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환시장 쟁점 합의…한국 ‘환율조작국’ 지정 벗어나

서울발 (로이터)미국이 한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교역상 이익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데 동의했다이재명 대통령 대변인 강유정이 29일(한국시간) 밝혔다.

2025년 9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 재무부가 매년 두 차례 발표하는 ‘환율조작국(Manipulator) 지정 보고서’에서 한국이 조작국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환율을 인위적으로 왜곡해 무역 흑자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미국 측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면서 “이로써 한국 경제의 대외 신뢰도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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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모니터링 리스트’란?

환율조작국 지정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과 통화가치 평가개선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에 근거한다. 미국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외환시장 개입 규모 GDP 대비 2% 초과라는 세 가지 문턱을 동시에 충족할 경우 ‘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다만 두 가지 요건만 만족해도 ‘모니터링 리스트’에 오른다.

2024년 11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베트남·대만·싱가포르 등을 감시 대상에 편입했는데, 이는 한국의 큰 경상흑자(당시 GDP 대비 4.3%)대미 무역흑자(약 230억 달러)가 주요 근거였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2024년 6월 발표에서 한국을 리스트에 유지한 바 있다.


주요 협상 내용 및 외교 경과

이번 합의는 ‘환율조작국’ 문제와 달리 미·한 간 통화스와프(swap)·철강·자동차 관세 협상과는 분리돼 진행됐다고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스와프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 사이의 중앙은행 간 계약인 만큼 재무부 지정과는 서로 다른 트랙”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뉴욕에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미국이 부과한 한국산 철강·자동차 관세 문제를 타결하기 위해 약속한 총 3,500억 달러(약 470조 원) 규모 투자에 필요한 외화 유동성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베센트 장관은 “관련 사안을 다른 부처와 논의해 회신하겠다”고 답했다고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27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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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나 “3,500억 달러를 ‘선(先) 납부’하는 방식은 한국 경제에 과도한 부담”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선납 제안에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안전장치 없이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에 준하는 충격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합의는 한·미 금융협력의 신뢰 재확인을 의미한다. 특히 외환시장 안정에 필요한 국제공조의 토대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한 미국대사관은 주말 비근무 시간이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긴축 통화정책·대중(對中) 견제 속에서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귀띔했다.


전문가 시각·전망

국내외 외환 전략가들은 이번 합의를 “한국 원화의 구조적 가치 재평가”로 받아들이고 있다. 서강대 국제대학원 홍석인 교수는 “모니터링 리스트 제외 여부는 해외 기관투자가의 위험 프리미엄에 직결된다”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일부 투자은행(IB)은 “한국이 여전히 경상흑자·무역흑자를 이어갈 경우 향후 재지정 리스크는 남아 있다”는 경고도 제기한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두고 통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필자의 통찰* : 한국 정부는 이번 합의를 원화 방어의 ‘면죄부’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다변화,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국채·기업채 시장의 해외 개방 확대 등을 병행해야 ‘조작국’ 낙인을 영구히 피할 수 있다. 또한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가 관세 협상, 더 나아가 첨단기술 공급망 재편과 맞물려 있음을 감안할 때 외교·산업·금융이 결합된 ‘총체적 전략’이 요구된다.

* 본 문단은 기자의 분석으로, 원문에 없던 배경 설명과 전망을 제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