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통계청(PSA)이 7일 발표한 잠정치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했다. 이는 직전 분기(5.4%)보다 0.1%p 높은 수치로, 경제 확장 속도가 소폭 가속된 것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성장률은 시장 컨센서스와 거의 일치했다. 로이터가 사전에 실시한 이코노미스트 설문에서 제시된 중간 전망치는 5.4%였으며, 실제 수치는 이를 0.1%p 상회했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분기 대비 성장률은 1.5%로 집계됐다. 이는 로이터 설문에서 도출된 1.3% 예상치를 웃도는 결과다. 계절조정(Seasonally Adjusted) 지표란, 매 분기 반복되는 휴일·기후·일정 변동 등의 요인을 제거해 경제 활동의 순수 변동을 파악하기 위한 통계 기법을 의미한다. 해당 방식은 누구나 혼동하기 쉬운 원계열(Non-seasonally adjusted) 수치와 달리, 실제 경기 흐름을 읽는 데 유용하다.
“이번 실적으로 우리는 신흥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의 지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 아르세니오 발리사칸(Arsenio Balisacan) 필리핀 사회경제계획장관
발리사칸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민간 소비 둔화를 상쇄했다고 평가하며, 향후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정책적 연속성을 강조했다.
‘신흥 아시아’란 무엇인가?
국제금융기구와 투자은행들은 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등 빠른 성장 잠재력을 보유했으나 아직 선진국 지위에 이르지 못한 국가군을 ‘Emerging Asia’로 묶어 분석한다. 해당 분류에서 연간 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5.5%라는 숫자는, 규모 4,000억 달러대의 필리핀 경제가 여전히 투자 매력도를 유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분석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성과를 두고 “수출 부진과 높은 금리 환경에도 견고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들은 특히 관광 재개와 송금(해외 필리핀 근로자들의 투자 및 소비) 증가가 내수를 지탱했다고 본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중앙은행(BSP)의 통화정책 선택지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시장에서는 향후 정부가 재정 지출 확대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필리핀 정부는 2025년 예산안에서 대규모 교통·통신 인프라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투자가 민간 투자 유입을 촉진할 경우, 성장 모멘텀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될 경우 수출 의존 산업이 받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
전문가들은 높은 성장률이 단기적으로 필리핀 증시(PSEi 지수)에 우호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필리핀 자본시장은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미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자본 유출 압력이 재차 불거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향후 전망
경제 개발청(NEDA)을 비롯한 정부 기관은 연간 성장률 목표치 6.0~7.0%를 고수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평균 6%대 후반이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은 각각 2025년 필리핀 성장률을 5% 중후반으로 전망한 바 있다. 세 기관 모두 민간 소비 회복과 지속적 정부 투자를 성장 동력으로 지목했다.
한편, 통계청은 내달 초 2분기 GDP를 확정치로 발표할 예정이다. 일부 소폭 조정 가능성이 남아 있으나, 대체로 5% 중반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전문가 의견
필자가 보기엔 5.5%라는 결과는 단순히 한 분기의 숫자를 넘어 필리핀 경제 체질이 내수 중심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과거 수출 변동성에 취약했던 성장 패턴이, 최근엔 서비스업·디지털 경제·열대 관광을 중심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다만 고용 창출력 확대, 인플레이션 관리, 인프라 자본 효율성 제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률이 다시 4%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상존한다. 결국 필리핀 정부가 재정·통화·구조개혁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중장기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