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로 은퇴 이주 후 겪은 ‘회한’… 고령 은퇴자가 밝힌 현실적 이유

[기획] 남태평양 낙원으로의 은퇴, 그 뒤에 숨은 비용의 진실

미국인 상당수는 인생 2막을 하와이제도에서 보내길 꿈꾼다. 그림 같은 해변, 따뜻한 기후, 다채로운 문화가 결합된 ‘천국’이 노년의 여생을 위한 완벽한 배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는 사례도 존재한다. 1966년부터 하와이 펄시티(Pearl City)에 거주했던 밥 헤이버(Bob Haber)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2025년 8월 1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헤이버는 “2009년 은퇴와 함께 다시 하와이로 돌아왔지만 2018년, 결국 섬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라스루트 인스티튜트 오브 하와이(Grassroot Institute of Hawaii) 기고문을 통해 자발적 ‘탈(脫)하와이’ 결정을 공개했다.


1. COST-OF-LIVING SHOCK – 생활비 충격

그가 처음 체감한 벽은 생활비였다. CNBC 자료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65세까지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려면 약 221만 달러(약 30억 원)를 모아 두어야 한다. 이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주택·식료품·교통·의료비가 타주 평균의 2~3배에 달한다.

미국 주별 은퇴비용 지도

헤이버의 증언처럼 “모든 것이 프리미엄 가격”이다. 예컨대 주택 중간가격은 85만 달러를 넘어 미 본토 평균의 두 배에 근접한다.

“전기는 물론, 우유 한 통도 예전보다 훨씬 비싸졌다.”

현지 슈퍼마켓에선 우유 1갤런이 8달러, 전기료는 kWh당 0.45달러 수준으로 집계된다. 이는 미 본토 평균(0.16달러)의 거의 세 배다.

전문가 해설 : ‘그라인즈(grinds)’는 하와이 피진어(Hawaiian Pidgin)로 ‘맛있는 음식’을 일컫는 단어다. 해산물·로코모코(Loco-moco) 같은 현지 메뉴를 즐기려면 외식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2. 세금 부담 – 예상 밖의 높은 주(州)세

헤이버는 “호놀룰루 경전철 프로젝트 같은 대규모 공공 인프라 예산 초과가 세율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와이 주정부는 15년간 철도 건설세를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와이는 사회보장연금(SSA) 수령액과 일부 공적연금은 면세하지만, IRA‧401(k) 인출액은 최고 11%의 주 소득세가 부과된다.

호놀룰루 경전철 공사 현장

즉, 미국 본토 거주자가 ‘세금 천국’으로 착각하고 하와이에 이주하면 연금·퇴직연금 과세에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소비세(General Excise Tax)도 4.166%에 시할증을 더해 최대 4.712%까지 적용된다.


3. Paradise comes at a price – 낭만과 현실의 간극

헤이버는 “문화·음식·사람·아이나(aina, 땅)에 대한 사랑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각적·정서적 ‘낙원’이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하와이 은퇴자는 연간 12만 9,567달러를 지출해 미 본토 저비용 주(예: 미시시피)에서 5만 2,000달러로 유지 가능한 동일 생활수준을 맞춘다.

이처럼 ‘은퇴 비용 갭’이 2.5배 이상 벌어지는 상황에서, 연금 외 수입이 제한된 고령층은 결국 ‘떠나거나, 생활수준을 대폭 낮추거나’ 두 갈래 선택지에 직면한다.

에디터 시각 : 미 연방준비제도(Fed)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가구의 중위 순자산은 30만 달러 안팎이다. 이는 하와이 은퇴비용 기준치(221만 달러)의 15%에 불과하다. 은퇴 전 충분한 자산 시뮬레이션이 필수임을 시사한다.


4. 추가 고려사항 – 의료 접근성과 사회적 고립

하와이는 의료 인프라가 도심에 집중돼 있어 섬 외곽 거주자는 전문의 진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대가족 문화가 약화된 미국 사회에서 본토 가족·친구와의 거리감은 고령자의 심리적 고립감을 키운다.

샌디에이고대(U.C. San Diego) ‘고령사회 연구소’에 따르면, 거주비 과부하와 관계망 단절은 우울증 위험을 1.7배 높인다. 헤이버 역시 “가족과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큰 스트레스였다”고 털어놨다.


5. 실용 팁 – 예비 은퇴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① 장기 거주 시뮬레이션 : 생활비·의료비·세금·보험료를 반영한 총비용을 최소 30년 단위로 예측해야 한다.
② 세금 구조 분석 : 주 소득세·소비세·부동산세를 포함해 ‘순과세후 소득’을 계산한다.
③ 주택 임대 vs. 매입 : 매입 시 초기 비용과 유지·보수비, 재산세를 비교 검토한다.
④ 사회적 네트워크 : 가족·친구 방문 비용과 통신 인프라를 감안해 고립 리스크를 관리한다.
⑤ 건강보험 : 메디케어(Medicare) 적용 범위와 하와이 지역 병원 네트워크를 확인한다.


결론

하와이는 천혜의 자연·다원적 문화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은퇴지다. 그러나 높은 생활비세금, 의료 접근성, 사회적 고립이라는 복합 요소가 은퇴자의 경제·심리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헤이버 사례는 ‘낙원 비용’을 간과한 이들에게 일종의 경고등을 제공한다. 은퇴 이주를 고려한다면, 냉정한 재무 계획과 라이프스타일 점검이 선행돼야 함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