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세제 개편 여파로 ‘코스피 랠리’ 기로에 서다

아시아 주요 증시 가운데 올해 최고의 성과를 기록해 온 한국 증시가 세제 개편이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 앞에서 ‘가파른 상승세의 변곡점’에 직면했다. 외국인 자금 유입,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 한·미 통상 합의 등 호재가 겹치며 질주했던 코스피 지수는 새 정부의 법인세·거래세 인상 방안이 발표된 뒤 급락세를 경험했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 발표 직후 코스피는 4월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인 -3.9%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대비 33.3% 올랐던 지수가 단 하루 만에 ‘냉혹한 조정’을 겪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외국인 투자 흐름은 여전히 견조하다.

런던증권거래소(LSEG) 데이터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외국인은 한국 주식에 45억 2,000만 달러를 순매수해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자금이 들어왔다

. 이는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Corporate Value-Up Programme)’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합의 기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 세제 개편의 핵심 내용

정부는 지난 8월 2일 국무회의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4%에서 25%로 1%p 인상하고, 증권거래세(주식 양도 시 부과)를 0.15% → 0.20%로 올리는 방안을 확정했다. 또한 배당소득에 대해 별도 세율(분리과세)을 신설해 투자 성격에 따라 과세 체계를 세분화했다.

시장에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가 할인(Korea Discount)을 축소하겠다”는 정부 기조와 세부담 증가가 엇갈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씨티그룹은 8월 3일자 보고서에서 “이번 세제는 Korea Up 프로그램의 취지와 180° 상반되며 단기 조정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주식 비중을 축소(Underweight) 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에 대해 여전히 ‘비중 확대(Overweight)’ 의견을 유지했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배로 아시아 주요국 중 가장 낮다는 점을 근거로, 목표 코스피 3,500pt(현재 대비 9.4% 상향 여력)를 제시했다.


■ ‘차별화’된 주가수익비율, 왜 낮은가?

한국 대기업 다수를 이루는 재벌(Chaebol) 구조는 의결권 집중, 이사회 독립성 부족, 소액주주 보호 미흡 등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영국계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 허미즈의 조너선 파인스 아시아(일본 제외) 총괄은 “우리는 10년 넘게 한국의 부실한 지배구조로 피해를 봤다”면서도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사회를 포함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재벌’은 가문(家門) 지배 대기업 집단을 뜻한다. 흔히 삼성·현대차·SK·LG 등이 대표적이며, 기업 내·외부 견제 장치가 서구 선진국 대비 약한 편이다. 이같은 구조가 외국인에게 낮은 밸류에이션 적용(디스카운트)을 초래해 왔다는 것이 다수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 증시 반등 vs 조정, 누구 손을 들어줄까?

세제 발표 후 급락했던 코스피는 그 주 후반 2.5%를 회복하며 ‘V자 반등’을 시도했다. JP모건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개혁안이었으며, 실질적 실행·추가 실적 개선·역외 자금 회귀가 뒤따라야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소시에테제네랄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으로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며 ‘득실 혼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홍콩계 행동주의 펀드 마소캐피털의 마노즈 자인 공동CIO는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소액주주 의견을 수용하려는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며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피력했다.

남우희 한국기업지배구조포럼 의장은 “지금은 지배구조 개혁의 2회말”이라며 “재벌의 강력한 로비가 최대 역풍”이라고 진단했다.


■ 정치권, ‘세제 재검토’ 가능성 시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8월 4일 “세제 개편안을 내부적으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쿠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8월 6일 국회 기재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으며 “대주주 요건 등 보완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책이 수정될 경우 세제 충격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


■ 기자의 시각

이번 사안은 ‘세부담 증가 vs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양날의 검이다. 단기적으로 거래세 인상은 고빈도·단기 매매를 위축시켜 유동성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배당 분리과세, 법인세 인상분의 복지·R&D 재투자가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장기 가치투자 환경이 개선될 여지도 있다.

다만, 정책 신뢰가 관건이다. 정부가 정책 방향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기업이 자발적으로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ESG 경영을 병행한다면 ‘Korea Discount’ 해소는 결코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다.

결국 시장은 ‘행동’으로 답을 요구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세제 변화에 따른 순이익 하락 폭배당 증가 가능성,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진척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종목을 선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