조정 EBITDA 마진이 2024년 5.6%에서 2025년 7.0% 근접, 2026년 7.1~7.3%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회사는 2025년 한 해 생산원가를 3억5,000만~4억 SEK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상반기 이미 2억 SEK 절감 효과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장 지위 유지 가능성
미국은 일렉트로룩스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현지 생산 거점을 통한 비용 구조 강점과 브랜드 인지도를 근거로, S&P는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일렉트로룩스는 북미 지역에 4개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3곳이 미국 본토에 위치한다.
S&P 보고서 인용
“우리는 일렉트로룩스가 목표한 비용 절감을 달성하고, 필요한 경우 선택적 가격 인상을 통해 관세 비용 상승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도 이러한 비용-가격 대응 전략과 운영 유연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용어 설명(독자 이해도 제고)
FOCF(Free Operating Cash Flow)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필수 설비투자(CAPEX)를 차감한 지표다. 기업이 배당·부채 상환·M&A 등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준다.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현금 창출능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이익 지표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기업의 레버리지 수준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값이 높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기자 해설·전망
이번 등급 하향은 ‘투자등급 최하단’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신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S&P가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추가 하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만큼, 향후 몇 분기 동안 현금흐름 정상화와 레버리지 관리가 실제로 이뤄지는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관세 정책 변화와 소비자 수요 회복, 그리고 일렉트로룩스의 가격 전략 실행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26년 이후에도 EBITDA 마진이 7%대를 유지하면서 FOCF가 플러스로 돌아서는지 여부가 향후 신용등급 방향성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