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 무역 협정 성사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

워싱턴·마닐라 발(記)데이비드 브런스트롬(로이터)·카렌 레마 기자 공동취재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자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임을 강조해 8월 1일 마감 시한 이전에 더 유리한 양자 무역협정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동남아 정상 대면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베트남·인도네시아와 각각 협정을 맺었으나,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심화 속에서도 동맹국과 “거친 흥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출국 전 기자단에게 “안보·방위 협력뿐 아니라 무역 문제도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필리핀이 부과받은 고율 관세의 충격을 완화할 제도적 변화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필 무역 현황과 관세 갈등

미 상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대(對)필리핀 상품 교역액은 235억 달러였으며, 미국은 49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필리핀산 수입품에 17%의 ‘상호주의 관세’를 예고한 데 이어 7월에 이를 20%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필리핀은 전략적 동맹국이자 남중국해 안정을 위한 파트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모든 거래에서 미국 노동자에게 최대 이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 백악관 고위 당국자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동남아 전문가 그레고리 폴링은 “마르코스 대통령은 베트남(20%)·인도네시아(19%)보다 더 낮은 기본 관세율을 따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방위 동맹의 ‘모퉁잇돌’…남중국해 억제력

마르코스 대통령은 21일 워싱턴 도착 직후 펜타곤을 방문해 피트 헥세스 국방장관과 회담했으며, 이어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면담했다. 그는 “1951년 체결된 상호방위조약이 양국 관계의 ‘코너스톤’이며, 남중국해 안정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헥세스 장관은 “미국은 미사일 전력·무인 체계를 포함해 필리핀과의 군사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며 “양국은 ‘현실적 억지력의 방패’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 마닐라를 방문해 기지 접근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필리핀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이 지속되는 남중국해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에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타이푼(Typhon) 지대함미사일 체계NMESIS 대함미사일 훈련을 실시했으며, 十여 차례의 연합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낯선 용어 해설*

* 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은 한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동맹국이 자동 개입하거나 지원한다는 내용의 합의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개념이다.

타이푼(Typhon)·NMESIS는 미 해병대가 운용하는 최신 지대함·대함 미사일 체계로, 중거리 고정밀 공격 능력을 보유해 아·태 지역에서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경제력 강화 없이는 전략적 역할도 불가

라켈 솔라노 필리핀 외교부 차관보는 “필리핀 경제가 탄탄해야만 인도·태평양에서 ‘신뢰할 만한 미국 파트너’로 기능할 수 있다”며, 무역·투자 분야에서 ‘상호 수용·상호 이익’ 원칙을 강조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에 미 기업인도 잇달아 만나 반도체·재생에너지·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분야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트럼프-마르코스 ‘개인적 친밀감’도 변수

폴링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직후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특별한 동맹”을 언급한 점을 들며, “두 정상 간 개인적 호감도가 협상 타결을 앞당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백악관·펜타곤 수장은 동남아 외교 일정의 첫 대화 상대로 필리핀 측을 선택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① 8월 1일 이전 협정 서명 여부 ② 관세율 수준 ③ 필리핀 기지 추가 개방 및 무기 배치 범위 등이다.


전문가 시각

필자는 이번 회담이 경제·안보 패키지 거래로 귀결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국면에서 미국은 필리핀을 통해 전략 요충지와 군사 작전을 확보하고, 필리핀은 투자·관세 혜택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 한다.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지지만, 협상 결렬 시 고관세가 즉각 발효된다는 점이 단기 리스크다.