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제공 원문 번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임기 만료 전 해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이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구상에 나섰다. 보도 직후 달러화는 잠시 약세를 보였고, 3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해임설을 부인했지만, 시장은 ‘만일의 사태’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 노출돼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래는 네 곳의 헤지펀드가 로이터에 공유한 ‘파월 조기 퇴진’ 시나리오별 핵심 거래 아이디어다※거래 의견·포지션 공개 의무 제한으로 구체 매매내역은 생략.
1.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 ― 단기물 매수·장기물 매도(커브 스티프너)
• 운용전략: 거시경제 매크로 펀드
• 운용규모: RBC 글로벌 AM 전체 AUM 4,910억 달러의 일부
• 설립연도: 2001년
• 핵심 거래: 2년물 미 국채 매수·30년물 미 국채 매도
“새 의장은 금리 인하 압박을 받을 것이고, 이는 단기물 수익률을 끌어내린다. 반면 Fed의 독립성 약화로 중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면 장기물 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 마크 다우딩 CIO
현재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는 4.25~4.50%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1%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교롭게도 2년물 금리는 이날 하락했고, 30년물 금리는 일시적으로 상승해 커브가 가팔라지는(steepening) 모습을 보였다.
2. 포리에 자산운용 ― 코인베이스 전환사채 매수
• 운용전략: 전환사채(convertible bonds) 전문
• 운용규모: 1,000만 달러
• 설립연도: 2024년
• 핵심 거래: 코인베이스 2026년 만기 전환사채 매수
전환사채는 쿠폰(이자)을 수령하면서도 특정 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이중 성격의 채권이다. CIO 오를란도 게메스는 “2026년물은 전환가격이 370.45달러, 2030년물은 333.55달러로 설정돼 있다”며 2026년물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게메스는 “파월 해임 초기엔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며 “금리가 내려가면 전환사채 금리도 동반 하락, 채권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5월(2.4%)보다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3. 콜로마 캐피털 퓨처스 ― 달러 인덱스 숏
• 운용전략: 상장선물·옵션을 이용한 CTA(Commodity Trading Advisor)
• 설립연도: 2009년
• 핵심 거래: 달러 매도·주요 통화 바스켓 매수
CIO 데이비드 버카트는 “파월 후임은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해외 금리 차가 축소되면 달러 강세 요인이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달러지수(DXY)가 현재 98.56에서 90까지, 더 나아가 80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올해 들어 달러지수는 이미 약 10% 하락했다.
4. UBP(Union Bancaire Privée) ― 엔화 강세 대비 일본 수출주 숏
• 운용전략: 일본 주식 롱·숏(시장중립)·지배구조 특화
• 운용규모: UBP 총 AUM 2,000억 달러 중 일부
• 설립연도: 2020년
• 핵심 거래: 해외 생산기지가 없는 일본 수출 기업 공매도
수하이르 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엔화 강세로 닛케이225 구성 종목 대부분이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내수 중심 종목은 상대적으로 방어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닛케이225는 0.2% 하락해 아시아 주요 지수 중 부진하다.
용어 해설 및 전문가 시각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는 채권 보유자가 일정 기간 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주가가 전환가격을 상회하면 주식 전환을 통해 자본차익을 얻을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채권이자로 방어가 가능해 주식·채권의 하이브리드 상품으로 평가된다.
CTA 전략은 선물·옵션·스왑 등 파생상품을 이용해 상품·통화·채권·지수를 거래하는 시스템·추세추종 트레이딩 기법이다. 시장 방향성보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수익률이 두드러져 ‘위기 헷지 전략’으로도 분류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정책 불확실성’의 확대 신호로 본다. 연준 독립성 훼손 → 금리 인하 압박 → 달러 약세·인플레 기대 상승 → 리플레이션(재인플레이션) 자산 선호라는 연결고리가 단기적으로 형성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부인, 의회의 감독 권한, 법적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해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네 펀드 모두 ‘단기 채권 매수·장기 채권 매도’, ‘달러 숏’,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 선호’라는 큰 틀에서 전략적 공감대를 보였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분산, 미 국채 커브 포지션, 글로벌 전환사채 편입 여부 등을 검토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