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자국이 러시아로부터 받는 석유 공급을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국가 핵심 에너지 시설 주변에 군 병력과 장비를 배치했다고 발표했다. 오르반 총리는 이 같은 조치를 에너지 안보 강화와 잠재적 공격 차단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6년 2월 2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수요일 헝가리 국가안보회의(Hungarian Defence Council) 후 공개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가 자국에 석유를 공급하는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의 재개를 지연시키며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대해 ‘석유 봉쇄’를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석유 봉쇄를 통해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오르반은 이어 “그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며 헝가리의 에너지 시스템을 교란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 증거나 추가 설명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또한 핵심 에너지 인프라의 보호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히며 군 병력과 관련 장비를 주요 에너지 시설 인근에 배치하고 경찰의 경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반의 발표에 따르면 배치 대상은 발전소, 배전소와 제어센터 등으로, 경찰은 해당 시설 주변을 증강 순찰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드론 비행이 금지되었다. 특히 북동부 국경 지역에서 드론 운용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오르반과 함께 외교 라인에서 발언한 헝가리 외무장관 페테르 시야르토(Péter Szijjártó)는 수요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유럽 간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사보타주에 관련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일부 과거 사건들, 예를 들어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 파손과 연결 지으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오늘 드루즈바 송유관의 운송을 막고 있는 사람들은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을 폭파한 사람들과 동일하다”고 발언했으나,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사태 경위와 기술적 배경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소련 시대의 대형 송유관으로, 이름은 우정(Friendship)을 의미한다. 해당 송유관은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를 포함한 중부유럽 국가들에 러시아산 원유를 공급해 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약 한 달 전 이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으며, 중단 사유로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한 손상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헝가리는 기술적 이유가 아닌 정치적 이유로 송유관이 계속 폐쇄되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 가스관은 러시아와 독일을 바다로 직접 연결하는 가스관으로, 과거 몇 차례 폭발·파손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의 일부 수사 기관과 언론은 이들 사건의 배후로 특정 세력을 의심하는 보도를 했으나, 관련 진상 규명은 복잡하고 정치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적 맥락과 선거 영향
이번 사안의 고조는 오는 4월 12일로 예정된 헝가리 의회선거를 앞둔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있어 주목된다. 오르반의 집권 정당인 우익 정당 피데스(Fidesz)는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독립 여론조사상 열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前) 당 내 인사이자 중도우파 경쟁자인 페테르 마자르(Peter Magyar)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이에 따라 오르반 정부는 에너지 안보와 국가안보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면서 반(反)우크라이나 정서를 자극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U 차원의 갈등과 제재 문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억제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산 석유·가스를 계속 수입해 왔다. EU는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정책을 추진했으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자국 경제와 시민들이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제재 확대에 반대해 왔다. 최근에는 EU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려 했으나, 양국의 반대로 인해 제재안이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공급 중단은 양국의 제재 기조와 EU-중부유럽 간 긴장을 심화시켰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송유관 중단을 근거로 EU가 자국들의 에너지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이는 브뤼셀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시장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이번 갈등은 중부유럽의 원유·정유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높이며 연료 및 정유 제품의 지역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드루즈바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송유관 운송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해당 국가들의 정유업체는 대체 원유 수입선을 확보해야 한다. 대체 수입은 해상 운송을 통한 주문이나 서유럽의 다른 공급원 확보를 뜻하며, 이 과정에서 운송비 상승과 스프레드 확대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EU 전체 차원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줄이려는 기존 정책의 진행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에너지 분석가는 이번 사태가 단기 시장 충격을 유발할 수 있으나,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크게 상승하려면 공급 차질이 광범위하고 장기화해야 한다고 전망한다.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 투자 심리가 악화돼 에너지 섹터의 주가와 관련 파생상품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헝가리 내부적으로는 연료비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정부는 정치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조금이나 세제 조정 등 단기적 대응책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재정 부담 확대와 예산 운용상의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국제적 파장
우선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비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박하지 않았으며, 외무부와의 접촉을 통해 추가 입장을 요청한 상태다. 국제사회는 증거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 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으며, 사실관계 규명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수 있다. 만약 송유관 중단이 기술적 손상에 의한 것이며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양국 간 긴장 완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계산이 섞인 정보전이 지속될 경우, 중부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간 완화되기 어렵다. 특히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는 정부들이 안보·에너지 문제를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할 유인이 크다. 이는 지역 내 투자자·시장 참여자들에게 불확실성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용어 설명
드루즈바(Druzhba)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시작해 벨라루스·우크라이나를 경유하여 폴란드·독일·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 등으로 원유를 공급하는 대형 송유관이다. ‘드루즈바’는 러시아어로 ‘우정’을 뜻한다. 이 송유관은 소련 시기 건설된 인프라로, 중부유럽 국가들의 석유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은 러시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해저 가스관으로, 유럽 내 가스 공급망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과거 노르드스트림 파손 사건은 유럽 내 수사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되었으며, 사건의 책임 소재는 국제적으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결론
헝가리 정부의 이번 발표는 에너지 공급 중단이라는 실질적 문제와 함께 정치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군 병력 배치와 경찰력 강화는 단기적 안전 보장 조치이지만, 사실관계 규명과 국제적 협의를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과 외교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남길 위험이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환경, EU와 러시아를 둘러싼 복잡한 외교 관계, 그리고 에너지 인프라의 취약성은 향후 사태 전개를 결정짓는 주요 변수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