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말리 출신 원고 8명이 제기한 아동노동 집단소송을 기각하면서, 허쉬(Hershey), 네슬레(Nestlé)를 포함한 7개 글로벌 코코아·초콜릿 기업이 법적 책임을 면하게 됐다.
2025년 7월 2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D.C.) 연방 항소법원은 3대 0 만장일치 의견으로 “원고들이 주장한 강제노동 사실과 피고 측이 ‘값싼 코코아를 얻기 위해 아동을 노예화했다’는 의혹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은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임금이 보장되는 일자리’라는 달콤한 약속에 속아 코트디부아르로 이동했고, 이후 비위생적인 숙소에서 살면서 굶주림으로 협박당한 채 코코아 농장에서 일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미국 연방법(인신매매·강제노동 피해자 보호법)에 근거해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 기업들이 말리 출신 아동이 실제로 일한 특정 농가에서 코코아를 조달했다는 ‘개연성(plausibility)’이 소장에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판결문 핵심*: 재판부를 대표한 저스틴 워커(Justin Walker) 판사는 “피고 기업들이 코트디부아르산 코코아의 약 70%를 구매하는 것은 사실이나, ‘해당 원고들이 일했던 바로 그 농장’과 피고 간 공급 연결고리가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그는 “
피고들이 일부 농장에서 코코아를 조달했을 ‘가능성(possibility)’은 인정되지만, ‘개연성(plausibility)’이 소장에서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의 피고에는 허쉬·네슬레 외에도 카길(Cargill)민간, 마스(Mars)민간,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 배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올람 인터내셔널(Olam International) 등이 포함됐다.
재판부는 2022년 6월 1심에서도 동일한 취지로 피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 측 변호인 테리 콜링스워스(Terry Collingsworth)는 “의뢰인들이 극도로 실망했으며 향후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콜링스워스 변호사는 2024년 3월, 아프리카 민주콩고(콩고민주공화국) 코발트 광산 아동노동 문제와 관련해 애플·테슬라 등 IT 대기업 5곳을 상대로 유사 소송을 제기했으나, 같은 법원에서 역시 각하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다.
용어 해설
· 집단소송(Class Action): 다수의 피해자가 동일한 사안으로 공동소송을 제기해 한 번에 판결을 받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주법 모두 허용하지만, ‘피해자 특정’ 및 ‘인과관계 개연성’이 핵심 쟁점으로 작용한다.
· 개연성(Plausibility) 기준: 2007년 미국 연방대법원 ‘트웜블리(Bell Atlantic v. Twombly)’ 판결 이후 확립된 소송 제기 요건으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 개연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사실 제시가 필요하다.
· 코발트(Cobalt): 전기차 배터리·스마트폰 등 첨단전자에 필수적인 희소금속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채굴된다. 이 과정에서 아동노동·환경파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문가 시각편집부 종합
이번 판결은 글로벌 식품·농업·소비재 기업이 복잡한 공급망을 이유로 직접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공급망 실사(due diligence)’ 강화 움직임이 각 국 입법으로 확산되는 현 시점에서, 기업들의 공급망 투명성 확보 압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EU의 신(新) 공급망 실사 지침, 독일의 기업공급망 실사법 등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면, 이번과 유사한 소송전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