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준비 속 미완의 통상 합의, 추가 갈등 불씨

한·미 양국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가운데, 최근 타결된 통상 합의에서 구체적 이행 방안이 누락되면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추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전·현직 협상관과 전문가 6인은 방위비·투자·비관세 장벽·환율 등에 대한 세부 쟁점이 남아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2025년 8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재명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2주 이내에 개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미군 주둔 분담금,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펀드의 배분 구조, 비관세 장벽 철폐, 환율 정책 등이 핵심 의제로 조명된다.

이번 합의에는 서면 문서가 부재해 양측 주장에 이미 엇갈림이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투자한 3500억 달러 프로젝트의 90% 이익이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으나, 한국 청와대 고문은 이를 정면 부인하며 “이익 재투자” 방침을 강조했다.

이러한 시각차는 향후 실무협상에서 격론을 예고한다.

합의 누락 사안: 방위비·투자 구조·농산물 시장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는 3500억 달러 투자 펀드가 “미국이 소유·통제”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펀드 구조·시점·의사결정 권한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카롤린 리비트 백악관 대변인은 “투자 이익 일부를 국채 상환에 활용할 것”이라고 언급했으나, 한국 측 김용범 경제수석은 “협상 과정에서 이익 배분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재차 밝혔다.

특히 오프테이크(offtake) 조항이란 용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프로젝트 금융에서 구매자가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해 투자 위험을 낮추는 장치다. 한국은 미국 정부가 제품 구매를 보장토록 담보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하지만,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이 지속된다.

Korea-US Trade

비관세 장벽과 농산물 시장
리비트 대변인은 “한국이 역사적 수준으로 미국산 자동차·쌀 시장을 개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농산물 시장, 특히 쌀·쇠고기에 대한 합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과일·채소 검역 절차에 관심을 표명해, 양국은 차량 안전 규정·검역 절차 등을 포함한 기술협의(technical talks)를 열 예정이다. Yeo Han-koo 무역장관은 귀국 직후 “언제 다시 관세·비관세 압박이 시작될지 알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3500억 달러 투자 배분
김 수석은 “1500억 달러를 조선업, 나머지는 반도체·배터리·핵심 광물·바이오·원전 등 전략 산업에 배정할 계획”이라며 “대출·보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지분투자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조적 세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워싱턴에서 제시할 추가 조건이 협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환율·통화정책 협의
4월 1차 협상에서 의제로 오른 환율 문제도 논란거리다. 미국 재무부는 장기간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해 왔으며,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축소를 위해 환율 쟁점을 적극 활용해왔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정치적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Currency Talks

전문가 진단 및 전망
최석영 전 한·미 FTA 수석대표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FTA도 언제든 재협상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면서 “이번 합의는 단순한 구두 약속에 그쳐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시중 은행 외환전략가들은 “환율 협의가 길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중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치적 수사(Political rhetoric) 논란도 지속된다. 김 수석은 미국 측의 90% 이익 배분 주장을 “문명국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라며 “정치적 수사”라고 일축했다. 반면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은 SNS에서 “미국 국민에게 돌아갈 사상 최대 이익”이라고 자평하며 대외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Non-Tariff Barrier)이란 관세 외에 교역을 제한·지연시키는 규제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안전·환경·위생 규정, 데이터 현지화, 대형 IT기업 규제 등이 있으며, 국내 기업은 지연 비용과 인증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업계는 “규제 개편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에디터 관점: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첫째, 방위비 분담 협상은 양국 관계의 상징적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둘째, 3500억 달러 투자 펀드의 의사결정 구조수익 배분 방식이 금융·제조업 전반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농산물·자동차·IT 규제 등 불투명한 비관세 협상 일정이 기업의 중장기 전략 수립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이행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은 통상·안보·금융 전 영역에서 불확실성의 장기화를 맞을 수 있다. 시장 참가자와 기업은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