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제약사 리히터, 미 관세 압박 속에서도 주력 약물 ‘브레일러’는 면세

BUDAPEST – 헝가리 대표 제약사 리히터 게데온(이하 ‘리히터’)이 미국 수출품 가운데 일부가 고율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의 주력 항정신병 치료제 ‘브레일러(Vraylar)’는 면세 적용을 받아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리히터 최고경영자(CEO) 가보르 오르반(Gábor Orbán)은 2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미국 관세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 5일(현지시간) “의약품 수입에 대해 초기에는 ‘소규모 관세’를, 18개월 안에는 150%로, 궁극적으로는 25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라고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다만,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 틀 합의에 따라 수입 조사 후 부과되는 관세율은 최대 15%로 제한된다.


■ 관세 영향 범위와 리히터의 대응

오르반 CEO는 “15% 관세도 충분히 고통스럽다”며 “유럽 제약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브레일러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브레일러는 리히터가 개발한 3세대 항정신병 치료제로, 애브비(AbbVie)가 미국 내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한다. 2024년 리히터가 거둔 브레일러 로열티 수익2,290억 포린트(약 6억6,558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관세가 실제 적용될 경우 리히터의 대미 수출액 중 5,000만 달러 미만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오르반 CEO는 “이는 일부 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단시켜, 여성 건강 부문 미국 시장 확대 계획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히터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할 이유는 없다.” – 가보르 오르반 CEO

그는 단기 대책으로 주사제 충전(fill & finish) 공정을 미국 파트너사로 이전해 관세 면제를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헝가리 정부 보조금 논란

오르반 CEO는 이어 헝가리 정부가 수도권 외곽 괴돌뢰(Gödöllő) 지역에 공장을 짓는 외국 경쟁사에 7억5,000만 포린트(2,180만 달러)의 국고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업명을 밝히지 않았지만, 이는 4월 페테르 시야르토(Péter Szijjártó) 외무장관이 발표한 싱가포르 홍엔 바이오텍(Hongene Biotech) 지원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 2분기 실적 및 연간 가이던스

리히터는 이날 발표한 2025년 2분기 잠정 실적에서 의약품 매출 2,380억 포린트(6억9,174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외환 효과를 제외한 연간 매출·조정 영업이익(EBIT) 성장률약 1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 배경 설명: ‘브레일러(Vraylar)’와 관세제도

브레일러는 뇌 속 도파민·세로토닌 수용체에 부분적으로 작용해 조현병양극성 장애(조울증)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이다. 국내 미허가이지만, 미국 FDA 승인 이후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관세(tariff)는 국가가 자국 산업 보호 또는 무역 정책 수행을 위해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방침은 의료·바이오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나, 미·EU 합의에 따라 상한선이 있어 ‘관세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시장·업계 전망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생산 기지를 미국·유럽·아시아로 다각화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리히터 또한 주사제 생산 일부를 현지화하면, 환율·물류·관세 부담을 동시에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여성 건강중추신경계(CNS) 영역에서 파이프라인 확장 속도가 관세·보조금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럽계 중견 제약사 전반이 미국 FDA 허가 전략과 공급망 재편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브레일러와 같은 로열티 기반 수익 모델이 관세 영향을 받지 않음으로써 리히터의 현금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겠지만, 추가 품목 확대를 위해서는 현지 생산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분석했다.

한편, 환율 기준 1달러=344.06포린트로 계산됐으며, 이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