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공우주 섹터의 주가가 2025년 들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Bernstein)의 심층 보고서는 ‘펀더멘털은 견조하지만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는 냉정한 메시지를 던진다.
2025년 8월 2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애프터마켓(Aftermarket) 사업이 올해 항공우주 기업 실적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진단한다. 2분기 기준 애프터마켓 매출은 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신규 항공기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기존 기단의 수명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다.
애프터마켓이란 ※ 완제품(항공기·엔진) 판매 이후 발생하는 부품 교체·정비·서비스 시장을 뜻한다. 일반 소비재보다 마진이 높고, 경기 변동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수익원으로 꼽힌다.
1. 항공 교통량·항공사 수익성, 둔화 조짐 없어
번스타인은 항공교통량 증가세와 항공사 영업이익률 개선이 지속되면서 애프터마켓 수요가 단기간에 꺾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Boeing이 737 맥스(MAX) 사태로부터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가운데, Airbus 역시 생산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어 신형 기체 공급 부족 현상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 제약은 자연스럽게 “기존 항공기의 정비·재생 수요”를 자극한다.
2. 기업별 성과와 밸류에이션
Safran(파리증권거래소: SAF)은 추진(Propulsion) 부문 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번스타인은 Safran의 2025년 영업이익(EBIT)을 컨센서스 대비 6% 높게 산정하며 추가 실적 호조를 점쳤다. 다만 높은 밸류에이션(주가·순이익 비율) 탓에, 중장기 목표치가 업데이트되는 연말~2026년 초까지 주가 반응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olls-Royce(OTC: RYCEY)는 극적인 턴어라운드 이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항기 엔진과 발전 시스템(Power Systems) 부문 모두 상반기 이익이 50% 이상 증가해 2025년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번스타인은 2026년 추가 중기 목표 상향을 전망하지만, “Safran 대비 25%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현 주가 멀티플을 정당화하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MTU Aero Engines(OTC: MTUAY)는 파트너사 Pratt & Whitney의 기어드 터보팬(Geared Turbofan) 엔진 결함 여파로 600대 이상 항공기 운항 중단·수백만 유로 보상금 부담을 겪었다. 현재 운항 중단은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투자 심리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번스타인은 “기술적 문제 완화 시 리레이팅(Valuation 재평가) 여지가 크다”며 MTU 투자의견을 ‘아웃퍼폼(Outperform)’으로 유지했다.
3. 실적 상향 모멘텀 둔화 경고
보고서는 “애프터마켓 호황이 이미 널리 알려진 이슈”라며 상당수 기업들이 2025년 목표치를 선(先) 반영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향후 실적 추정치 상향은 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5년 이후에는 기저효과(Base Effect)와 일시적 긍정 요인 소멸로 성장률이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예비 엔진(Spare Engines)’ 공급이 과잉인 시장 구조가 정상화되면, 추가 매출 모멘텀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 번스타인 보고서
4. 전문가 시각과 투자 전략
국내외 펀드매니저들은 ‘소재·부품·정비(MRO)’에 집중된 애프터마켓 비즈니스의 고마진 구조를 높이 평가한다. 다만 거품 논란이 제기된 일부 종목의 경우, 실적 확인→주가 추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공급 병목이 지속된다면 Safran·Rolls-Royce 등 기존 강자뿐 아니라 중견 부품업체에도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737 맥스 결함 리스크나 GTF 엔진 추가 리콜과 같은 이벤트가 재발하면 섹터 전반이 리스크 오프로 회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5. 용어·배경 설명
애프터마켓(Aftermarket): 항공기·엔진 등 완제품이 인도된 이후 소모품, 부품 교체, 정비(MRO)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이다. 매출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신기체 공급 지연 시 수요가 급증하는 특성을 지닌다.
737 맥스 사태: 2018~2019년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보잉 737 맥스 항공기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운항 중단된 사건을 말한다. 이로 인해 Boeing은 생산·납기 지연과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기어드 터보팬(GTF) 엔진: Pratt & Whitney가 개발한 차세대 엔진으로, 연비 효율이 높지만 초기 모델에서 내구성 문제가 제기돼 대규모 점검·교체가 진행됐다.
6. 전망 및 결론
요약하면 ‘애프터마켓 수요 탄탄’이라는 핵심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주가가 이미 호재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만큼, 향후 실적 추정치 추가 상향 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 각 기업의 밸류에이션, 기술 리스크, 공급망 현황을 종합적으로 검증한 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① 단기 공급 병목이 지속될 것인지, ② 엔진 결함 관련 리콜 규모가 추가 확대될 가능성, ③ 중장기 항공교통 수요 성장률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Safran·Rolls-Royce·MTU 등 대표 종목별 위험 대비 기대수익을 세밀하게 재평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