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증시가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에 3주 만의 최저치로 밀려났다. 미국 행정부가 스위스를 포함한 수십 개국에 새로운 고율 관세를 예고하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결과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관세 조치는 스위스산 수출품에 39% 세율을 부과하는 등 강도가 높아 유럽 전역의 주요 지수에 광범위한 매도 압력을 불러왔다.
특히 헬스케어 섹터가 1.3% 하락하며 낙폭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 사노피(Sanofi)를 포함한 17개 글로벌 제약사 최고경영자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대폭 인하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4.2% 급락해 거의 3년 만의 최저가를 기록했고, 사노피도 1% 밀렸다.
전역을 대표하는 STOXX 600 지수는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오전 7시 20분쯤 0.9%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주간 기준으로도 마이너스가 확실시된다.
“STOXX 600은 이번 주 월요일 고점 대비 4.4% 떨어졌다. 당시 지수는 3월 사상 최고치보다 1.8% 낮은 수준까지 근접했지만, 노보 노디스크의 실적 경고로 인한 기록적 급락과 미·EU 무역합의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하락 압력이 가중됐다.”
미국발 관세 공세, 유럽 수출 전선에 직격탄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캐나다·브라질·인도·대만 등 ‘수십 개 교역 파트너국’에 고율 관세 계획을 공식화했다. 명시되지 않은 국가는 기본 10% 관세가 적용되며, 금요일(현지시간) 무역협상 시한 전까지 최종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독일 DAX 지수는 1.1% 하락했고, 덴마크 OMXC는 2.8% 밀리며 거의 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대부분 지역 증권거래소가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이탈리아 주류업체 캄파리(Campari)가 2분기 영업이익 증가 소식에 8.6% 급등, STOXX 600 상승률 1위에 올랐다. 반면 영국항공 모기업 IAG는 대서양 노선 수요가 견조하다는 호재로 2.1% 상승하며 시장의 시선을 끌었다.
용어·지표 해설
STOXX 600 지수는 유럽 17개국 600개 대형·중형·소형주를 포괄하는 광역 지수로, 유럽 투자 심리를 측정하는 대표적 벤치마크다. DAX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40대 우량주로 구성되며, OMXC는 덴마크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의 종합 지수를 의미한다.
한편, 관세(Tariff)는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보호무역 또는 협상 지렛대로 활용된다. 고율 관세는 수입가격을 높여 자국산업 보호 효과가 있지만, 상대국 보복관세로 이어질 경우 세계 교역량 위축과 증시 변동성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
시장 전망 및 분석
전문가들은 “유럽 증시는 통상 마진이 낮은 경기방어주 비중이 크다”면서도 “고율 관세로 수출 경쟁력이 흔들릴 경우, 달러 대비 유로화 약세 확대 등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스위스·덴마크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반도체, 제약, 소비재 분야에서 직접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관세 정책이 2026년 미국 대선을 겨냥한 ‘대외 강경 드라이브’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관세가 실질적으로 집행되려면 의회·무역대표부(USTR)·세계무역기구(WTO)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부과 수준과 시점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나올 금리·유동성 가이던스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매파적(긴축) 신호가 강화될 경우, 이미 약화된 투자심리는 추가 압박을 받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단기적으로는 방어주와 현금 비중을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아시아 지역 성장주로 분산하는 ‘바벨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