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에린’, 카리브해에서 카테고리 3로 격상… 추가 강화 전망

리사 부치(Lisa Bucci)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 허리케인 전문연구원이 2025년 8월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본부에서 열대폭풍 ‘에린’의 이동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사진 Joe Raedle | Getty Images

‘에린(Erin)’이 16일(토) 새벽 카리브해 상에서 최대풍속 120mph(시속 195㎞)에 도달하며 사피르-심프슨 허리케인 등급3으로 단숨에 격상됐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는 같은 날 내 카테고리 4로 한층 강화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2025년 8월 16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허리케인 ‘에린’은 앵귈라(Anguilla) 북동쪽 약 170마일(275㎞) 해상에서 서북서 방향(285° 방위)으로 시속 20mph(31㎞) 속도로 이동 중이다.

현재 지상 충돌(landfall)이 예보되지 않았으나 강풍이 주변 도서 지역을 강타하면서 홍수·산사태·토사유출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NHC는 “현지 시간 토요일 늦은 밤까지 최대 4인치(10㎝), 지역에 따라 6인치(15㎝)가 넘는 집중호우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에린 위성사진

열대폭풍 감시령(tropical storm watch)은 세인트마틴, 세인트바르텔레미, 신트마르턴 등에 발효됐다. NHC는 “광범위한 플래시 플러딩과 도시 침수, 그리고 지형 급경사 지역의 산사태 가능성을 주민들이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리케인·폭풍 해일 전문가 마이클 로우리(Michael Lowry)는 “에린은 곧 북동쪽으로 급선회해 미국 본토와 버뮤다 사이를 관통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됐다”면서 “다만 버뮤다가 에린의 우현(동쪽) 강한 면에 노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카테고리 등급 이해 : 허리케인의 파괴력은 사피르-심프슨(Saffir–Simpson) 규모로 1~5단계로 분류된다. 카테고리 3은 시속 111~129mph(178~208㎞)의 최대 지속풍을 의미하며, 카테고리 4는 130~156mph(209~251㎞)로, 구조물 붕괴와 광범위한 정전이 발생할 수준이다.

올해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6월 1일~11월 30일)에서 ‘에린’은 이름이 붙은 다섯 번째 열대저압부이자, 첫 허리케인이다. AccuWeather 수석 허리케인 전문가 알렉스 다실바(Alex DaSilva)는 “해수면뿐 아니라 수백 피트 깊이의 열함량까지 평균치를 크게 상회하는 고수온 덕분에 에린이 ‘폭발적 강화(rapid intensification)’ 과정을 거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25년 시즌에 총 6~10개의 허리케인, 그중 3~5개가 대형허리케인(카테고리 3 이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평균치를 상회하는 ‘활발한 시즌’ 예측이며,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 상승·대기 불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제이미 롬(Jamie Rhome) NHC 부국장이 8월 13일 마이애미 본부에서 ‘에린’의 다양한 이동 시나리오를 실시간 검토하는 모습.사진 Joe Raedle | Getty Images

미국 정부는 연방재난관리청(FEMA) 요원을 포함한 200여 명을 푸에르토리코 전역에 사전 배치했으며, 16일 밤부터 18일(월)까지 전역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시아리 페레스 페냐(Ciary Pérez Peña) 푸에르토리코 주택장관은 “367곳의 대피소를 점검 완료했으며, 필요 시 즉시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는 15일 푸에르토리코 내 6개, 미령버진아일랜드 내 2개 등 총 8개 항만에 대해 선박 입항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한편 바하마 정부도 공공 대피소를 사전 준비하며 주민들에게 허리케인 이동 경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을 권고했다. 바하마 재난위험관리청의 아론 서전트(Aarone Sargent) 총괄국장은 “허리케인은 진로가 매우 가변적이며, 작은 변화만으로도 피해 규모가 달라진다”고 경고했다.


기자 해설
허리케인 예측 모델의 정확도는 꾸준히 향상됐지만, ‘급격한 강화’와 같은 비선형적 변수가 잦아진 최근에는 예보 오차 범위가 다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북대서양 ‘루프 커런트(Loop Current)’를 포함한 난류 해류는 따뜻한 심층수를 공급해 폭발적 세력 증강을 촉발한다. 국민들은 허리케인 경보 체계를 신뢰하되, 최악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대비책(비상식량·발전기·보험 점검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