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에서 항공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11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세부 자료에서 항공 운임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 촉매로 작용했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수요 부진 국면에 대응해 공급(좌석 수)을 조절해 왔으며, 그 결과 가격 결정력이 회복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유나이티드항공(United Airlines)UAL.O, 델타항공(Delta Air Lines)DAL.N, 아메리칸항공(American Airlines)AAL.O 등 레거시 캐리어 3사는 장중 9.8% 안팎까지 올랐다.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LUV.N도 4% 상승했다. 같은 시각 알래스카항공(Alaska Air)ALK.N과 제트블루(JetBlue Airways)JBLU.O가 약 10% 뛰었고, 프런티어그룹(Frontier Group)은 22% 급등하며 가장 강한 랠리를 연출했다.
미 노동부 산하 통계국(BLS) 발표에 따르면 7월 항공 운임(airfare)이 전월 대비 4% 상승했다. 6월에는 0.1% 하락했으며, 올해 들어 지속되던 하락 흐름이 반전된 셈이다. 이는 항공사들이 ‘캐퍼시티 디시플린(capacity discipline)’—공급 억제 전략—을 통해 가격을 부양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항공사 경영진은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하반기에는 좌석 공급을 최소화해 운임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수치는 해당 전략이 실제로 효과를 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최근까지 항공 업계 전반을 짓눌렀던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 및 연방 정부 예산 삭감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이었다. 여행객, 특히 가격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핵심 성수기인 여름에도 항공사 마진이 압박을 받았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항공사는 노선 재편, 저수익 노선 축소, 덜 혼잡한 공항으로의 이동 등으로 공급을 전년 대비 2~3% 감소시켰다. 이는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회복해 매출·이익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투자은행 JP모건과 씨티그룹은 이번 CPI 세부 항공료 지표 발표 직후 “3분기 단위 매출(PRASM) 전망치 상향” 메모를 고객에게 발송했다.
용어 설명
레거시 캐리어(legacy carrier)는 1978년 항공 자유화 이전부터 존재하며, 국제선·퍼스트클래스 등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항공사를 말한다. 캐퍼시티(capacity)는 항공사가 시장에 제공하는 총 좌석수 또는 운항편수를 의미하며, 이를 축소하는 것을 ‘캐퍼시티 디시플린’이라고 부른다.
시장 전문가들은 “항공료 인상이 8~9월에도 이어질 경우, 연중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했던 항공사들이 연말 실적을 재차 상향할 가능성
을 제기한다. 특히 유가가 2024년 고점 대비 15%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변수다. 다만 경기 둔화 우려와 달러 강세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위축은 리스크로 꼽힌다.
향후 체크포인트
- 8월 말 예정된 미국 노동절(Labor Day) 교통량
- 유가 및 항공유 스프레드 움직임
- 연준(Fed)의 금리 경로 및 소비 심리 지표
이들 변수에 따라 현재의 단기 랠리가 지속 가능한 리레이팅(re-rating)으로 발전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