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2개월 안에 주택 가격 급락이 예상되는 미국 20개 도시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미국 여러 도시의 주택 가격은 태양 가까이 날아오른 이카루스처럼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러나 높아진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이카루스의 날개가 녹듯이 과열된 주택 시장도 서서히 식어가는 양상이다.

2025년 8월 1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데이터 업체 Zillow(질로)는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전체 주택 가격이 평균 1.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평균치는 지역별 편차를 가리기 때문에, 일부 도시에서는 훨씬 더 큰 폭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Zillo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과잉 평가(overvaluation), 투자자 투기, 그리고 지역 수요를 초과하는 신규 주택 공급을 가격 하락 3대 배경으로 지목했다. 특히 Sun Belt(선벨트)와 멕시코만 연안 Gulf Coast(걸프 코스트)의 중소 도시들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대도시 역시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조정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0개 중소 도시, 두 자릿수 하락 전망

규모가 작은 주택 시장은 거래량이 적어 가격 변동성이 크다. 배처럼 방향 전환이 빠른 ‘로우보트(rowboat)’에 비유되곤 한다. Zillow는 다음 10개 중소 도시의 주택 가격이 내년 이맘때까지 두 자릿수 비율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 그린빌(미시시피): -16.7%
  2. 클락스데일(미시시피): -14.8%
  3. 페코스(텍사스): -13.7%
  4. 클리블랜드(미시시피): -13.6%
  5. 베넷츠빌(사우스캐롤라이나): -11.9%
  6. 오펄루서스(루이지애나): -11.5%
  7. 레이먼드빌(텍사스): -11.5%
  8. 홉스(뉴멕시코): -11.4%
  9. 모건시티(루이지애나): -11.3%
  10. 인디애놀라(미시시피): -10.8%

부동산 중개인이자 투자자인 제이컵 나이그(Jacob Naig)는 “

팬데믹 기간 형성된 과열, 투자자 투기, 지역 수요를 뛰어넘은 신규 주택 건설이 독성 혼합물(toxic slurry)처럼 작용해 2026년 중반까지 가격 조정을 몰고 올 것

”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변수는 보험료 상승이다. 기후 데이터 과학자인 맥스 듀건-나이트(Max Dugan-Knight)는 “최근 몇 년간 발생한 대규모 홍수 피해로 보험 청구가 급증했으며, 홍수 위험이 높아질수록 보험료도 따라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폭풍이 해안선을 넘어 내륙까지 이동하면서 강수량을 기록적으로 쏟아붓고 있어, 주택 가치 하락이 연안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0개 주요 대도시, 낮지만 뼈아픈 하락 폭

대도시는 두 자릿수 하락까지는 예상되지 않지만, 가격대가 워낙 높아 절대금액 기준으로는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Zillow가 제시한 주요 10개 도시의 예상 하락률은 다음과 같다.

  1. 뉴올리언스(루이지애나): -7.2%
  2. 샌프란시스코(캘리포니아): -6.1%
  3. 오스틴(텍사스): -5.1%
  4. 새너제이(캘리포니아): -4.0%
  5. 호놀룰루(하와이): -3.8%
  6. 덴버(콜로라도): -3.8%
  7.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 -3.7%
  8. 샌안토니오(텍사스): -3.6%
  9. 포틀랜드(오리건): -3.5%
  10. 워싱턴 D.C.: -3.3%

계속된 고금리는 매도자들의 결단을 재촉했다. 많은 주택 소유주들은 코로나 이전의 낮은 고정금리 대출을 지키기 위해 매각을 미뤄 왔으나, 3년 넘게 금리가 높은 상황이 이어지자 더 이상 이사를 미룰 수 없게 됐다. 그 결과 시장에는 과잉 매물이 쏟아지고 있으며, Realtor.com이 7월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고 주택 수는 전년 대비 24.8% 급증했다.

경제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개월 동안 위 10개 대도시에서 매도자들은 어려운 협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매수자들은稀有(희유)한 가격 할인 기회를 잡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한다.


용어 해설 및 배경 정보

Sun Belt는 미국 남부·서남부의 따뜻한 기후 지역(애리조나, 텍사스, 조지아 등)을 통칭하는데, 기업 유치·인구 증가로 부동산 열기가 뜨거웠던 곳이다. Zillow는 월간 2억 명 이상이 방문하는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으로, 매달 자체 주택 가치 지수(Zillow Home Value Index)를 공개한다.


전문가 시각

기자는 Zillow 예측과 시장 데이터를 토대로, 주택 가격 조정이 ‘폭락’ 수준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첫째,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대출 심사 기준이 강화돼 연체 위험이 낮다. 둘째, 고용 시장이 아직 견조해 대규모 차압이 발생할 환경은 아니다. 다만 지역별 과잉 공급기후 위험 증가가 맞물리면 선별적 가격 급락은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 투자자라면 인구 유입, 보험료 추이, 기후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살펴 지역 다각화 전략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