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로이터] 필리핀 중앙은행(Bangko Sentral ng Pilipinas, BSP)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올해 안에 추가로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일리 레몰로나 총재가 밝혔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레몰로나 총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같은 완화 사이클(easing cycle) 위에 있다”며 “베이비 스텝을 밟고 있는데, 이는 궤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고 말했다.
총재는 BSP가 8월 28일 예정된 차기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를 포함해 경제 성장률과 물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
성장률이 예상보다 둔화되고 물가가 예상보다 더 안정된다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점이 될 것
”이라며 “자료를 두 번, 세 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6월 25bp 인하, 기준금리 5.25%로 하락
필리핀 중앙은행은 6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베이시스포인트)* 낮춰 5.25%로 조정했다. 이는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경기 부양을 위해 연속 두 차례 단행된 인하 조치였다.
연간 물가상승률은 3월부터 2% 미만을 유지하고 있으며 6월에는 1.4%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은 7월에도 이 같은 저물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2분기 성장률, 1분기 5.4%보다 개선될 것”
레몰로나 총재는 필리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분기 5.4%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그는 특히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이 불확실성을 완화해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리핀산 제품에 대한 19% 관세를 발표했다. 이는 이달 초 위협했던 20%보다 소폭 낮은 수준이다. 총재는 “성장이 과거만큼 둔화되지는 않겠지만 잔여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 중동 긴장·유가 변동 등 대외 리스크 경계
레몰로나 총재는 중동에서의 지정학적 긴장과 원유 가격 변동이 필리핀 성장 전망을 흐릴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 미 연준 영향력 감소, 페소 강세 배경
그는 BSP가 정책 결정을 내릴 때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전망도 고려하지만, “
예전만큼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
”고 말했다. 그는 “시장 구조가 더 정교해졌고 페소화가 연준과 보조를 맞추지 않아도 비교적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우려
레몰로나 총재는 중앙은행 독립성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든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잃으면 재정정책 여건과 무관하게 고(高)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상황을 ‘우려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 견실한 국내 펀더멘털
총재는 외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탄탄한 외환보유액, 안정적인 해외 송금, 둔화하는 인플레이션 등을 강조하며 “국내적으로 매우 양호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 전문가 메모: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베이비 스텝(Baby Step)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보수적으로, 주로 25bp씩 소폭 조정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 = 0.01%p로, 기준금리 변화를 정밀하게 표기할 때 사용되는 금융 단위다.
완화 사이클(Easing Cycle)은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흐름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치는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을 낮춰 소비·투자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린다.
*예시: 25bp 인하는 0.25%포인트 하락에 해당한다.
종합적으로, 필리핀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최우선 목표를 지키면서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점진적·조건부 금리 인하를 이어갈 방침이다. 향후 발표될 물가·성장 지표와 중동발 리스크, 그리고 미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추가 인하 시점과 폭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