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 헝가리 정부가 2025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로 낮추었다. 이는 올해 초 제시했던 2.5%에서 1.5%포인트나 축소한 수치로,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인플레이션 충격에서 경제가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5년 7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마르톤 너지 경제부 장관은 “농업·제조업 부진으로 2분기 성장률도 1분기와 유사하게 정체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분기 기준으로는 플러스 전환이 기대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사실상 정체(stagnation)에 근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 집권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목표는 내년 총선에서 재선 고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가계 대규모 세금 감면, ▲신규 주택 구입자를 위한 저리 대출,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연금 인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성장 모멘텀 약화는 이러한 정치적 전략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배경
너지 장관은 농업 부문 부진이 성장률을 0.3~0.4%p가량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제조업 역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의 감산·투자 지연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헝가리 중앙은행(MNB)의 0.8%,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0.9% 전망치를 감안하면 정부의 새로운 수치는 보다 보수적인 접근으로 평가된다.
“지난 3년간 총선 전까지 기록한 성장세 중 가장 약한 흐름” — 로이터 해설
용어 해설*
OECD는 3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국제경제기구로, 정책 권고와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의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스태그네이션(stagnation)은 경기 침체가 아닌 성장의 정체 상태를 의미하며, 인플레이션이 동반되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불린다.*경제 용어는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보충
재정 정책 및 금융시장 영향
정부는 올해 GDP 대비 4.1% 적자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2024년 실제 적자가 4.9%로 예상치를 웃돌았기에, 추가 지출 동결과 세수 확대가 병행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헝가리 국채 금리(10년물)는 최근 6%대 초반으로 안정됐지만 성장 모멘텀 둔화가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헝가리 국채의 25% 이상이 해외 투자자 손에 있으며, 신용평가사들은 재정 수지 개선 속도와 GDP 대비 국가부채(약 74%)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너지 장관은 “내년 적자를 4% 아래로 유지하겠다”며 1,920억 포린트(약 5억5,600만 달러)의 위험예산(reserve)을 별도로 확보해 두겠다고 강조했다.
EU·미국 무역합의의 영향
지난 28일 타결된 미국-유럽연합(EU) 신통상 프레임워크가 불확실성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너지 장관은 “자동차 부문이 15% 관세를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접국 루마니아는 성장률이 소폭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대비책을 모색 중이다.
정치적 함의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압승 이후 최장수 유럽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기관들은 2026년 총선(기사 기준 ‘내년’ 총선을 가리킴)에서 지난 10여 년 중 가장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총선 메시지의 근간인 ‘경제 안정’ 프레임에 균열을 낼 수 있다.
전문가 시각
부다페스트 소재 경제연구소(감마리서치) 관계자는 “농업은 기후 변수, 제조업은 글로벌 수요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직면해 있어 단기간에 성장률을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재정 확장 정책이 물가 상승압력을 재차 부추길 경우 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환율 전망
포린트화(통화 코드: HUF)는 달러당 345.58포린트(기사 기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성장률 하향이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포린트는 350선을 다시 시험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고금리(현재 기준금리 8.25%)가 여전히 자금 유입 요인으로 작용해 급격한 약세는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① 중앙은행(MNB)의 차기 통화정책회의에서 인플레이션 경로를 근거로 금리를 추가로 내릴지 여부
② 정부가 연내 추가 세수 확보를 위해 소비세·부가가치세(VAT) 조정 카드를 꺼낼 가능성
③ EU 구조기금 집행 지연 문제 해결 여부 등이 시장의 관심사로 꼽힌다.
결국 헝가리 경제가 ‘1% 성장의 덫’을 탈피하려면 농업·제조업의 구조개혁, EU 자금 조기 확보, 재정 건전성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