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프 리서치(Wolfe Research)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주 항공사 지수(Airline Index)는 무려 15%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월프는 이 같은 급등세가 소비자물가지수(CPI) 항공권 요금 개선과 저비용 항공사 스피리트(Spirit Airlines)의 잠재적 파산설이라는 두 축에 의해 촉발된 것으로 분석했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월프는 현재의 시장 환경이 “지난해 하반기와 매우 흡사하다”며 긍정적 수급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에도 공급 축소와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항공주가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 공급·수요 균형 반전
월프는 “공급-수요 변곡점(positive supply-demand inflection)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항공 좌석 공급은 올해 3~6월 네 달 연속 교통안전청(TSA) 통과 승객 수보다 더 빠르게 늘어 수급 불균형을 야기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7월 국내 공급은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TSA 통과 인원은 1.1% 증가하며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8월 들어서는 TSA 통과량이 3.6% 증가한 반면 국내 공급은 0.2% 감소해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월프는 “9월에는 공급이 0.9%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수급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유가 하락이 실적 상향 여력 제공
7월 중순 이후 현물 제트유(항공유) 가격이 10% 이상 급락한 점도 호재로 꼽힌다. 연료비는 항공사 비용 구조에서 20~30%를 차지하는 핵심 변수다. 월프는 “연료 가격 하락은 3분기 가이던스 상향 조정의 여지를 늘려준다”며 실적 상향 사이클 가능성을 언급했다.
■ 스피리트 항공, 다시 파산하나?
보고서에서 “가장 큰 뉴스(big news)”로 지목된 것은 저비용 항공사 스피리트의 또 한 번의 파산 가능성이다. 스피리트는 올해 3월 챕터11(Chapter 11)* 절차를 졸업했지만, 2분기에 -18%의 영업 마진을 기록하며 2억5,000만 달러의 현금을 소진했다. 현재도 미 국내 총 공급의 약 4%를 담당하고 있어, 청산(liquidation)이 현실화될 경우 2026년 운임 인상에 결정적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피리트가 2024년 11월 파산 신청 직전이었던 3개월 동안, 월프 항공사 지수는 59% 급등해 같은 기간 S&P 500의 6% 상승을 크게 웃돌았다.” — 월프 리서치 보고서
■ Chapter 11·TSA 용어 설명
Chapter 11은 미국 연방 파산법에 따른 회생 절차로, 기업이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도 구조조정을 통해 생존할 기회를 부여받는 제도다. TSA는 Transportation Security Administration의 약자로, 미국 공항 보안 검색을 총괄하며 실시간 여행 수요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두 용어는 항공 산업 분석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 종목별 밸류에이션 레버리지
월프는 아메리칸항공(AAL)과 유나이티드항공(UAL)이 상승 시나리오에서 가장 큰 밸류에이션 레버리지를 보유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델타항공(DAL)과 UAL은 업계 최고 수준의 마진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적 저평가 상태에 있어 “질적·양적 측면 모두에서 가장 우수한 포지셔닝”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 리스크와 전망
다만 보고서는 “항공사들이 이미 4분기 가이던스에 높은 기대치를 반영한 상태”라며, 밸류에이션이 1년 전보다 높아 방어적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전반의 공급 조정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 기자의 시각
제트유 가격 하락, 수요 회복, 그리고 잠재적 경쟁사 퇴장이라는 세 가지 요인은 항공사 마진 확대에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과거 사례에서 보듯 파산 기대만으로는 일시적 투기적 랠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공급 축소가 실제 운임 인상으로 연결되고, 항공사들이 비용 절감 효과를 영업이익으로 전가할 수 있는지에 따라 주가의 지속 가능성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 챕터11에 진입한 기업은 법원의 승인 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하지만, 대차대조표 개선이 실패할 경우 챕터7(청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