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브랜드, 가격·스케줄 못지않게 중요할까?—버스타인 분석 보고서

항공사 브랜드의 실질적 영향력 재조명

항공권을 구매할 때 승객들은 통상적으로 가격·스케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글로벌 증권사 버스타인(Bernstein)의 최신 보고서는 ‘브랜드 자체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업계의 통념에 도전했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버스타인은 최근 발표한 리서치 노트에서 “브랜드는 정보 전달 및 기대치 관리의 핵심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며 “결국 브랜드가 존재해야만 소비자가 보이지 않는 서비스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먼저 ‘가격과 스케줄’이 여전히 항공권 구매의 1차적인 기준이지만, 승객들은 지연·결항 가능성, 기내 서비스 품질, 좌석 쾌적도처럼 예약 단계에서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요소를 브랜드를 통해 ‘간접적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버스타인은 이를 ‘정보 대리인(Information Surrogat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브랜드는 가시적이지 않은 서비스 품질에 대한 기대치를 설정한다. 특히 예약 시점에 해당 항공사의 실제 운영 품질을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는 신뢰의 척도로 기능한다.” — 버스타인 보고서 중

로우코스트 캐리어(LCC)1의 대명사로 통하는 라이언에어(Ryanair) 사례가 대표적이다. 보고서는 “라이언에어는 ‘값싸고 기본만 제공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시장에 각인시켰기에, 승객들은 처음부터 무료 간식이나 넓은 좌석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한 낮은 기대치 덕분에 실제 탑승 경험이 기대에 부합하거나 소폭 상회할 경우, 승객 만족도는 오히려 높게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반면
프리미엄 브랜드
라고 해서 항상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버스타인은 이탈리아 국적항공사 알리탈리아(Alitalia)를 예로 들며 “높은 가격과 ‘국가대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지연과 노후 기재 이미지가 브랜드 가치를 잠식했다”고 분석했다. 브랜드가 설정한 기대치와 실제 서비스품질이 불일치할 경우, 오히려 부정적 인식이 가중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데이터로 본 브랜드 파워: 이지젯 vs. 라이언에어

버스타인은 유럽 내 24개 포인트-투-포인트 노선2에서 이지젯(easyJet)과 라이언에어가 직접 경쟁하는 구간의 운임 데이터를 비교했다. 그 결과, 이지젯이 평균 20% 높은 운임을 받으면서도 수요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LCC인 위즈 에어(Wizz Air) 역시 대체로 라이언에어보다 높은 운임을 책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노출된 선호(revealed preference)’를 통해 이지젯·위즈 에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결론지었다.

즉, 합리적 가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경험’을 예고하는 브랜드가 실질적 수익 프리미엄을 창출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네트워크 항공사 시장: 브리티시 에어웨이(BA)의 부활

전통적 네트워크 항공사(풀서비스 캐리어)의 경우, 복잡한 환승 구조와 클래스 체계 탓에 단순 노선 비교를 통한 브랜드 프리미엄 측정이 어렵다. 그럼에도 버스타인은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웨이스·BA)를 ‘가장 두드러진 브랜드 개선 사례’로 꼽았다.

보고서는 국제항공그룹(IAG)의 자회사인 BA가 최근 수년간 IT 인프라·운영 회복탄력성(resilience)·기내 서비스 등에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면서 “향후 단가(yield) 개선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시각: 왜 ‘브랜드 기대 관리’가 관건인가

항공 업계는 유가·노동비·환율 등 가변 비용이 높아 가격 경쟁만으로는 지속가능한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서비스 질이 지각되는 방식, 다시 말해 ‘브랜드가 약속하고 소비자가 예상하는 범주’가 수익성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특히 팬데믹 이후 운항 지연·결항이 잦아지면서 소비자는 ‘알 수 없는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브랜드가 제공하는 심리적 안전판이 중요해진다. 다시 말해, ‘브랜드 기대치’가 실제 경험과 맞아떨어질 때 지불의사(PWYW)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필자는 버스타인 보고서를 통해 ‘가격 대비 가치’라는 고전적 잣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예상 대비 만족’이 승객 충성도와 재구매 의사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앞으로 항공사들은 초저가 마케팅프리미엄 서비스 사이에서 브랜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석
1) 로우코스트 캐리어(LCC): 기내 서비스·좌석 편의 등을 최소화하고 운임을 낮춘 항공사 모델.
2) 포인트-투-포인트 노선: 허브공항을 통한 환승 없이 출발지와 도착지를 직접 잇는 단일 구간 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