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취리히 기반의 가치 투자자로 알려진 가이 스피어(Guy Spier)가 운영하던 아쿠아마린 펀드(Aquamarine Fund)를 청산하고 투자자들에게 자본을 반환하기로 결정했다. 스피어는 개인 건강 문제와 함께 액티브 운용(active management)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이유로 들었다. 그는 과거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오랜 추종자이자 동료로 알려져 있으며,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해 온 인물이다.
2026년 3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아쿠아마린 펀드의 운용자산은 4억 7천만 달러(\$470 million)에 이르렀고, 이 펀드는 1997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 1,186%를 기록했으나 최근 8년 연속으로 S&P 500 지수를 밑돌았다. 스피어는 60세(60)로, 2007년 버핏과의 자선 점심권 경연에서 승리한 사실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정밀한 기업 조사와 발굴을 통해 시장을 능가하는 성과를 내던 전략이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의해 빠르게 상품화(commoditized)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필리핀의 낙농업체나 영국의 시리얼 제조업체처럼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구석에서 알파(alpha)를 찾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모든 곳을 보고 있다'(everybody is looking everywhere). 정보 우위가 사라졌다.”
아쿠아마린 펀드의 성과와 운용 결정
스피어는 장기간 가치투자 방식을 유지해 왔으나, 기술주 중심의 시장 환경과 정보 접근성의 변화로 인해 과거와 같은 초과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일곱 개의 대형 기술주,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의 지속적 주가상승은 전통적 가치주 중심 포트폴리오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스피어는 초기에는 고평가된 기술주에 대해 역사적으로 회의적이었으나, 버핏이 2016년에 애플(Apple)에 투자한 것을 보고 입장을 완화해 알파벳(Alphabet Inc.)을 보유하기도 했으나, 그 전환은 구조적 난제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활동적 운용업계 전반에 미치는 시사점
스피어의 결정은 액티브 매니지먼트 전반의 침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자들은 액티브 뮤추얼 펀드에서 4,280억 달러 이상(\$428 billion)을 빼내어 패시브(passive) 상품으로 이동시켰다. 이러한 자금 이동은 수수료 수익 감소와 전문 포트폴리오 운용의 경제성 약화를 불러왔고, 운용사들의 구조조정과 펀드 폐쇄를 촉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역할 변화
스피어는 특히 생성형 AI(generative AI)와 고속 데이터 접근성이 애널리스트들의 전통적 프로세스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면서 정보비대칭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데이터 집합을 통합하고 패턴을 추출하는 자동화 시스템은 수동적 숫자 분석에 의존하는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일관된 초과성과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용어 설명
액티브 매니지먼트(Active management)는 펀드 매니저가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을 목표로 종목을 선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반대로 패시브 운용(Passive management)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나 인덱스 펀드를 통해 시장 평균 수익을 추구한다. 알파(alpha)는 매니저의 운용 성과로 설명되는 초과수익을 의미하며, 스피어는 과거 잘 알려지지 않은 시장의 구석에서 알파를 찾아왔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최근 시장을 주도한 주요 대형 기술주 그룹을 가리키는 용어로,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 급증은 포트폴리오 수익 분포의 집중화를 초래했다.
시장·투자자 관점의 실무적 영향
스피어의 펀드 청산은 단일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우선 액티브 운용사의 폐쇄는 특정 섹터 또는 중소형주에 대한 장기적 수요 축소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낮은 유동성 환경에서 가격 변동성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 둘째, 수수료 기반의 수익구조가 약화되면 일부 운용사들은 성과보수 구조의 개편, 저비용 모델 채택, 또는 AI 기반 자동화 툴에 대한 투자 확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투자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구성은 더 큰 시장 집중 위험과 기술주 의존도를 고려해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
단기 및 중장기 전망
단기적으로는 액티브 펀드의 추가적인 자금 이탈과 일부 펀드의 청산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보 접근성 개선과 AI의 연구 도입이 확대되면, 단순한 조사 우위에 기반한 ‘발굴형’ 투자 전략은 수익률 저하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는 운용업계의 생태계 재편이 진행될 것이며, 전문 운용사들은 더욱 고도화된 분석 역량, 대체 데이터 활용, AI 통합 능력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규제 당국과 투자생태계 전반은 수수료 투명성, 알고리즘 운용의 윤리적·법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를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투자자들은 첫째로 펀드 매니저의 운용 철학과 기술적 도구의 적응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둘째로 포트폴리오의 집중도와 섹터 편중을 재검토하고, 셋째로 수수료 구조와 운용사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형 AI와 빅데이터의 도입은 투자 분석의 판도를 바꾸고 있으므로, 이를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운용 역량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이 스피어의 사례는 전통적 가치투자와 핸드메이드(수작업)형 리서치의 한계가 드러나는 신호로 읽힌다. 향후 운용업계의 구조적 변화와 기술 도입 수준은 투자자 수익률, 시장 구조, 자금 흐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투자자와 운용사는 각각의 역할과 전략을 재정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