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해리 왕자·엘튼 존 등, 데일리메일 상대 프라이버시 소송 본격 심리 시작

영국 해리 왕자(서섹스 공작), 가수 엘튼 존, 존의 배우자 데이비드 퍼니시 등 고위 인사 7명이 데일리메일 발행사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 리미티드(Associated Newspapers Limited·ANL)를 상대로 제기한 프라이버시 침해 소송의 본심리가 런던 고등법원(High Court)에서 1월 15일(현지시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6년 1월 1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이 소송은 1993년부터 2011년 사이에 걸쳐 신문사 측 기자들이 사설 탐정들을 고용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하며 2020년 10월 고등법원에 제기됐다. 원고는 총 7명으로 해리 왕자, 엘튼 존, 데이비드 퍼니시, 배우 리즈 허리세디 프로스트, 캠페인 활동가 도린 로렌스, 전 영국 의원 사이먼 휴즈가 포함된다.

원고들은 ANL이 발행하는 데일리메일(Daily Mail), 메일 온 선데이(Mail on Sunday), 메일온라인(MailOnline) 기사들이 불법적으로 얻어진 정보를 근거로 작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제기한 불법 행위 주장에는 휴대전화 음성사서함 해킹, 유선전화 도청, 항공편 정보 및 의료기록 등 기밀자료를 속임수(blagging)로 확보한 사례가 포함된다. 소송 제기 당시 ANL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이를 “터무니없는 중상(preposterous smears)”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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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으로 이어진 절차와 지금까지의 쟁점

이 사건은 절차상 다수의 예비 심리가 진행되면서 쟁점이 축소·정리됐다. 2023년 11월, 매튜 니클린 판사(Judge Matthew Nicklin)는 소송을 6년 시효로 인해 기각해야 한다는 ANL의 주장을 기각하고 재판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후 2011~2012년 영국 정부가 주재한 프레스 기준 관련 공개 조사(public inquiry)에 제출된 문서의 활용을 원고 측이 허용받는 등 절차적 진전이 있었다.

다만 니클린 판사는 2024년(또는 이후) 일부 신청을 기각하며 윌리엄 왕세자의 배우자 케이트 공주 관련 주장은 이번 소송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하는 등 원고의 주장 중 일부를 제한했다. 또한 전화 해킹을 포함한 다른 매체 조직과 관련된 보다 광범위한 주장들은 소송에서 제외되었다.

증인과 증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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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심에서 원고들은 직접 증언대에 서서 ANL 측 변호인들의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엘튼 존과 그의 배우자 데이비드 퍼니시는 원격으로 증언할 가능성이 높다. 해리 왕자는 이미 2023년 6월 데일리 미러(Daily Mirror) 발행사를 상대로 한 전화 해킹 소송에서 증언했으며, 당시 그는 130년 만에 법정 증언을 한 첫 왕실 인물이 되었다.

ANL 측 증인으로는 현·전 편집자들과 고위 기자들, 특히 오랫동안 메일의 편집자였고 현재 DMG 미디어(DMG Media) 편집총괄인 폴 데이커(Paul Dacre)가 포함된다. ANL 변호인단은 재판 초반부에 고위 인사들을 먼저 출석시킬 것이라고 밝히며 데이커를 초기 증인으로 세울 전망이다. ANL은 이러한 전략에 대해 고위 인사들을 “먼저(오버 더 탑)” 내세우겠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과 증거

니클린 판사는 예비 심리 전반에 걸쳐 이번 재판이 신문사의 행동 전반에 대한 포괄적 공개 조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되며, 원고들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기사들을 중심으로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데이비드 셰본(David Sherborne)으로, 그는 해리 왕자의 다른 사건들을 대리해 왔고 공개 조사 과정에서 두드러진 변호사 중 한 명이다.

핵심 증거 중 하나는 사설 탐정 개빈 버로스(Gavin Burrows)의 정황이다. 버로스는 2021년 8월 원고 측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ANL을 위해 유선 도청을 포함한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ANL 측 변호인단에 제출한 추가 진술서에서 이러한 주장을 부인하고 “타인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작성했다“며 원 진술서는 “실질적으로 사실이 아니다(substantially untrue)“고 주장하면서 서명이 위조되었다고 밝혔다. 판사는 이 증언의 신빙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핵심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고했다.

소송의 회피 가능성

재판 개시 직전까지 합의로 사안을 종결시킨 선례도 있다. 해리 왕자는 2026년 1월,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의 영국 신문 그룹인 뉴스 그룹 뉴스(NGN)와의 소송을 10주짜리 재판이 열리기 직전에 합의로 마무리한 바 있다. 그 합의로 해당 그룹은 사과를 했고, 선(先)행한 사실들에 대해 사설 탐정들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인정했다. NGN은 과거 해체된 뉴스 오브 더 월드(News of the World) 직원들의 활동과 관련하여 약 1,000여 명에게 수백만 파운드를 지급한 바 있다.

반면 ANL은 줄곧 자사 매체들이 불법적인 취재 수단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에, NGN 사례와 동일한 형태의 합의가 이뤄지기는 더 복잡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블래깅(blagging)’과 ‘폰 해킹(phone-hacking)’

일반 독자들에게 낯설 수 있는 용어를 정리하면, 블래깅(blagging)은 타인의 신분을 속이거나 거짓 정보를 이용해 항공권, 전화 통화 기록, 의료 기록 등과 같은 기밀 정보를 사적으로 확보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폰 해킹(phone-hacking)은 휴대전화의 음성사서함(voicemail)이나 메시지에 무단으로 접근해 통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를 빼내는 행위를 말한다. 2011년 언론계 스캔들로 촉발된 공적 분노 이후 영국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조사하기 위한 공개 조사가 2011~2012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법적·미디어적 함의 및 경제적 영향 분석

이번 재판은 단순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소송을 넘어 영국 언론계의 신뢰성·윤리성 문제와 대형 출판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서는 ANL에 대한 금전적 배상과 더불어 해당 기사들의 법적 정당성에 대한 판결이 내려지며, 이는 광고주 이탈, 구독자 감소, 브랜드 가치 하락 등 재무적 영향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특히 투자자와 광고주는 언론사의 평판 위험을 민감하게 반영하므로, 재판 결과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광고매출 감소와 추가 법률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ANL이 모든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규모 배상 합의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대신 일부 사건별 소액 합의나 장기적 명예훼손 관련 소송 지속이 예상된다.

법률 전문가들은 본심에서의 증언과 증거 채택이 판결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개빈 버로스의 진술 신빙성, 폴 데이커 등 편집진의 조직적 관여 여부, 그리고 원고들이 제시한 개별 기사들에 관해 불법 수집 정보가 실제로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문서 증거가 핵심적이라고 평가한다.


전망

이번 재판은 몇 주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판결 이유는 향후 영국 언론의 취재 관행과 관련 법제도에 중요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프라이버시·명예 관련 소송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으며, 언론사는 내부 준법감시 강화와 취재 관행 전반에 대한 재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ANL이 주요 주장들을 방어해내면, 언론사들의 상황은 다소 안정될 수 있지만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다.

ANL 측의 입장: “preposterous smears(터무니없는 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