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깊은 태평양 바다 속에서 주먹만 한 다금속 응결괴(polymetallic nodule)를 빨아올려 전기차(EV) 시대를 견인하겠다는 한 스타트업의 도전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The Metals Company(TMC)(나스닥: TMC)는 캐나다 밴쿠버에 본사를 둔 신생 해저 채굴 기업이다. 회사는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저대(Clarion-Clipperton Zone·CCZ)라 불리는 태평양 심해에서 니켈·코발트·구리·망간이 풍부한 응결괴를 산업용 진공장치로 빨아올려 정제, 배터리용 소재로 공급한다는 청사진을 내걸었다.
2025년 8월 2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TMC 주가는 7월 31일 장마감 기준 연초 대비 430% 급등했다. 그러나 매출은 ‘0’이고, 상업 채굴 허가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 26억 5,000만 달러(약 3조 5,000억 원)까지 치솟은 배경과 위험 요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① TMC의 비즈니스 모델 — ‘지구 구멍’ 아닌 ‘바다 청소기’
희유금속을 지상에서 채굴하려면 대규모 토양 파괴와 탄소배출이 불가피하다. TMC는 “심해 바닥에 이미 뭉쳐 있는 자원을 흡입만 하면, 지상 채굴 대비 탄소 발자국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CCZ에는 전 세계 육상 매장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니켈·코발트가 묻혀 있다”Henry Sanderson, 『Volt Rush』
실제 국제기구와 학계는 CCZ에 최대 210억t의 응결괴가 존재하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EV 배터리 수요를 충족하고 중국의 희유금속 공급망 우위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한다.
② 숫자로 본 현실 — 매출 0달러·손실 확대
TMC는 2025년 1분기에도 매출을 기록하지 못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 2,060만 달러를 시현, 전 분기(1,610만 달러 손실)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심해 채굴용 선박·파이프라인·정제 시설을 자체 구축해야 하는 탓에 자본 소요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6년 말 상업 생산 개시”를 목표로 잡았으나, 규제 허들이 여전히 가장 큰 변수다.
③ 규제의 미로 — ISA vs. 미국 단독 허가
국제해저기구(ISA)는 유엔 산하 단체로, 심해 광물 채굴 규정을 총괄한다. TMC는 CCZ 두 구역에 대한 탐사권만 보유하고 있으며, 상업 채굴 허가서는 아직 발급되지 않았다. 문제는 ISA가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10년 넘게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 복잡한 변수는 미국의 입장이다. 미국은 ISA를 창설한 ‘해양법 협약(UNCLOS)’을 비준하지 않았다. 즉 국제 관행을 존중하긴 하지만, 법적 구속은 받지 않는다. 2025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양 희소 광물 확보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TMC는 이를 근거로 미국 관할 심해 채굴 허가서를 신청했다.
허가가 통과될 경우 TMC는 “국제사회가 봉인한 해역에서도 성조기 아래 작업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지위를 얻게 된다. 전문가들은 “법적 분쟁이 불가피하나, 승인 시 TMC에 사실상 우회로가 열릴 것”으로 전망한다.
④ 투자 포인트 vs. 리스크
포인트
• EV·재생에너지 전환으로 배터리 금속 수요 급증
• CCZ 자원 잠재력
• 미국 단독 채굴 허가 시 퍼스트 무버 지위 확보
리스크
• 허가 지연 시 ‘무수익→현금 고갈’ 악순환
• 환경 단체의 ‘생태계 파괴’ 반발
• 기술·물류·정제 공정의 대형 CAPEX(자본적지출)
현재 주가가 기대 가치를 선반영했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26억 달러 시총은 향후 수십억 달러 규모 매출로 레버리지될 여지가 있지만, 허가 불발 시 기업 가치는 급격히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⑤ 용어 돋보기
다금속 응결괴: 구형 돌멩이 상태로 바다 바닥에 깔려 있는 광물 덩어리. 핵심 금속(니켈·코발트 등)이 층층이 응결돼 있어, 지상 광산 대비 고품위·다종 금속을 동시 확보할 수 있다.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저대(CCZ): 하와이 남쪽부터 멕시코 서쪽까지 이어지는 약 6,000km 길이 해저 평원이다. 국제법상 ‘공동 유산’으로 규정돼 국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ISA만이 활동을 감독한다.
⑥ 기자 관전평
자원 안보를 둘러싼 지정학과 친환경 트렌드가 교차하며, TMC는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해저 채굴 산업의 ‘임계점’을 시험하고 있다. 투자자는 허가 발급·기술 검증·재무 체력이라는 세 가지 신호가 동시에 ‘녹색불’로 바뀌기 전까지 과도한 배팅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모든 변수가 맞아떨어지면 ‘바다의 골드러시’ 첫 주자가 되며, TMC의 캡티브 자원은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퍼즐로 부상할 수 있다.
※ 본 기사는 공개된 영문 기사와 공식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으며, 특정 종목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