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지훈 리(Jihoon Lee), 윤아 문(Youn Ah Moon), 예나 박(Yena Park)
한국 주식시장이 중동 전쟁 확산 여파로 2026년 3월 4일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하며 이번 주에만 시가총액 약 4300억 달러(약 634.1조원)가 증발했다. 이날 원화도 17년 만의 최약세를 기록하는 등 금융·실물 리스크가 단기간에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2026년 3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미국 군이 이란 내 표적을 강타하자 걸프 지역을 중심으로 보복 공격이 이어지며 분쟁이 레바논 등으로 확산됐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순수입국인 한국의 대외건전성 우려가 부각됐다.
중동 분쟁의 장기화 가능성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게 특히 큰 의미를 지닌다. 한국은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며, 전체 석유 구매의 약 70%를 중동에서 조달하고 있어 공급 우려가 곧 국내 경제적 충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
주요 지수 및 환율 변동
코스피 지수는 5,199.13로 전일 대비 592.78포인트(10.23%) 급락했다(0320 GMT 기준). 이날 코스피는 서킷브레이커(거래중단장치)를 발동했으며, 이는 2024년 8월 이후 처음 발생한 일이다. 만약 이날 손실이 유지되면 코스피는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일간 낙폭을 기록하게 된다.
외환시장에서는 원화가 야간장에서 잠시 달러당 1,505.8원까지 밀리며 2009년 3월 이후 최약세를 경신했다가 장 마감 시점에는 1,485.7원으로 일간 -3.1% 하락 마감했다. 이후 3월 4일에는 소폭 반등해 1,477.6원(+0.6%)을 기록했다. 달러·원 고점 돌파는 1,500원선을 재확인하는 결과가 됐다. 참고로 기사 말미 기준 환율은 $1 = 1,477.3000원이다.
시가총액·개별 종목 영향
이번 매도세로 인해 지난 이틀간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634.1조원(약 4,290.1억 달러)가 증발했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가 이어졌으며, 925개 상장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16개에 불과했고 908개 종목은 하락했다.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는 -9.7%, SK하이닉스는 -7.2%, 자동차업체 현대자동차는 -13.1%의 낙폭을 기록했다. 항공업종의 한국항공도 전일(화요일) -10.3%에 이어 이날에도 -5% 이상 하락했다.
“이는 실적 악화보다는 포지셔닝 청산과 리스크 축소에 가깝다.” — 싱가포르 메이뱅크증권의 타렉 호르차니(Tareck Horchani)
메이뱅크증권의 타렉 호르차니는 이번 급락을 인공지능 관련 랠리로 과밀화된 포지션의 청산과 글로벌 자금의 리스크 회피 성향 확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호르차니는 특히 유가 급등과 외환 변동성 확대가 석유수입국인 한국·일본 등에서 유동성 높은 대형주 중심의 탈위험(de-risking)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정부의 대응
한국은행은 장 개시 직후 성명을 통해 외부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원·금리 등의 지표가 국내 펀더멘털과 지나치게 괴리되는지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고, 집단적(herd-like) 매도 심리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구윤철도 외환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외환 딜러는 “(달러·원) 레인지 상단 돌파로 1,500원 수준이 열린 상태”라며 시장의 불안감을 전했다. 다수의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원화 안정화를 위한 정책수단을 준비해왔음을 상기시켰다. 대통령 이재명도 1월에 드물게 언급하며 원화가 향후 한두 달 내에 달러당 1,400원대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언급된 몇몇 용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코스피(KOSPI)는 한국거래소의 대표 주가지수로 국내 상장 주식의 시가총액 가중평균을 반영한다. 서킷브레이커는 주가가 단시간에 급락할 때 자동으로 거래를 중단시켜 시장의 과도한 패닉을 완화하는 제도이다. 외환 변동성(FX volatility)은 통화 가치의 단기간 내 변동성을 의미하며, 큰 변동성은 수입물가 상승·수출경쟁력 변화 등 실물경제에 파급될 수 있다. 석유 순수입국은 국내 에너지 소비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를 뜻한다.
향후 전망 및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투자 심리의 추가 악화와 함께 코스피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물가 상승(수입 인플레이션)과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 충격이 국내 소비자물가와 기업 이익률에 직접적인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정책 측면에서 한국은행은 시장의 과도한 통화 약세와 금리·채권시장 왜곡이 지속될 경우 외환시장 개입, 유동성 공급, 혹은 정책금리 신호 조정 등 여러 대응 수단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중앙은행의 구체적 행동은 외부 충격의 지속성, 국제금융시장의 반응, 국내 성장·물가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후 결정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의 재유입 여부가 관건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정책적 안정화 조치와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도의 완화가 맞물리면 상승 반전이 가능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돼 자본시장과 환율에 구조적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
정책·투자자 대응 요건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준비를 강화하고, 기업들은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상승과 환율 리스크를 고려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과민반응에 따른 포지션 청산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고, 분산투자 및 헤지 전략을 통해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종합
중동 분쟁의 확산은 단기간에 한국 증시와 원화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유가 상승과 외환 변동성 확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실물적·금융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시장 안정화 여부는 지정학적 긴장 지속성, 국제 유가 흐름,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 및 국내 정책 대응의 종합적 상호작용에 달려 있다.
참고: 본 기사에 인용된 환율 기준은 $1 = 1,477.3000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