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 비즈&테크] 글로벌 행동주의 헤지펀드로 유명한 스타보드 밸류(Starboard Value)가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Salesforce) 지분을 2분기 동안 대폭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말부터 회사 경영 효율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온 스타보드는 2024년 2분기 말 기준 총 130만 주를 보유하며 1분기 대비 약 50% 지분을 늘렸다.
2025년 8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스타보드는 1분기 말 84만9,679주였던 세일즈포스 주식을 추가 매입해 적극적인 주주 행동주의 행보를 재개했다. 이는 세일즈포스 주가가 올해 들어 약 30% 하락하며 12개월 기준 9%가량 하락세를 보인 시점과 맞물린다.
■ 세일즈포스, 한때 ‘밸류에이션 회복’…그러나 다시 흔들려
세일즈포스는 2023년 한 해 동안 주가가 무려 100% 가까이 상승했으나, 2024년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성장 둔화 전망으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시가총액은 약 2,230억 달러(한화 약 299조 원)로 여전히 업계 선두권이지만, 고성장→고효율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영업 마진과 비용 구조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22~2023년 당시 스타보드를 포함한 다수 행동주의 펀드는 “인력 구조조정, 자사주 매입, 이사회 개편” 등을 요구했고, 세일즈포스는 이에 대응해 신규 이사를 영입하고 비용 절감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지분 확대는 세일즈포스가 약속했던 ‘효율 경영’ 속도가 둔화됐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스타보드 CEO 제프리 스미스(Jeffrey Smith)는 2024년 말 한 컨퍼런스에서 “세일즈포스는 여전히 EBIT 마진 개선과 현금흐름 극대화 여지가 크다”면서 추가 압박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기업 가치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세일즈포스가 진정한 ‘성숙 기업’으로 평가받으려면, 매출 성장뿐 아니라 수익성 지표에서도 대형 경쟁사와 대등하거나 우위를 보여야 한다.” — 제프리 스미스, 2024년 12월 투자자 서한 중
■ 13F 보고서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산 1억 달러 이상 운용사에 대해 분기별 13F 보고서를 의무화한다. 해당 문서는 직전 분기 말 기준 보유 주식 내역을 공개하는데, ‘행동주의 펀드’ 동향을 파악하려는 기관·개인 투자자들이 주목한다. 다만 보고 시차가 최대 45일 발생할 수 있어, 실시간 포지션과는 차이가 존재한다.
■ 세일즈포스 외 종목: 화이자·오토데스크
스타보드는 같은 보고서에서 제약사 화이자(Pfizer) 지분을 10.5% 증가시켜 총 850만 주를 보유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약 10억 달러 규모 지분을 공개한 후 연구개발(R&D) 효율과 파이프라인 관리 방식을 개선하라고 촉구해 왔다. 반면 CAD 소프트웨어 업체 오토데스크(Autodesk) 지분은 약 27% 축소해 분쟁 중이던 경영권 분쟁을 4월 합의로 마무리 짓고 수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 시각: ‘행동주의 2라운드’ 촉발되나
시장조사업체 CFRA의 애널리스트 스카일러 노먼은 “스타보드는 ‘약속 불이행 기업’에 재진입하는 전략으로 유명하다”며 “이번 매입 규모 확대는 세일즈포스 이사회에 다시 한번 압박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23년 중반 이후 아이칸 캐피털, 엘리엇 매니지먼트 등 다른 행동주의 세력이 대부분 철수한 상황에서, 스타보드의 재등장은 경영진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일즈포스 주가가 올해 들어 30%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전장 배수 기준)이 여전히 30배 내외로 높은 편이란 지적도 있다. 다수 애널리스트는 “성장 모멘텀이 둔화된 만큼, 인공지능(AI)·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사업 매출 가시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력·마케팅 비용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국내 투자자에 주는 시사점
1) 행동주의 펀드의 후속 행보는 대개 재무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 13F 제출 이후 주가 반응은 선반영된 경우가 많지만, 기업 경영진과의 협상·갈등 과정에서 추가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다. 3) 주가 급락 구간에서의 대규모 매입은 ‘바닥 신호’로 읽힐 수 있으나, 밸류에이션 재할인 우려도 병존한다.
한편 스타보드 대변인은 8월 15일(현지시간) 로이터의 질의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세일즈포스 이사회도 추가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 용어 설명
•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 지분을 확보해 배당 확대, 비용 절감, 구조조정 등을 요구함으로써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
• EBIT: 영업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 Taxes)으로, 영업성과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
• CAD(Computer-Aided Design): 컴퓨터 기반 설계, 오토데스크 대표 제품 ‘오토캐드(AutoCAD)’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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