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업계, 1년 새 높아진 행동주의 투자자 압박

[팩트박스] 행동주의 투자 바람에 흔들리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지난 12개월 동안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들은 대형 헬스케어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전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변화를 추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재편·비용 절감·사업 구조 재검토 등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고, 일부 캠페인은 이사회 개편 발표 이후에야 외부에 알려지기도 했다.

2025년 8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대표적인 의료기기·제약·바이오 서비스 업체들이 잇따라 행동주의 펀드의 공개·비공개 압박을 받으며 경영 전략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투자’란 특정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해 최대 주주 또는 주요 주주로 올라선 뒤, 이사회 진입·지배구조 개선·사업 부문 매각·현금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해 기업가치(주가) 상승을 노리는 투자 전략을 뜻한다. 국내 투자자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주요 ESG 이슈와 맞물려 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


1. 메드트로닉(MEDTRONIC)

의료기기 제조사 메드트로닉은 2025년 8월 Elliott Investment Management가 대규모 지분을 취득해 핵심 주주로 올라서자, 이사 2명 추가 선임성과 개선 전담 독립위원회 설치를 발표했다. 엘리엇은 공격적인 주주 행동으로 유명한 미국 헤지펀드로, 이번 조치로 메드트로닉은 재무 효율성과 연구개발(R&D) 투자 효율화에 집중할 환경을 마련했다.

2. 어반토르(AVANTOR)

같은 달 엔진 캐피털(Engine Capital)은 생명과학 기업 어반토르를 겨냥해 이사회 쇄신·비용 구조 조정·잠재적 매각 검토를 촉구했다. 엔진 캐피털은 기업 분할이나 매각을 통해 주가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전략으로 유명하다.

3. 찰스 리버러토리스(CHARLES RIVER LABORATORIES)

계약 연구기관(CRO)인 찰스 리버러토리스는 2025년 5월 엘리엇과의 협상 끝에 이사 4명 신규 영입전사적 전략 재검토에 합의했다. 이는 CRO 업계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이사회 교체 사례로, R&D 외주 시장 경쟁 심화 속 생존 전략 마련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4.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6월,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파르부스(Parvus Asset Management)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고수익 체중 감량제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잃어가고 있다”

는 투자자 우려가 배경이다. 로이터는 이 내용을 독자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5. 게레스하이머(GERRESHEIMER)

런던 기반 AV(Asset Value Investors)는 2025년 6월 독일 의료용 포장재 업체 게레스하이머에 대해 시장 가치 회복 방안새로운 재무 리더십을 요구했다. AV는 3.5% 지분으로 주요 주주 명단에 올랐으며,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6. 일루미나(ILLUMINA)

유전자 분석 장비 제조사 일루미나는 2025년 3월 행동주의 투자자 키스 마이스터(Keith Meister) 이사회 영입을 확정했다. 이는 연구 장비 부문의 경쟁 심화와 기업가치 하락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7. 헨리 샤인(HENRY SCHEIN)

2025년 1월 사모펀드 KKR이 의료·치과용 소모품 유통사 헨리 샤인의 지분을 대거 매입하며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아나님 캐피털(Ananym Capital Management) 등 다른 투자자들도 동시다발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8. 화이자(PFIZER)

2024년 10월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는 화이자 경영진의 “실적 부진 책임론”을 제기했다. 2025년 6월 말 기준, 스타보드는 총 850만 주(지분율 약 0.15%)로 지분을 확대하며 지속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9. 켄뷰(KENVUE)

2024년 10월 스타보드는 반창고 브랜드 ‘밴드에이드’를 보유한 켄뷰 지분을 크게 늘렸다. Neutrogena, Aveeno 등을 포함한 피부 건강 부문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을 비판하며 CEO 제프리 스미스(Starboard CEO) 포함 3명의 이사회 진입을 이끌어냈다.

10. CVS 헬스(CVS HEALTH)

2024년 11월, CVS 헬스는 글렌뷰 캐피털(Glenview Capital)과 합의해 펀드 대표를 포함한 4명을 이사회에 받아들였다. 건강보험 부문 의료비 증가로 잇따라 실적 목표를 놓친 데 따른 조치다. 2025년 5월 CVS가 강한 실적을 발표하자 글렌뷰는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시장·산업적 시사점

전문가들은 높은 보험료 인상 압력·AI 기반 R&D 가속·규제 환경 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헬스케어 업계가 구조적 변곡점에 서 있다고 진단한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잇따라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또한 상당수 기업이 ESG 경영·디지털 헬스 전략 재정립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투자자의 단기 수익 추구와 장기적 혁신 과제 간 긴장 관계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요약하면, 지난 1년간 세계 헬스케어 리더들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이사회 구조·비용 구조·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평가해야 했다. 앞으로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활발한 참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외 투자자들은 각 기업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